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거리는 텅 비어 있었다. 울지도 않고 아무 생각도 없이 거리를 걷는동안 가로등 불빛만 거리를 비추고 있었다. 하늘은 캄캄했다. 나무들이 있었고허드슨 강이 거무스레하게 말없이 흐르고 있었다. 내가 리버사이드 공원에서 얼굴을 땅에 대고 몸을 뉘었을 때처럼 땅은 차갑고 축축했다. 언덕 위쪽, 리버사이드 거리에는 부유한 사람들이 사는 집들이 있었다. 평화롭고 사치스럽게 살고잠자는 그들은 낮에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그곳에 사는 여인들은 일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내 어머니는 다감하고 감미로운 분이었지. 아버지가 저곳 남자들처럼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았더라면……. 부잣집 아들들은 공부하러 가는데, 내남동생들은 허기져서 죽는구나. 내 남동생, 아직 어린 나이에 그토록 비참하게살다 갔구나. 우리는 저기 부유한 사람들 대신 값을 치르고 있는 거야. 우리 내남동생들과 나와 같은 사람들이………… -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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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혼 여성의 ‘체면‘은 노예 상태와 열등감을 받아들임으로써 지켜지는 것 같았다. 남자들은 자유롭고 지성적인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무도 결혼 전에  남자들이 여자와 맺은 관계를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남자들이 젊은 오기로 난봉을 부린 것쯤으로  치부된다. 타락한 남자나 부정한 남자나 몸을 망친 남자란 말 자체가 없었다. 그런데 왜 남자들은 여자에 대해서는 그런 말들을 해 왔던가? 나는 그 이유를 발견했다! 여자들은 생계 때문에 남자에게 의지해야만 했다. 여자가 자기 생활비를 벌며 평생 그렇게 산다면 남자처럼 독립적으로 살 수 있다. 바로 그 점이 사람들이 남자를 경멸하지 않는 까닭이었다.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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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돌보다 - 의무, 사랑, 죽음 그리고 양가감정에 대하여
린 틸먼 지음, 방진이 옮김 / 돌베개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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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목에 책의 내용이 다 들어 있다. 의무, 사랑, 죽음, 양가감정. 늙은 부모를 돌보는 일은 미국과 한국이 별로 다르지 않다. 애쓸수록 죄책감도 늘어나는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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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계절
권여선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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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여선의 책은 처음인데 알고 보니 내 또래인듯.
중년인 내가 잊었던 과거를 기억해 내는 이야기들.
어떤 계기에 의해서.
관계가 얽히고 좋았던 기억, 나빴던 기억이 떠오른다.
꼭 좋았다, 나빴다 그런 종류가 아닌 기억들.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면 마땅한 답이 떠오르지않는 그런 기억들.
그때로 돌아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나의 괴롭고,힘들고, 어리석었던 그 과거가 현재의 나를 만들었다.
어쩔수도 없지만 굳이 미화하거나 변명하지 않고 지금 할 수 있는 일, 현재의 나를 바꾸는 일, 그것은 할 수 있겠다.
‘어떻게든‘.

직시하지 않는 자는 과녁을 놓치는 벌을 받는다. - P40

나를 지키고 싶어서 그래. 관심도 간섭도 다 폭력 같아. 모욕 같고 그런 것들에 노출되지 않고 안전하게, 고요하게 사는 게 내 목표야. 마지막 자존심이고, 죽기 전까지 그렇게 살고 싶어. - P75

아직 희망을 버리기엔 이르다. 나는 서두르지도 앞지르지도 않을 것이다. 매년 새해가 되면 1월 23일의 음력 날짜를 꼬박꼬박확인할 것이다. 운이 좋으면 죽기 전에 한번 더 진정한 왈츠의 날을 맞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날 나는 숲속 식당의 마당에 홀로 서 있지 않을 것이다. 다리가 불편한 숙녀에게 춤을 권하듯 누군가 내게 손을 내밀 테고 우리는 마주서서, 인사하고, 빙글 돌아갈 것이다. 공중에서 거미들이 내려와 왈츠의 리듬에 맞춰 은빛거미줄을 주렴처럼 드리울 것이다. 어둠이 내리고 잿빛 삼베 거미줄이 내 위에 수의처럼 덮여도 나는 더는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 P241

기억이 나를 타인처럼. 관객처럼 만든 게 아니라 비로소 나를 제자리에 돌려놓았다는 걸 아니까. -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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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하다가 문득 그럴수도 있지 한다. 인간의 자기 합리화는 타인이 도저히 이해할 수없는 비합리적인 경로로 끝없이 뻗어나가기 마련이므로, 결국 자기 합리화는 모순이다. 자기 합리화는 자기가 도저히 합리화될 수없는 경우에만 작동하는 기제이니까.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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