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 머무는 동안 나는 민낯의 나를, 그렇게오래도록 내 얼굴을 본 것은 처음이었으니까 나는 이제 내가어떻게 생겼는지 잘 안다. 더는 한국의 새벽 네시도 두렵지않다. - P108
조금 전 실패는 하나도 부끄럽지 않다는 듯 소녀는다시 공을 던졌다. 나는 소녀에게 농구가, 나에게 글쓰기와같은 것이라는 걸 안다. 실패해도 그다지 부끄럽지 않은 것.그저 내가 나를 만족시킬 때까지 끝없이 하는 것. 마음과 몸이전부다 쏠리는 것. - P95
몇백 년 전까지 여성에게 자기만의 방이 필요했다면, 이제너무도 많은 기대를 품고 사는 우리에게 자기만의 공원이필요하지 않을까.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딸로서 혹은 엄마로서잘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 너무 오랫동안 내 민낯을 보지 못한우리에게 말이다. - P74
그러니까 한 달이란시간은 이곳에 여행자로 있기에도, 공동체구성원으로 있기에도 애매한 시간이었다. 애매해서어디에 속하지 않았고, 속하지 않았기에 살면서처음으로 ‘일인 팀‘이 된 기분이었다. 나만 잘하면되는 나만 행복하면 되는 나를 잘 돌보면 되는 내의견에 귀 기울이면 되는……. - P64
그 불편함이란 계획이 틀어지는 것에대함이 아니고, 충분히 틀어도 되고, 오늘 꼭 정한 분량을 다하지 않아도 되는데 ‘나를 위해서‘ 선택해야 한다는 부담감, 그리고 그걸 이행하지 않아서 ‘결국 또 나를 등한시한 나‘가 되는 것에 대한 불편함이다.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으려면 노래가 필요했다. 내 정신을 붙잡고 함께 흘러가줄 멜로디가. - P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