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상황 - 닥터 헨리의 법의학 사건 파일
헨리 C.리.토마스 W.오닐 지음, 정영문 옮김 / 북앳북스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있쟎아, 이거 진짜 있었던 얘긴데 말이야~"라고 말문을 열면 무심하다가도 귀가 솔깃해진다. 그 '진짜' 얘기가 가져올 긴장과 놀라움과 비밀스러움이 자못 기대되지 않는가? 

[실제상황-닥터 헨리의 법의학 사건 파일]은, 당황스럽게도, 나의 그런 기대를 깨끗이 져버렸다. 분명 책 뒷커버에는 이 책을 '셜록 홈스와 포와로와 C.S.I.수사대에 필적하는 책'이라고 했고, 모 서점에선 '닥터 헨리 리가 자신의 수사 경험을 재구성한 미스터리 소설이다'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라고 소개하고 있건만.. 도대체 이 책의 어느 대목을 보고 미스터리 소설인데다 생생하다고 했는지 묻고 싶다. 게다가 홈스와 포와로에 필적한다는 말도 안되는! (유감스럽게도 C.S.I.수사대를 나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뭐라고 반박할 수 없지만 C.S.I.매니아에겐 심히 불쾌한 소개일 것이 분명하다.)  

간단히 말해서 이 책은 유명 법의학자가 쓴 사건기록일지다. 전세계적으로 떠들썩한 뉴스거리였던 O.J.심슨 사건을 포함해 모두 5가지의 실제 사건의 배경에서부터 종결까지의 기록.  

기록이라는 데 초점을 둔다면 매우 상세하고 방대한 기록이어서 의미를 가질지도 모르겠지만, 그 기록을 읽고 있노라면 지루하고 재미없다. 간혹 '아, 그렇구나~' 알게되는 몇가지 사실들이 있긴 한데, 어딘가에 떨어져있는 핏자국을 보고 어느 방향에서 각도 몇 도로 가격된 얼만큼의 충격으로 인해 생긴 것인지 내가 알아서 뭐하겠는가? "법의학을 다루고 있지만 그렇다고 전공자만이 이해할 수 있는 전문서는 아니다..(중략)..다섯 건의 살인 사건을 법의학적 관점에서 사례별로 접근하고 있는 이 책은 일반인을 위해 쓰였다"(354쪽. 역자 후기 中)고 했지만 일반인인 나로서는 동의할 수 없다. 법의학을 사건의 어느 대목에서 어떤 식으로 어떻게 적용하여 사건해결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정도만 말해줬어도 충분히 법의학적 관점으로 쓰인 일반인을 위한 책이었을 것을, 이 책은 그 정도를 넘어섰다.  

번역을 걸고 넘어지자면 한도 끝도 없다. 완벽한 직역체 문장, 그 자체다. 신기하게도 하나만 있었어도 매끄러웠을 접속사조차 거의 쓰지 않았고, 따옴표 속 대화도 거의 없다. 그래서 뚝뚝 끊기는 문장들. 

읽는 동안 괴로웠다. 나더러 그러게 왜 이 책을 선택했냐고 묻는다면, 법의학자가 살인사건을 풀어가는 미스터리 소설을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기 때문에 그런 책인 줄로 착각했다고 양해를 구할 수 밖에 없다.  법의학 전공자나 도전자라면 사례를 통한 학습의 의미로 읽어볼 수 있겠지만, 일반인이라면 시간 낭비, 강력 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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