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 작은도서관 22
문영숙 외 3인 지음, 박지영 외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몸이 아픈 아이, 마음이 아픈 아이.
이 책에 실린 4편의 동화엔 안타깝고 슬픈 사연의 주인공들이 등장하는데, 주인공이 어린이이기 때문에 읽는 내내 더더욱 가슴이 저리는 이야기다. 책 제목처럼 그 아이들에게 '일어나!'라고 용기를 주고싶은 마음이 꼭 전해지기를. 
 
첫번째 동화,<믿음이와 환희>는 시각장애인 어린이와 안내견의 따뜻한 우정을 주제로 한다. 최근 TV등 여러 매체에서 안내견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심어주려 애쓰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이는데, 아이들에겐 다른 어떠한 방법보다도 이 한 편의 동화를 읽는 것으로 충분할 것 같다.
놀이터에서 놀고있는 아이들의 소리만 들릴 뿐이어도 주인공 환희는 그 아이들과 어울리고 싶은데 '앞도 못 보는 애하고 어떻게 노냐? 그냥 우리끼리 공놀이나 계속하자'는 말을 들을 수 밖에 없고, 분식집에서 맛난 것도 먹고 싶지만 개는 들어올 수 없다는 걸 애원해야만 용인받는 상황. 시각장애인 환희와 안내견 믿음이가 얼마나 상처받았을까... 또, 안내견을 잡아가려하는 나쁜 어른때문에 클라이막스로 치달으며 더더욱 안타깝고 슬프기 그지없다. 
해피엔딩으로 끝나기는 하지만 앞으로도 세상살이가 쉽지만은 않을테니 환희와 믿음이에게 꼭 하고 싶은 말. "일어나, 언제나 힘차게!"
 
<꿈 속의 방>은 이혼 위기에 처한 부모를 둔 딸 가인이의 이야기다. 이혼률이 높아졌다고 하니 이런 상황을 겪는 아이들이 실제 꽤 많을 터. 그 아이들의 가슴아픔을 가인이의 스트레스로 인한 기면증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아마도 아이로서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어찌 할 수도 없어 잠으로 도피할 수 밖에 없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 너무나 안타깝다.
주로 동화는 시간순에 따른 전개가 많은데 이 이야기는 현재와 과거 가인이가 태아였을 때의 기억이 반복되며 전개된다. 이런 형식의 동화를 처음 본 나의 딸은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하다가 뒤에 가서야 알았다고 말하니, 여러 형식의 동화를 읽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세번째 동화는 표제작인 <일어나>. 태식이에게 라이벌 의식을 갖고 있는 주인공 민우는 태식이를 골탕먹이려고 하다가 사고를 당해 위독한 상태에까지 이르고 만다. 병실에 있으면서 태식이에 대한 민우의 생각은 달라지기 시작하고.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이야기다. 친구들 사이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묘한 경쟁심과, 또 친구의 진심을 알고 난 후 미안해 하는 아이. 심리묘사가 잘 되어 있어 어른인 나도 이야기에 푹 젖어든다.
 
마지막으로 <저녁별>. 아마도 백혈병같은 아주 어려운 병을 앓고 있는 오빠 인호 때문에 동생인 인영이는 매번 동생 인영이는 뒷전이다. 오빠는 미안한 마음에 인영이의 동요부르기 대회에 주저하는 엄마를 보내며 집에서 혼자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몸이 아파오는 인호. 인호는 어떻게 됬을까..
아픈 인호와 인호걱정에 슬픈 부모, 또 아직은 어려서 보채는 동생 인영이까지, 읽으며 정말 가슴이 저려온다. 하지만 <저녁별>은 이 슬픈 이야기를 담담하게 써냈고, 그래서 더 슬픈지도 모르겠다. 절제된 묘사라고 할까, 그런 면에서 깔끔한 수작으로 평하고 싶다.
 
세상엔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왜 그리 많은지, 모두가 꿋꿋이 일어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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