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 쓰기의 기술부터 작가로 먹고사는 법까지, 누구도 말해주지 않은 글쓰기 세계의 리얼리티
정아은 지음 / 마름모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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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되건 안되건 쓰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그렇다. 쓰고 싶은 마음때문에 쓰는 것이다.  그것이 쓰는 사람의핵심이고, 쓰는 사람의 전부다. -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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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구경하는 사회 - 우리는 왜 불행과 재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가
김인정 지음 / 웨일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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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일에 대해 매번 회의한다는 것은 일을 행하는 것보다 몇 배나 힘든 일이다. 끊임없이 본인의 직업 윤리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이 패배감,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고통을 보는 이유는 다른 이의 아픔에 공감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연대를 통해 느슨한 공동체를 일시적으로나마 가동하여 비슷한  아픔을  막아내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이 일이 왜 일어났는지  살펴보고, 누가 잘못을 저지른 것인지 알아내고 구조적인 문제점을 파헤쳐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감시하는 게  동료시민의 역할이다. 우리의 시선이  어디에, 얼마나, 어느 정도의 섬세함으로 머물러야하는지, 어느 방향으로 옮아가야  하는지까지가  이야기 되어야 한다. 기자의, 미디어의 카메라의  윤리가  결정되는 것도 이러한 지점에서다.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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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
이주혜 지음 / 창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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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를 잘 팔았다는 말이 무슨 뜻인가.

왜 그 의무는 딸에게만 주어지는가?


이주혜는 다른 글에서 자신이 바로 '터를 잘 판' 딸임을 밝힌바 있다.

남동생이 태어난 뒤 친척들이 자신에게 하는 인사는 '네가 터 잘 판 아이냐'는 것이었다.

바로 밑에 남동생을 둔 딸의 존재이유는 다만 '터를 잘 팔기' 위한 것일까?

딸은 바로 밑의 동생의 성별을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

말도 안되는 소리인데 어른들은 곧잘 아무렇지 않게 그런 말을 한다.

이 소설에서 등장하는 어떤 어른들처럼.

아이가 선택할 수 없는 부분에 책임을 묻고 비난하며 폭력을 휘두른다.

외모만 보고 자기맘대로 여자아이를 남자아이로 착각한 지휘자는 맑은 목소리의 주인공이 여자임을 알게 된 순간 '더럽다'고 말한다.

사업이 망해 도망자가 된 남편을 대신해 시어머니와 딸을 건사해야 했던 엄마는 그 와중에 둘째를 임신하고 '폭폭한' 삶을 견디느라 딸의 상처를 보듬을 여유가 없다.

대대로 살던 집을 빚잔치로 팔아넘기고 이사를 하는 날, 임신부인 엄마와 아이는 엄마의 언니집에 잠시 머문다.

심심해하는 아이에게 이모는 엄마의 사진이 담긴 사진첩을 보여준다.

소녀는 한껏 사랑받고 있었다. 소녀의 미래는 온통 행복으로 도배된 것처럼 보였다. 미래를 향해 반짝이는 소녀의 눈빛을 보고 어느 누가 감히 불행을 점치겠는가? 시옷은 다시 교복 입은 소녀의 사진으로 돌아갔다. 소녀의 골똘한 눈빛에 점점 노여움이 묻어났다. 소녀가 시옷을 노려보았다. 전부 너 때문이야. 소녀가 시옷의 허벅지를 꼬집으며 말했다. 너만 아니었어도. _235쪽

아이는 가련하게도 엄마가 불행해진 것을 자기 탓으로 여긴다. 엄마가 자기를 왜 미워하는지 이해한다.

열살의 아이가 자기 탓을 하다니.


어른이 된 딸(시옷)은 자기를 배신한 남편과 그로 인해 접어야 했던 사업, 남편과의 별거를 엄마탓으로 돌리고 연락을 끊은 딸 등 여러 상황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다.

