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고 나발이고.....
어제오늘은 여느때와 달리 FTA 관련 사이트 점검을 하지 않고 있다.
가슴이 갑갑한 것이, 또 가위눌림이 도지는 모양이다.
알라딘도 나의 '착시'에 책임 있다. 각성하라~! ㅡㅡ;;
(왜냐구요? 답은 맨 끝에.)
1. buddy의 질문.
지방선거에 부인이 출마해서 몇달간 소원했던 buddy L, 그리고 buddy S와 점심 먹었다.
7월에 예정되어 있는 여러 행사에 대해 이야기가 나왔는데, buddy L 이 묻는다.
"FTA가 언제부터 그렇게 문제가 되었지? 노무현이 아무리 그래도 나라를 팔아먹으려고 하겠어?"
지난 몇년간 반세계화, 의료개방, 영리법인, 건강보험, 글리벡, 의약품 접근권, 약가절감, 양극화, 사회 안전망....질릴 정도로 이야기해온게 그럼 다 무어란 말인가? '언제부터'라니?
buddy L은 운동에서나, 인격이나, 지역사회의 활동에 있어서나......
나보다 선배이고, 나무랄 데 없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마저 저렇게 나오니 다른사람들은 어떻게 설득하나?
나같은 먹보가 이날 냉면 먹고 체했다.
2. 이른바 '강사단'?
토요일에 평소보다 병원 문 일찍 닫고 '강사단 학교'라는 행사에 참가했다.
내가 들은 이 행사의 취지는 FTA가 전문적인 내용이 많기 때문에 많은 교육과 설명이 필요하며,
각 분야의 전문가들, 그리고 지역 토론회나 모임에서 '강사'를 할 정도의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분야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서로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런데 실상는 달랐다.
일단, 강사단에 참석한 사람이 예상보다 적었다.
참석한 사람들 중에 정작 전문가급은 단 한 사람도 오지 않았다.
참석한 단체에 대전의 영향력 있는 단체들이 빠져 있었다.
참석한 사람들 중, FTA가 무언지를 처음 들으러 온 사람이 태반이었다.
나는 사람이나 단체에 대해 둔감하다. 그런데 FTA 관련해서는 각 단체간에 무슨 일이 있는지,
왠지 상당히 삐그덕거리는 것 같다.
대전의 대표자 회의에 참석했던 사람으로부터 듣자니, 여태까지 '조직도 그리기' 만 하고 있다는데....
걱정된다.
3. 우울의 본질
나는 그저 책 읽고, 애들 공부 시키면서 잔소리 하고, 가끔 맛없는 과자 만들고,
자전거 타고... 목공이나 뚝딱거리고, 도예촌 가서 그릇 만들고.... 그러고 지내고 싶다.
그래서 외국과의 접촉을 제외한 지역활동은 인**과 노숙자 문제를 제외하면 거의 나서지 않았다.
이런 저런 단체에서 가입 권유가 있어도 오히려 활동을 가급적 줄이려고 노력했었다.
지난 몇년간 이번 일만 끝나면.. 이번 행사만 하면.... 내가 하고 싶던 것들을 하겠다고 생각했었고,
실재로 잠시잠시 할 시간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 일은 여태까지와는 달리 앞으로 1-2년 혹은 그 이상의 장기전이 될 것 같고,
그 결과는 앞으로의 수십년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일선에서 일하는 변모, 우모샘은 그간의 과로로 이제 정신적, 체력적 한계를 보이는 것 같아 염려되고,
(한사람은 피로가 누적되어 2개월 휴가 받았고, 또한사람은 이런 활동으로 자주 병원을 비워서 이대로 가다가는 병원 문 닫게 생겼다는 소식이 들린다. ) 지역에서는 조직이 꾸려지지 않고 있고...
나서기는 싫고.... ( 난 사람 많은 곳, 말 많은 곳이 정말 싫다. 사람 앞에 나서는 것은 더더욱 싫고)
그냥 있기에는 사안이 너무나도 다급하다. '누군가 나서겠지'라는 배짱을 부릴 수 없다는게 문제다.
즉, 책읽고, 목공하고, 딴짓 하던 것을 못하는 데서 오는 욕구불만이 내 우울의 본질인 것 같다.
우울에는 단순 노동이 최고다.
어제 주말 농장 가서 1시부터 7시까지 일했다. 중간중간 비가 내리는데도 밀짚 모자 하나 쓰고.
내밭 김매고, 수확하고, 감자 캐고, 미나리 따고, 남의 밭까지 김매주고....
ps. 알라딘이 왜 책임이 있냐구요?
알라딘엔 FTA 관련 소식을 모으는 분들, 적절한 비판을 하는 분들, 그리고 그런 글들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이 계셔서, 이정도가 바깥 사회의 일반적인 인식 수준인 줄 알았다가 토요일에 충격 받았어요.
제가 병원에 갇혀 지내는지라 바깥 물정을 너무 모르고 있었나봐요.
ps2. 혹시 제가 너무 앞서나가는 것 같지는 않나요?
광신도들이 길거리에서 "찬미** 불신 지옥" 피켓 들고 다니는 것과 내가 과연 무슨 차이가 있나 고민할 때가 있어요. 이럴 때 서재 지인들의 냉정한 조언이 도움이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