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의 계절
권여선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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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여선의 책은 처음인데 알고 보니 내 또래인듯.
중년인 내가 잊었던 과거를 기억해 내는 이야기들.
어떤 계기에 의해서.
관계가 얽히고 좋았던 기억, 나빴던 기억이 떠오른다.
꼭 좋았다, 나빴다 그런 종류가 아닌 기억들.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면 마땅한 답이 떠오르지않는 그런 기억들.
그때로 돌아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나의 괴롭고,힘들고, 어리석었던 그 과거가 현재의 나를 만들었다.
어쩔수도 없지만 굳이 미화하거나 변명하지 않고 지금 할 수 있는 일, 현재의 나를 바꾸는 일, 그것은 할 수 있겠다.
‘어떻게든‘.

직시하지 않는 자는 과녁을 놓치는 벌을 받는다. - P40

나를 지키고 싶어서 그래. 관심도 간섭도 다 폭력 같아. 모욕 같고 그런 것들에 노출되지 않고 안전하게, 고요하게 사는 게 내 목표야. 마지막 자존심이고, 죽기 전까지 그렇게 살고 싶어. - P75

아직 희망을 버리기엔 이르다. 나는 서두르지도 앞지르지도 않을 것이다. 매년 새해가 되면 1월 23일의 음력 날짜를 꼬박꼬박확인할 것이다. 운이 좋으면 죽기 전에 한번 더 진정한 왈츠의 날을 맞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날 나는 숲속 식당의 마당에 홀로 서 있지 않을 것이다. 다리가 불편한 숙녀에게 춤을 권하듯 누군가 내게 손을 내밀 테고 우리는 마주서서, 인사하고, 빙글 돌아갈 것이다. 공중에서 거미들이 내려와 왈츠의 리듬에 맞춰 은빛거미줄을 주렴처럼 드리울 것이다. 어둠이 내리고 잿빛 삼베 거미줄이 내 위에 수의처럼 덮여도 나는 더는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 P241

기억이 나를 타인처럼. 관객처럼 만든 게 아니라 비로소 나를 제자리에 돌려놓았다는 걸 아니까. -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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