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기행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49
김승옥 지음 / 민음사 / 200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진기행> (1964)
  잘나가는 처가의 도움을 받으며 그럭저럭 제약회사에 다니던 윤희중은 전무 승진을 앞두고 무진으로 휴양을 온다. 그의 고향이었지만 별다른 특색 없는, 아니 자욱한 아침 안개가 유달리 인상 깊은 무진에서 이곳 생활의 답답함을 호소하는 음악선생을 알게 되고 사랑을 느낀다. 하지만 급한 회의가 있다는 아내의 전보를 받고 서둘러 상경하게 된다.
  1964년  발표된 김승옥 님의 대표작으로 고향에서 만난 낯선 여자와 중년 남자의 사랑을 그린 '불륜'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끌고 있다. 1964년이라는 시대를 감안한다면 상당히 파격적인 내용이지만 무진이라는 갑갑한 공간과 의미없던 서울 생활의 묘한 교차로 인해 그리 외설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한창 진행되던 산업화에서 점점 존재감을 잃어가던 우리들의 아버지, 60년대 중년들의 소외감을 무진이라는 습기찬 풍경을 통해 엿볼 수 있었다.  
 
  <서울 1964년 겨울> (1965)
  고등학교 졸업 후 구청 병사계에 일하는 나, 부잣집 장남에다 대학원생이던 안, 그리고 죽은 아내의 시체를 병원에 팔아 받은 돈을 오늘 밤에 다 써버리려 작정한 서적외판원, 이렇게 셋이서 서울의 밤거리를 헤맨다. 술을 마시고, 불구경을 하고, 여관에서 잠을 청한다. 하지만 다음날 나와 안은 서적외판원이 자살한 것을 알고는 서둘러 여관을 도망 나온다.
  여러 사람들이 서로 단절된 체 살아가는 서울, 단지 그곳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원죄를 범하는 것일까? 어떤 평론가는 이 단편을 두고 "한국 시민사회의 자화상"이라 표현했건만, 그 스산한 분위기 속에 감추어진 '무엇'을 발견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생명연습> (1962)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김승욱 님의 등단작으로 형과 어머니, 성직자, 예술가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과의 싸움, 극기(克己)를 재구성한다. 
  치열한 그 무엇을 향해가는 꿈틀거림, 절규 같다고나 할까. 미완성인데다 불안하기 짝이 없는, 모순투성이의 우리 인생을 보는 것 같다.
 
  <건(乾)> (1962)
   간밤에 있었던 빨치산의 습격으로 마을은 엉망이 되었고 계획되있던 형의 무전여행도 무산되었다. 나는 등굣길에 윤희 누나를 통해 '빨갱이'의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소리를 듣고는 반 친구들과 함께 묘한 흥분 속에서 구경을 했다. 그날 오후, 아버지와 형, 형 친구들과 함께 '빨갱이'의 시체를 묻고 오는 길에 윤희 누나를 마주친다. 형과 그의 친구들은 그녀를 겁탈할 계획을 세우지만 나는 이런 계획을 알면서도 은근히 돕기까지 한다.
  사람의 죽음마저도 한낱 유희거리로 전락해버리던 시절이니 여고생 하나쯤 유린하는 것이 무슨 대수랴! 전쟁이라는 상황에서 우리는 너무 잔인해졌다. 죽음마저도 무덤덤하게 지켜보는 우리는 이미 공범자들이었다.
 
  <역사(力士)> (1963)
  판자촌에서 함께 하숙을 했던 서씨 아저씨는 대단한 힘의 소유자였다. 어느 날 밤, 동대문의 벽돌을 옮겨 보임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스스로 증명한다. 하지만 판자촌에서의 생활은 옛 기억이 되었다. 새로 옮긴 하숙집은 쓰러져가는 판잣집이 아니라 깔끔하게 지어진 양옥이었다. 더구나 가풍을 세운다는 집안 어른의 말씀처럼 모든 것이 정해진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빛의 세계였다. 
  카인의 징표를 놓고 고민하던 싱클레어를 보게 된다. 어둠 속에서만 맛볼 수 있는 자유의 즐거움이랄까. 온갖 규제와 질서로 갑갑해진 현실을 되돌아보게 된다.       
  