정신과 진료를 받으러 가는 날 학살자가 침대에서 편안하게 죽었다는 뉴스를 보고 분노에 차서 욕을 한다.

정신과 의사는 시옷의 기분을 묻고, 시옷은 분노라고 답한다.

왜? 학살자가 사과 한마디 없이 죽어버렸기 때문이라고 대답하자 의사는 "환자분은 사과가 중요한 사람이군요"

라고 말한다.

의사는 불안과 공포를 치료하는 방법의 하나로 일기 쓰기를 권한다.

시옷은 인터넷 검색으로 일기 쓰기를 하는 글쓰기 교습소를 찾아내 등록한다.

'당신의 삶을 써보세요. 쓰면 만나고 만나면 비로소 헤어질 수 있습니다' 두 문장이 한 구절씩 차례차례

화면에 떴다. _16쪽

일기쓰기 교실에서는 서로 별명을 지어 부르기로 하고 주인공은 자신의 별명을 시옷이라고 정한다.

소설은 시옷이 주마다 써오는 일기의 내용이 주를 이루며 과거와 현재가 섞인다.

시옷의 삶에는 마치 자신에게 그런 권리가 있다는 듯이 무례하게 구는 사람들도 있지만 시옷을 사랑하는 아버지와 할머니, 친구들도 있었다.

일기 쓰기의 장점이라고 해야하나.

매 주 써온 일기를 수강자들 앞에서 읽어가면서 힘든 삶을 스스로 다독이고 긍정하는 마음이 시옷을 불안과 공포에서 서서히 구해낸다.


기억이란 왜곡되기 일쑤지만 그래서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중년의 나이란 그런건지도 모른다. 앞날보다는 지난날에 대한 생각이 더 많아지는.

중학교때부터 꾸준히 썼던 일기를 다 없애버릴 때는 과거를 더이상 돌아보기 싫어서였다.

억압과 의무로 가득찼던 내 삶이 싫고 그렇게 살아온 삶이 후회스러웠다.

습관은 무서운 거라 그후에도 일기를 쓰고 없애기를 반복하고 있지만 현재의 일기는 이전의 내용과 다르다.

느낌없이 사실만 기록하려고 애쓴다. 늘 실패하지만.


시옷이 받아내지 못한 사과에 대한 분노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나 역시 당연한 것처럼 행사하는 타인의 무례함에 속절없이 당하던 시절의 분노를 품고 있다.

품고만 있고 터뜨릴 기회를 얻지 못한 분노는 매일의 일기에 고스란히 기록되었다. 

그러니 살려고, 살아내려고 일기를 없애버리는 것이다.

소설 속 일기교실 홍보글에는 '쓰면 헤어질 수 있다'고 하지만 결코 헤어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냥 희석되는 거라고, 세월과 함께 묽어지는 거라고 생각한다. 

살아야 하니까.

넘어가지 마

시옷이 내 말을 알아들었나? 꿈속의 시옷이 고개를 돌려 나를 본다. 순간 나는 깨닫는다. 시옷은 문턱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전부 알고 있다고. 알면서도 기어이 저 경계를 넘어가려 한다고.······저 너머에 어떤 음험한 세계가 아가리를 벌리고 있을지라도 우리는 기꺼이 경계를 넘어야 한다고._224~2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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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밀크
데버라 리비 지음, 권경희 옮김 / 비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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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의 죽은 자들을 애도하고 슬퍼해야 하지만 그들이 우리 삶을 빼앗게 두어선 안됩니다." 364쪽


끊임없이 통증을 호소하며 자신을 진료한 의사들을 모두 좌절시킨 어머니.

병명을 알아내려고 집을 저당잡혀 대출을 받은 돈으로 스페인의 클리닉을 찾아가는 모녀.

딸은 걸을 수 있는데 걸을 수 없는(없다고 주장하는) 어머니를 이해할 수 없다.

클리닉의  의사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치료를 시작한다.

