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가 깊은 사람에게는 누군가를 맡을 힘이 없다는 것, 눈으로 보이지 않는 편까지 헤아려 누군가의 선의를 알아주기 힘들다는 것까지는 나 역시 헤아리지 못했다. - P217
옷 안섶에 각자의 이름이 새겨진 그 옷을 선배는 유독 아꼈으니까. 그걸 입고는 사무실 의자에도 앉지 않았다. 그렇게 해야 입는 사람에게도 그 옷의 권위가 생긴다는 것이었다. 법정을 나와 일상으로 돌아오면 당연히 벗어서 그 권위가 일상의 자신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며 스스로 삼가는 것. - P201
지금 생각하면 그때 소년 고오세가 보여준 태도는 소중한 것이었다. 지기를 드러내려 하지 않고 나에 대해 궁금해했기 때문이었다. 네가 좋아하는 것, 네가 어제 저녁에 보았던 것, 네가 하고 싶은 것이 대체 뭐야, 하는. - P193
어깨가 아픈 여성 재봉노동자는 작업장에서의 노동으로 어깨 통증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가 어렵지만, 이에 비해 남성 건설노동자가 다리 통증을 호소한다면 쉽게 재해 인정이 된다고. - P189
가장 격렬하게 법을 거부하는 존재가 있다면 그건 다름 아닌 피고인이었다. 법의 엄정함과 위력, 잔인함을 목도하는 것도 그들을 통해서였다. - P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