4. "저 괴물에 맞서기 위해 우리에겐 더 많은 무기가 필요하다" : 화학적 거세와 몸 관리

 

4-1. “내 안에 괴물이 있다” : 범죄의 의료화
 

   
 

◯ 진술인 김●균: (……) 성범죄자 분류를 당연히 철저하게 해야 됩니다. 총 20% 미만이라고 알려져 있는 호르몬을 주체할 수 없는 성범죄자에 대해서 한정적으로 쓸 때는 저는 이 화학적 거세가 의미가 있다고 보고요. (……) 그래서 가석방이 끝난 뒤 화학적 치료를 받을 때 그 사람은 이제 환자입니다. (……) 정말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고, 그래서 일정 정도 형기를 산 사람한테 그런 치료를 이용해서, 우리가 이 사람이 성공적으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잘 도와줘야 되고, 약물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서 노력해야 되고, 치료감호소에만 맡길 게 아니라 우리들이 다 관심을 가지고 치료를 해줘야 됩니다.

◯ 진술인 신●진: (……) 네 번째, 피해자의 저항까지 극복해야지 성폭력이 되기 때문에 아이들을 자꾸 교육을 잘 시킨다든지, 또 교육을 많이 시킨다 이런 것들이 중요한데, 문제는 가해자들이 왜 어린애들을 많이 건드리느냐, 이 네 번째를 알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가장 저항을 못하거든요. 특히 성폭력 피해자 같은 경우에 6세 이하의 어린 아이들이 많습니다. (……) 화학요법과 (……) 다른 심리치료요법이 병용이 되면 분명히 도움이 된다는 연구는 많이 있습니다. (……) 이것을 그러면 누가 할 거냐, 처방과 이런 것들을 할 때 반드시 정신과 의사 선생님들이 하셔야 됩니다. 이게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 진술인 조●경: (……) 단지 약물의 효과로 이 범죄 자체를 컨트롤할 수 있을 것이라는 좀 지나친 기대에 빠질 수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그래서 특히 작년에 발생한 강 모 씨의…… 혜진 ․ 예슬이 사건은, 그 사람은 사실은 사이코패스입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면 안 되지만…… 그래서 특정 범죄자들은 아무리 호르몬과 심리 치료를 시도하더라도 바뀌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법제사법위원회 2009)

 
   


역사적으로 모든 위반 행위가 처음부터 범죄로, 질병으로 다뤄진 것은 아니다. 종교의 시대, 서구 기독교의 시대에 위반 행위는 범죄라기보다는 죄악이었다. 신의 섭리, 신의 율법(더 정확하게는 신의 대리인을 자처하는 인간의 율법)을 위반하는 것은 신의 저주와 심판을 받을 죄악이었다. 종교의 시대, 당시 최고의 형벌은 파문이었다. 교황이 일국의 왕에게 파문을 선언하면 거주민 누구라도 왕에게 돌을 던지고 욕할 수 있을 정도였다. 신을 향한 신실함이 인간이기 위한 핵심 조건인 시대에 파문은 곤 인간이기 위한 존재 조건의 박탈과 다름없었다. 그래서 모든 행동은 종교적인 행동이었다. 이러한 것을 19세기, 20세기 초반에 들어 국가의 존립 문제로 다루면서 범죄로 해석하기 시작했다. 그전까지 정신병원에 일괄 구금되었던 이들을 분류하고, 범죄화하여 교도소와 같은 형태의 시설에 별도로 관리했다.

그렇다면 의료화는 범죄화가 쇠퇴하던 시기에 발생했는가? 그렇지는 않다. 위법 행위를 분석하는 이들은 위법 행위를 다루는 태도가 죄악에서 범죄로, 범죄에서 질병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한다. 이것이 지금은 위법 행위를 범죄나 죄악으로 다루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종교와 정치를 분리하는 시대라고 해도, 여전히 종교적 판단은 법을 집행하는 과정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정당한 법이 보수적인 일부 종교계의 격렬한 반대로 폐기되는 일은 드문 경우가 아니다. 문제는 이를 최종 결정하는 주체가 어디인가 하는 것이다. 그것이 지금으로서는 의료/의학이며, 위반 행위는 곧 질병으로 진단된다는 뜻이다.

어떤 사건의 범죄자가 어떤 종류의 범죄자인지, 정말 범죄자인지, 어떻게 가해 행위를 했는지를 밝히는 모든 과정에 의학/의료가 개입한다. 이는 화학적 거세법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법에 해당하는 범죄자를 판단하는 방법은 제2조 제1항에 나와 있듯, 정신과 전문의의 감정을 필요로 하고, 화학적 거세를 청구할 때에도 역시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 또는 감정 의견”(제9조)이 필요하다. 진단은 그 자체로 병리화 과정(Butler, 275)이라는 점에서 이 법은 범죄를 병리화/의료화하는 전형이다.

