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국밥 보름달문고 13
김진완 글, 김시영 그림 / 문학동네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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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는 늘 마음 아프다. 조금이라도 슬픈 장면을 만나면 눈물을 한 바가지 쏟고야 마는 태생이라 전쟁 난리통에서 처절하게 죽거나 살아남는-어느 쪽이든 다 슬픈 법-이야기는 백이면 백 눈물 한 바가지다. [아버지의 국밥]을 읽고도 여지없이 울고 말았다. 증조할아버지의 제삿상엔 국밥 한 그릇과 막걸리만 올리는 은진이네 가족 이야기는 6.25 전쟁을 겪는 곧 나의,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의 그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은진이의 아버지인 두수가 어렸을 적, 전쟁이 시작되었으나 두수의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리느라 차일피일 미루던 피란길을 떠나는 장면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피란길, 가족과 헤어져 두수와 여동생 단 둘의 힘겨운 발걸음을 따라 전쟁의 슬픈 이면을 만날 수 밖에 없다. 죽은 사람 위를 걷고, 죽은 사람에게 매달려 우는 아기를 외면하고, 멀쩡히 서서가던 사람들이 눈 깜짝할 새 죽어나가는 모습을 목격한다. 어찌하리오. 전쟁이 슬픈 이유가 바로 그렇게 힘없는 수많은 사람이 이유없이 죽어나가는 것인 걸...... 그 와중에 두수가 만났던 청년 한대수는 사람들 마음 속에 응어리맺힌 슬픔과 분노를 발산시키는 작은 분출구여서 잠시나마 해방감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그는 이쪽편에도 저쪽편에도 서지 못하는 전형적인 전쟁의 희생양이었고, 여동생을 어여삐여겨 알뜰살뜰 돌봐주던 꿀꿀이죽 아줌마, 후에 어머니의 재봉틀을 훔쳐간 도둑 역시 전쟁이 낳은, 전쟁을 탓할 수 밖에 없는 슬픈 인간 군상이다.

[아버지의 국밥]은 치고 박는 싸움과 피비린내나는 전쟁터를 그리는 대신, 그 뒤에서 나의 가족이었고 이웃이었던 사람들이 어떻게 그 세월을 겪고 견디어왔는지, 결국은 가슴마다 얼마나 크고 깊은 상처를 남겼는지를 차분하게 그려냈다. 아버지를 다시 만난 두수가 국밥과 막걸리를 사이에 두고 모진 피란길에서도 한 방울 흘리지 않았던 눈물을 뚝 뚝 떨어뜨리게 만들었던 그 세월...... 그 세월의 앙금이 뜨끈한 국밥 한 그릇으로 속 시원히 풀어지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다 풀어지지는 못해도 최소한 절대로 잊혀지지 않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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