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 전,  티비의 '빛나라 지식의 별'인가 하는 프로그램에서 나온 내용.

" 지방의 어린이들은 ( ________ ) 할 때는 사투리를 쓰지 않는다."  는 문제였는데,

그 괄호의 답이 '소꿉놀이'였다.

이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전라도, 경상도, 강원도, 제주도의 어린이들이 소꿉장난하는 모습을 찍어 방영했다.

정말 신기하게도 구수한 사투리를 쓰던 애들이, 소꿉놀이를 시작하자 거의 완벽한 표준어를 쓰는 것이었다!

이런 현상에 대한 해설이, 소꿉장난은 생활속에서보다는 방송이나 유치원에서의 역할모델을 배워서 표준어를 쓰게 되는 것 같다는 것이다.

 

내가 유감인 것은, 사투리를 쓰고 안쓰고가 아니라,  소꿉놀이를 하는 아이들이 말하는 대사와 역할이었다.

한결같이 여자애가 밥해놓고 잠 자는 남자애를 깨운다. "어서 일어나서 진지 잡수세요."

그러면 남자애가 마지못한 듯 일어나서 밥 먹는 시늉. 

그 담에는 남자애가 출근 준비를 한다. "여보 넥타이좀 매줘." 

여자애가 "네" 하고 매는 척을 해준다.

 

.... 지역을 불문하고 큰 차이 없이 이런 내융 중심이다.

정말 우리 아이들은 이런 소꿉장난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것인지? 

또 이런 모습을 보고서도 아무도 문제를 못느끼는 것인지? (이걸 찍어서 무심하게 방송한 사람들도?)

남자와 여자의 역할에 대해서 어려서부터 이렇게 교육을 하고, 아이들이 이렇게 노는 것을 바로잡아주지 않는다면, 이 아이들이 커서도 이런 남/여 역할에 물들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아이들이 이런 모습을 집에서 보았다면, 집에서의 부모의 평소 모습을 보고 자라는 어린이들을 위해서라도 어른들이 평소 좀 더 조심해야 할 것이고, 
유치원과 방송의 교육의 영향이 컸다면, 남자와 여자의 역할에 대한 교육이 잘못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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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그래도 이 프로를 보고 기분이 상해 있었는데, 몇일 전 영어회화 선생님이 영국 BBC의 인터넷 뉴스 중에서 한국의 기사를 복사해 오셨다. 

제목이 South Korea's 'Wife-training' school 이다.

결혼을 앞둔 규수들을 교육하는 학원에 대한 기사인데, 교육 내용을 보면....

'절대 남편에게 무엇을 할 것인지 지시하지 마라(Never tell a husband what to do).'

'소리가 나는 신발을 신지 마라 (Don't wear noisy shoes)'

' 남자가 손을 잡으려고 할 때 두 번 거절하라(Reject first two offers to hold hands).' 

---- 뭐 이런 내용이란다. 이 학원을 수료하면 좋은 집안에 시집갈 때 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나...

이 21세기에 무슨 해괴한 풍습인지! 

애나 어른이나.....  ㅡㅡ;;

(나도 개탄을 하고는 있지만, 시어른들 앞에서 남편에게 무슨 일을 해달라고 시키지 못한다. 이런 것은 우리 대가 마지막이라 속으로 투덜대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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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4-08-12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으으....아니 요즘도 저런 대사가 오간답니까? 애들이나 어른이나? 으으으.
어쨌거나...BBC에 가서는 "아이고, 이게 왠 국가적 망신"하고 또 흥분하다가.
님의 마지막 한마디....음, 저도 갑자기 기가 죽습니다. 시댁에서는, 시어른들 앞에서는...하고 참아주는 그 많은 것들!

starrysky 2004-08-12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이들 소꿉장난 하는 모습에 기절했습니다. 어느 동네 사는 아이든 대사며 모습들이 똑같더군요. 웬 '진지 잡수세요'?? '넥타이 좀 매줘??' 크허헉! 설마 이 땅의 대다수 엄마아빠가 늘상 그러고 산단 얘기인가요?? 우어우어, 열 올라욧!!!!

조선인 2004-08-12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케케케켁!!!

미완성 2004-08-12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그러고보니.....저도 어릴 적에 그렇게 놀았다는 생각이 들면서.....으어어어어어어- 화르륵 느껴지는 이 민망함을 어찌할 수가 없어요--------!
아이들은 그러면 안되는데...흑흑. 버릇되면 안되는데...ㅠㅠ

sooninara 2004-08-12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진지...전 그냥 식사하세요...밥 먹어요..평소엔 남편에게 반말하는데..그래도 밥먹어 하기엔 쬐끔 그래서요...방송에서 너무 생각이 없지요?
시집 잘가는 규수라..저런 학원 다닐려면 돈있는 집이겠죠..대부분의 한국여자는 안그럴걸요?

ceylontea 2004-08-12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꿉놀이 정말 유감입니다...

호랑녀 2004-08-12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조것이 어떤 학원이래유? 와이프 트레이닝 스쿨? 뭐지? 예지원 뭐 이런 덴가?
뭐 시부모님 앞에서 평소와 조금 다르게 행동하는 것... 것두 일종의 효도 아니겠습니까? 허허...
(가을산님, 잘 받았습니다. 진짜 고맙습니다... 이 은혜를 우찌 갚아야 할지 ... )

가을산 2004-08-12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그래서 영어 샘께 뭐라고 해명했냐면요, 원래 좋은 집안에서는 그런데 안보내고, 돈만 있고 무언가 자격지심이 있는 사람이나 갈거라구요.....
저보다도 같이 배우는 다른 남자 선생님이 '이건 문화적 편견에 의해 희화화 된 것이다'라고 더 흥분하셨답니다.

반딧불,, 2004-08-12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이런
유아교육에 강력한 항의를 해야겠군요.

panda78 2004-08-12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지 잡수세요? ;;;;; 어른들께 하는 말 아닌가? 넥타이 나는 못 매는데?
도대체 언제가 되어야 변하려나요...

마태우스 2004-08-12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들이란 엄마 아빠가 하는 걸 보고 배우는 거겠지요. 그러니까 실제 가정에서 저딴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남자가 주로 연하랑 결혼을 하는 것도 저런 현상을 부추기는 듯...

superfrog 2004-08-13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과서 삽화 작업할 때도 대부분 아빠는 소파에서 신문 보고 앉아 있고 엄마는 앞치마 입고 싱크대 앞에 서 있는 그림이 많았어요. 그래서 우리팀이 책 만들 때는 막 바꿔버렸죠..^^;; 아빠가 설거지하면서 엄마한테 도와달라는 설정으로 말이죠..ㅎㅎ

2004-08-13 1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립간 2004-08-14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유감입니다. (그러나 느낌은 여기에 댓글을 달아주신 분과 다르네요.)

털짱 2004-08-14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소꼽놀이 못 해봤어요.. 넥타이도 맬 줄 몰라요. 그래두 남정네 손목은 잡아보고 싶어요. ㅜ_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