위에서 인용한 세 명의 진술인은 2009년 11월 19일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상습적 아동 성폭력범의 예방 및 치료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공청회”(이하, 공청회)에 전문가로 초대받은 이들이다. 총 네 명의 진술인 중 둘은 법학자이며, 한 명은 의사, 다른 한 명은 심리학자였다. 하지만 법학자도 의사도 아동 성폭력 가해를 성인-남성과 아동-여성/남성의 복잡한 권력 위계에서 발생한 폭력이 아니라, 정신 질환에 따른 행위로 설명한다. 그러면서 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치료해야 하는 환자로 분류한다. 그렇다면 진단과 처방에 따라 적절히 조치하면 더 좋아질까? 이들은 의료화 맥락에서 적절히 처방하면 결과가 좋을 것이라고 가정한다. 물론 의료화가 유일한 해법은 아니다. 화학적 거세법이 최선이 아니라는 것은 공청회에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초대받은 이들도, 국회의원들도 안다. 이 법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은 공청회 참가자 거의 모두가 공통으로 하는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의학적 치료를 병행할 때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며 의료화를 정당화한다. 이때 의료화 과정에서 놓치는 부분이 생기는 것은 자명하다. 가해자와 피해 경험자 간의 권력 질서는 사라지고, 모든 것은 개인의 문제가 된다.

그렇다면 가해자들은 이 권력 위계를 모르는 상태에서 가해했을까? 이들은 정말 ‘이성적’이라고 말하는 사고를 못하는 것일까? 공청회 자리에서 진술인 신●진은 “그렇게 이성적 사고를 하는 분이 별로 없어요. 그 가해자들 중에서”(법제사법위원회 2009, 34)라며 가해자를 비합리적인 존재로 설명한다. 합리성과 비합리성이라는 이분법, 이성과 비이성이라는 이분법 자체가 문제지만, 이런 이분법을 가정한다고 해도 신●진의 진술은 모순이다. 위에도 인용했듯, 신●진은 성폭력 발생 원인을 설명하며, 네 번째 원인으로 성폭력은 “피해자의 저항까지 극복해야” 가능한데, 가해자들은 “아이들이 가장 저항을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한다(법제사법위원회 2009, 6). 힘의 권력관계를 가장 정확하게 아는 것만큼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 어디 있는가? 신●진의 이 발언은 성폭력 사건에 대한 무지와 편견을 반복, 재생산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 성폭력이 발생하는 것은 목숨을 걸 정도로 저항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저항하지 않은 것은 동의한 것이라는 식의 논리는 이미 지난 몇십 년 동안 비판받아왔다. 신●진의 발언은 성폭력을 정당화하고, 성폭력의 책임을 피해 경험자에게 돌리는 언설의 전형이다. 성폭력 가해는 바로 이런 문화적인 인식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시점에서 더 ‘쉽게’, 더 ‘자주’ 발생하고 은폐된다. 가해자 김수철은 “내 안에 괴물이 살고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언설은 “술에 취해 나도 모르게”라는 조두순 식의 변명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즉 “괴물” 발언은 “술에 취해서”의 다른 판본이다. 이것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아울러 가해자가 알았건 몰랐건, 괴물의 역사적 함의를 떠올린다면, 가해자가 자기 안의 괴물을 언급하는 순간, 그는 권력을 활용한 가해자가 아니라 심약한 병자로, 치료받아야 하는 약자로 지위를 변경할 수 있다. 의료화를 통해 성폭력 가해자는 그 자신이 피해자/약자라는 지위를 점유/전유하고 (재)활용한다. 김현영의 지적처럼, 이를 통해 “약자 혐오의 담론이 생성”된다. 피해 경험자도 가해자도 모두 피해자고 비난받을 대상이 된다. 신●진의 표현 방식에 따르면, 피해 경험자건 가해자건 충분히 저항할 힘을 기르지 않은 것이 문제다. 일제시대와 6·25, 군사 독재 시기를 통해, 힘과 체력을 기르는 것이 한국 근대화와 국민국가 형성의 주요 과제라는 점에서(박노자 2009), 약자 혐오 담론은 한국 사회의 지배 질서를 유지하는 토대다. 약자 혐오는 일상이며, 피해를 겪은 사람만이 잘못이다. 화학적 거세법과 치료 담론은 한국 근대화 과정에서 줄곧 (재)생산된 약자 혐오와 가해자의 폭력(“내 안의 괴물”)을 적법한 것으로 승인할 뿐이다.


