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족보 책읽는 가족 57
송재찬 지음, 임연기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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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달린 사람에 관한 제주도 설화를 바탕으로 한 동화 [비밀족보]. 날개가 달렸다고 하면 뭔가 신비롭고 아름다운, 성스러운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나요? 우리가 천사의 이미지를 날개달린 흰 사람으로 그리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전혀 들어보지 못했던 제주도의 설화인데다 날개달린 사람이라니, 환상적인 이야기겠지요? 

[비밀족보]에 등장하는 날개달린 사람은 제주도의 지역적 특성과 상당한 관계를 갖고 있더군요. 제주도에서 나는 귤은 모두 임금에게 바쳐야했기에 제주도 사람의 것이면서도 정작 그들은 먹지 못했고, 귤에 관한한 작은 실수라도 관리들에게 호된 벌을 받아야만 했다고 합니다. 좌천되어 온 관리들은 섬사람들을 보살피기는 커녕 자기 욕심만 채우기에 급급했으니, 섬사람들의 삶은 날로 피폐해져갔지요. 저로서는 처음 알게된 이 이야기가 놀랍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섬사람들의 절망이 극에 달할 때 모습을 드러낸다는 날개달린 사람. 그들의 분노와 희망을 상징하는 사람. 그들에게 평화를 가져다주는 사람. 그 사람이 나타났을 때 가족들은 쉬쉬했습니다. 관리들이 알았다가는 당장 잡혀가기 때문이지요. 

이 설화는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것이겠지만 제주도의 방언을 적극적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낯설기도 한 한편 이국적으로까지 느껴졌습니다. 날개를 가진 사람이 날개를 잃어야만 했던 것, 그러나 결국 거대한 작품으로 환생한 것, 또 그의 영혼은 결국 불행으로 끝난 것, 모두 색다른 이야기임에 틀림없습니다. 

한편 [비밀족보]는 이 설화와 현실을 묶어 책을 읽는 어린이 독자에게 교훈적인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겨드랑이에서 심한 아픔을 느낀 은익이는 꼭 그 설화의 주인공 같지요. 자신도 전혀 모르고 있던 가문의 비밀이 은익이에게 힘을 주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설화와 현실이 '가문(족보)'라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긴 하지만 두 이야기 사이가 너무 동떨어진 듯 간극이 느껴진다는 것과 설화 부분이 너무 길고 장황해서 뒤로 갈수록 재미가 덜하다는 것입니다. 신비롭고 환상적이긴 하지만 이야기에 몰입하게 하는 매력은 조금 떨어진다는 느낌이에요. 조금 더 쉽게, 조금 더 단순화시켰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재의 발굴과 참신함은 인정합니다만, 그래서 더 아쉽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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