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안녕하려면 - 하이타니 겐지로 단편집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츠보야 레이코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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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타니 겐지로의 소설집 [우리와 안녕하려면]은 그의 속내를 들여다보는 것 같은, 마치 수필같이 느껴지는 그의 이 단편소설들이 참 맑다. '한국어판 서문'에 고백한 그 자신의 이야기가 다섯 편의 단편에 고스란히 담겨서일까. 자기 경험과 생각에서 나온 자연스러운 이야기들은 굳이 남의 이야기라 할 것도 없는, 작가가 주인공이고 화자인 꾸밈없는 진실이 느껴진다.

다섯 단편들에선 모두 약자에 대한 사랑과 배려, 그들을 온 몸으로 보듬으려는 따뜻함이 편안하게 다가온다. 첫 작품인 <물이야기>는 내가 한국인 독자이기 때문에 더욱 그랬겠지만, 재일한국인으로 살며 억울하고 분한 삶을 일본 소년들과의 수영시합 이야기로 담담히 풀어낸 것에서 더 깊은 감명을 받는다. 또 비슷한 맥락의 작품인 <손>은 불구인 손을 가진 선생님께 드리는 학생의 편지글로 일본인으로서 갖는 전쟁에 대한 반성과 회환이 깔끔하게 잘 담겨있는, 내겐 가장 좋았던 작품. 전혀 격하거나 유치한 직설적인 표현은 없지만 이야기 전개와 서술방식은 상당히 매력적이면서도 깊고도 슬픈 울림을 갖는다. 그리고 장애 어린이 학생과 선생님의 이야기인 <소리>, 인도네시아 여행 중 만난 어느 남루한 소년과의 눈의 대화 이야기인 <눈>, 불합리한 교육환경과 친구들의 예쁜 이야기인 <친구>까지, 다섯 단편들은 하나같이 작지만 정교하고 소중한 보물과 같은 이야기다.

[우리와 안녕하려면], 작가 하이타니 겐지로는 우리 모두와 더불어 함께 안녕하기를 원했던 것일 게다. 참 오랜만에 완전하게 순수하고 따뜻한 시선이 가득한 작품들을 만나 행복하다. 이 책,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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