4-2. “실제 어느 정도 부작용이 있는지 저는 잘 모릅니다” : 화학적 조치의 부작용
 

   
 

◯ 박●식 위원: (……) 부작용…… 그런데 다른 감기약이나 어떤 약품도 완전무결하게 부작용이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것 아닙니까, 지금? 실제로 어느 정도 부작용이 있는지 데이터를 저는 사실은 모릅니다. 그렇지만 미국의 10개 주 이상 또 우리가 보통 선진국이라고 하는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상당 기간 시도 · 도입되어서 지금 시행되고 있다고 한다면 그 자체가 상당한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한 번 도입을 해보자는 것이지요. 도입을 해서 이제 직접적으로 우리 스스로 장단점이…… 장점이 뭐고, 단점이 뭐고, 부작용이 뭐고, 효과는 어느 정도 있는지를 직접 검증할 수 있겠다 (……). (법제사법위원회 2009, 14)
 
◯ 손●규 위원: (……) 자꾸 반론을 하고 주저주저하게 만드니까, 그러니까 입법자들한테 신경이 쓰이게 자꾸 반론을 하니까 (……) 그러니까 이것을 제대로 하려면 강제 투입, 말이 ‘강제’라 그렇지 동의를 얻지 않는 투입입니다. 이게 형벌이 아니라서 그렇지, 형벌의 경우에는 징역을 동의 받고 살게 해요? 사형을 동의 받고 해요? (법제사법위원회 2009, 32
)

 
   


이 글의 초기에 인용한 마샤와 다샤의 경우, 자신들이 겪은 온갖 실험을 회고하며 “누구도 우리를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우리는 그저 실험 재료일 뿐이었다”(줄리엣 버틀러, 31)라고 말했다. 이들을 인간으로 태어난 존재로 인식하고 대했다면, 마샤와 다샤에게 행한 실험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마샤와 다샤가 인간이 아니라고 인식할 때, 그저 인간적인 존재로 인식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어떤 종(種)이 아닌 다른 종으로 이해할 때, 그들에게 그런 실험을 할 수 있다. 라이머의 경험 역시 마찬가지다. 존 머니가 라이머를 그의 주장을 증명할 사례가 아닌 인간으로 이해했다면, 그런 수술은 쉽게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머니는 그 수술을 시행했다. 머니에게(혹은 의학에서) 인간이기 위해서는 외부 성기가 명확해야 했기 때문이다.

공청회에서 박●식의 발언은 성폭력 가해자를 인간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같은 자리에 있었던 최●국 역시 “이런 패륜적이고 소위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어떤 것도 없으면, 스스로 동물이 되기를 원하는”(법제사법위원회 2009, 16) 존재로 취급한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부작용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법을 도입하자고 하거나(박●식), 부작용을 감안하고서라도 법을 도입할 것을 주장(신●진, 법제사법위원회 2009, 28)한다. 그리고 그것이 가해자를 인간으로 만드는 장치 중 하나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부작용이 있을까? 데포를 비롯한 ‘여성’호르몬 계열 ‘약물’을 투여했을 때, 예상할 수 있는 부작용은 성욕 감퇴, 안면 홍조, 피로감, 식욕 증가, 불면증, 우울증, 골밀도 감소, 고혈압 등이다. 이런 부작용이 “약물을 많이 썼다 하더라도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의 부작용은 아닐 수”(신●진, 법제사법위원회 2009, 6)도 있다. 하지만 이런 부작용은 트랜스젠더가 호르몬 투여를 했을 때 생길 수도 있다는 바로 그 부작용이다. 아울러 부작용을 우려하는 진술인과 의원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바, 해당 호르몬은 여성에게만 실험했기에, 남성에게 안전한지를 예측할 수 없고 관련 연구도 거의 없다고 말한다.

화학적 거세의 안정성 검사가 부재한다는 지적과 이에 따른 우려는 남성에게는 시행한 적이 없다는 데 있다. 하지만 가정하기를 만약 남성에게만 검사해서 특별한 부작용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을 때, 그 약을 여성에게 투여하는 이슈에서 이처럼 진지하게 안정성 논의를 다룰까? 과연 “자연의 섭리를 역행”(이●성, 법제사법위원회 2009, 19)한다는 우려를 표현할까? 이와 관련해서 캐롤 타브리스는 의학의 안정성 검토에서 많은 경우, 백인-남성의 몸이 기준이란 점을 비판했다. 인종에 따라, 몸의 상태에 따라 다른 처방이 필요함에도 백인-남성의 처방 기준을 모든 개인에게 적용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의료 사고는 다소 빈번하다. 한국의 의약품이나 식품의 효능과 안전성을 강조하는 데 미국 FDA를 거론하는 것 역시 이제는 익숙한 일이다. 그래서 다시 질문하기를 만약 여성에게 어떤 약물치료를 처방하는 법을 만들 때도 지금과 같이 모든 의원과 진술인이 부작용을 우려할까?  