그동안의 진료내용을 살펴보고 모녀관계를 정확하게 꿰뚫어본 의사는 어머니와 딸을 분리하려고 여러가지 처방을 한다.

무력하기만 했던 딸은 끊임없이 딸을 자기 영향력 아래 두려고 하는 어머니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애쓰던 와중에 

우연히 엄마가 너무 자연스럽게 걷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딸은 휠체어에 탄 엄마를 도로 한가운데 두고 떠나버린다. 

엄마가 걸을 수 있다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을 것이므로.

그길로 클리닉의 의사를 찾아간 딸이 엄마의 생사를 걱정하며 울 때 의사는 위의 저 말을 해준다.


나의 나 됨은 나와 관계된 사람들, 주변 환경, 상황들이 합쳐진 결과이다.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가진 문제들이 있다.

산다는 것은 자신이 가진 문제를 어떻게든 풀어나간다는 것으로 나는 이해한다.

그런데 자기 문제를 자기가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이 내 가족일 때 상황은 복잡해진다.

자기의 삶만 챙기느라고 아내와 딸을 배신하고 한 순간에 사라져버린 아버지.

남편에게 배신당한 상처를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무너져버린 어머니.

부모란 뭘까, 또 자식은 뭘까.

남편이 나를 배신했다고 나를 일부러 망가뜨릴 필요가 있는가.

어머니가 병을 핑계로 내 삶을 쥐고 흔들려고 할 때 반항하지 않고 따르는 것이 자식의 도리인가.

누구라도 내 삶을 빼앗게 두어서는 안된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 태어나서 영양실조로 마흔도 못되어 죽은 엄마와 스물도 되기 전 애 낳다가 죽은 언니, 몸을 팔아 언니와 조카들을 도와준 이모의 삶을 보면서 결혼과 출산에 대해 공포를 갖게 된 마리.

아그네스 스메들리의 자전적 소설 『대지의 딸』에서 주인공 마리는 남편에게 경제적으로 종속된 아내는 결국 자신의 삶 전체를 남편에게 뺏기게 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안다.


"그러나 마리야, 네가 아주 아주 교육을 많이 받게 되면 부자와 결혼하게 될지도 몰라. 네 몸을 아낄 필요가 뭐 있니? 너도 언젠가는 늙을 텐데."

"이모! 저는 몸을 아끼고 있는게 아니에요. 아무튼 저는 어떤 남자건, 남자를 위해 몸을 아끼고 있는 건 아니란 말이에요. 

내가 부자가 된다면 그건 남자 때문이 아니라 내가 번 돈 때문이어야 해요."  227쪽


여자는 어쩔 수 없어, 다른 여자들도 다 그렇게 살잖아? 마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기회가 닿는대로 배우고, 닥치는 대로 일을 해서 돈을 번다.

가난이, 부모가, 남편이 자기의 삶을 맘대로 하지 못하게 한다.

알고 행할 수 있는 용기가 그녀에게 있어서 다행이다.


나는 평생 어머니 시중을 드는 사람이었다. 나는 웨이트리스였다. 어머니 시중을 들고 어머니를 기다리는. 무엇을 기다렸던 걸까? 그녀가 진정한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기를? 아니면 그녀가 거짓된 자아 밖으로 나오기를? 그녀가 자신의 우울함을 떨치고 활기찬 삶으로의 티켓을 구입하기를? 내 티켓도 한 장 같이 사기를. 그래, 난 그녀가 날 위한 좌석도 맡아주길 평생 기다려왔다. - P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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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돌보다 - 의무, 사랑, 죽음 그리고 양가감정에 대하여
린 틸먼 지음, 방진이 옮김 / 돌베개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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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목에 책의 내용이 다 들어 있다. 의무, 사랑, 죽음, 양가감정. 늙은 부모를 돌보는 일은 미국과 한국이 별로 다르지 않다. 애쓸수록 죄책감도 늘어나는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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