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었을 때는 '이제 책 좀 읽어볼까' 하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책을 펴들고, 아무 방해없이
반나절이고 한나절이고 책을 읽는 것이 가능했지만, 요즘처럼 사는 것이 바쁠 때는 막상 책을 읽기 위한
시간을 낸다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내게는 출퇴근길 전철에서 짬짬이 읽는 책이 얼마나 꿀맛같은 안식인지 모른다..
그런데, 그 작은 안식마저도 누리기가 어찌나 힘들어지는지..
어느 노선이나 필수처럼 설치되어 있는 모니터도 그렇고
특히나 소리까지 나올 경우에는 신경이 그쪽으로 쏠리는 것을 막아볼 재간이 없다.
그보다 더욱 곤혹스러운 것은 출근길마다 내게 강요되는 무료일간지를 뿌리치는 일이다.
양 옆에서 다른 종류의 일간지를 들이밀어대면 거의 대부분 나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계단으로 도망치지만
매일 반복되는 그 지루한 싸움에 지쳐 아주 가끔은 아무 말 없이 그것들을 들고 지하철을 타게 된다.
신문이나 뉴스를 통해 세상돌아가는 일을 알게 되는 거야 고맙고 반가운 일이지만
나에게 아무런 선택권 없이 들이밀어지는 수 가지의 무료일간지들 앞에 가슴이 답답해질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매일 뿌리치고 가는데 이제는 내 얼굴을 좀 알아주고 나한테는 주지 않았으면..하는 바램을
매일 아침 가지지만 역시나 지하철역이 가까워 올수록 괜시리 미안해지고 마음이 답답해지는 것이다.
그저 거기 놓여있다면, 원하는 사람만 선택해서 가져가도록 거기 그렇게 있으면 좋을 것을..
별 것도 아닌 매일의 일상사일 수도 있겠지만, 역시 내겐 뿌리치는 일도 모른 척 돌아서는 일도 어렵고 신경쓰이는 일이다.
정말이지, 지하철 타고 가는 길이 즐거웠었는데..나 뿐일지 몰라도, 아쉽고 속상한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