그 상황이 되어야 확인할 수 있으니 예단은 하지 말자. 하지만 의구심은 남는다. 화학적 거세의 부작용을 검증한 결과가 없다는 말은 의구심을 키울 뿐만 아니라 곤혹스럽다. 화학적 거세로 거론하는 많은 호르몬은 mtf/트랜스젠더 여성이 종종 사용하는 제품이다. 그리고 mtf건 ftm이건, 트랜스젠더의 호르몬 투여에 따른 효과와 부작용 연구는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부작용에 대한 선행 연구 부재라는 주장은 무엇을 의미할까? 어쩌면 태어났을 때 같은 젠더로 분류되었다고 해도, mtf/트랜스젠더 여성은 이성애-비트랜스젠더 남성과는 다른 존재기에 mtf가 겪는 부작용을 이성애-비트랜스젠더 남성에게 적용할 수 없다는 뜻이 아닐는지. 하지만 화학적 거세에 쓰일 호르몬은 출생 시 동일한 젠더를 지정받은 존재들이 이미 사용하고 있고, 그 효과는 일상에서 나타나고 있다.

나는 트랜스젠더의 경험이 특수해서 비트랜스젠더 남성에게는 적용할 수 없다고 이해했기에 진술인이 선행 연구가 없다고 말한 것만은 아니라고 추정한다. ‘여성’호르몬을 투여하면, 일단 여성형 가슴이 발달하고 신체 전체가 소위 여성적이라고 여기는 형태로 변한다. 법은 “석방되기 전 2개월 이내에 치료 명령”(법 제14조3)을 하도록 하는데, 2개월이면 몸이 여성형으로 상당히 변하는 시간이다. 치료 명령 가해제 신청 등은 “치료 명령의 집행이 개시된 날부터 6개월이 지난 후”(법 제17조2)에 하도록 규정했는데, 6개월이면 호르몬 투여의 효과가 거의 다 나타나는 시간이다. 6개월 정도 호르몬을 투여하고 나면, 그 이후부터는 이제까지의 변화를 유지하기 위해 호르몬을 투여한다. 물론 호르몬의 종류에 따라 경과 기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여성’호르몬 투여는 신체 변형을 전제한다. 
 

범죄인류학 창시자 격인 동시에 근대 형사법과 범죄학의 토대를 마련한 롬브로조는 범죄자의 특징이 몸에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위의 이미지에서 왼쪽 아래에 있는 얼굴은 롬브로조가 말한 방화범 남성의 특징을 갖춘 형태다. 그에 따르면, 방화범은 여성스러운 외모와 특징을 갖췄으며, 방화범과 남성 동성애자는 외적 특징이 비슷하다고 한다.
이미지 출처: http://images.wellcome.ac.uk/indexplus/image/L0010112.html
2010.11.19. 접근
 


나의 의심은 이 지점에서 싹튼다. 부작용을 감안해서라도 도입하자는 것은, 부작용도 처벌의 일부라는 뜻이다. 부작용을 처벌의 일부로 여길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부작용을 통한 신체 변형을 이 법이 지향하는 지향점으로 보는 것은 아닐는지. 그래서 부작용 선행 연구가 없다고 하는 것은 아닐는지(이른바 모른 척하기). 나의 이런 추정은 의학의 역사가 살림의 역사라기보다는 죽임의 역사이며, 의학의 오진은 무지가 아닌 정당한 의료적 조치와 의료 지식을 적극 활용하여 발생하는 측면(푸코, 280-281)이 있다는 점 때문이다. 박●식의 의견처럼 부작용 자체를 하나의 처벌로 여긴다면, 예측할 수 있는 부작용을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다. 다만 그것이 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그리고 부작용을 통해 비규범적인 존재를 추방하여 지배 규범의 안전을 꾀할 수 있다면, 법을 제정하려는 입장에서는 이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근대적 남성성 형성 과정에서 비규범적인 존재를 정신병원과 프렉쇼 무대로 추방했듯, 부작용은 비규범적으로 여겨지는 존재를 추방하여 규범적인 존재를 (재)생산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즉 범죄자/가해자를 비규범으로 추방하여 기존의 규범적이라 여기는 존재를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 또한 ‘괴물’은 비규범적인 외형을 갖추는 것이 규범적이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이런 추측이 단순한 가설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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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5-22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학적 거세 후 이런 문제가 있는 줄은 몰랐네요. 단지 성욕 감퇴로 재범을 방지할 수 있는 줄만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