  <차나 한 잔> (1964)
   일간신문에 연재하던 만화가 며칠째 실리지 않았다. 신문사로 찾아간 나는 "차나 한 잔 하러 가실까요?"라고 문화부장의 뒤를 따라 찻집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예상했던 데로 해고 통지를 받았다. 다른 신문사를 찾아가봤지만 상황은 마찬가지. 아침부터 따라다닌 설사처럼 그의 삶도 쓰라리기 시작했다.
  차나 한 잔 하자는 단순하면서도 일상적인 말 한마디, 그 속에는 사과, 아부, 부탁, 거절과 같이 쉽게 표현하기 힘든 우리의 이야기가 숨어 있었다. 커피의 달콤함으로도 무마하기 힘든 쓰디쓴 인생이여~
 
  <다산성> (1966)
 상당히 길고, 상당히 모호하다. 야유회에서 잡아먹을 돼지와 연극에서 등장하는 토끼, 그리고 어느 날 사라져버린 노인은 하숙집 숙이와의 비밀스런 사랑과 함께 <다산성>이라는 제목을 더욱 모호하게 만들었다. 다산성? 무엇을 다산(多産)한다는 말이지?
  한 블로거는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무기력하고 왜소한 주변인의 일상을 통해 인간소외 문제를 생각케하는 세태풍자소설"이라 했지만 어디에서도 '풍자'를 느끼진 못했다. 나의 얕은 문학성을 원망하는 수밖에...
 
  <염소는 힘이 세다> (1966)
  "염소는 힘이 세다. 그러나 염소는 오늘 아침에 죽었다. 이제 우리 집에 힘센 것은 하나도 없다."
  염소 고기로 국을 끓여 팔자 생활은 조금 나아졌다. 하지만 고깃국을 먹으려 드나들던, 승합 운전수를 감시하던 아저씨에 의해 누나는 강간당한다. 나는 그 아저씨가 죽도록 미웠지만 승합차 안내양으로 취직시켜준 것밖에 모르는 할머니는 그를 고맙게만 여긴다. 
  힘의 논리에 저항할 수 없는 소시민의 모습이 안쓰럽다. 육체적인 힘은 물론 돈과 권력이 힘, 그리고 취업의 힘까지. 염소로 대변되는 정의는 힘의 논리 앞에 무색해져 버렸다. 외면할 수 없는 현실... 
 
  <야행> (1969)
  사내 결혼을 숨기며 살아가는 현주는 휴가 마지막 날, 자신을 손목을 잡아끄는 이름 모를 남자와 함께 여관에서 동침을 한다. 숨기고 싶은 기억이었지만 불현듯 다시 그런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한 남자의 손에 이끌려 호텔 앞까지 갔지만 자신의 얼굴을 힐긋 돌아보던 남자가 갑자기 혐오스러워졌다.
  일회적이며 우연적인 남자들의 일탈과 결혼마저도 숨길 수밖에 없었던 여성의 모습이 대조를 이룬다. 우리 사회가 바라는 '여성의 정조'는 무엇이며, 여자이기에 숨겨야했던 욕망은 과연 어디로 갔을까?  
 
  <서울의 달빛 0장(章)> (1977)
  유명 여배우와 결혼한 나는 그녀의 의심스런 과거와 문란한 현재를 확인하고는 이혼을 했다. 그리고 살던 집을 팔아 최고급 차를 사고 나머지는 통장에 넣어 그녀에게 주려했다. 하지만 뭔가 새로 시작될 것 같은 기대는 찢어진 통장처럼 산산 조각나 버렸다.
  성적인 가십거리로나 등장하는 연예인을 통해 사랑과 결혼, 가족의 숨은 의미를 들춰본다. 점점 개방되어가는 성문화 속에서 사랑에 대한 우리의 믿음은 어떤 것이었는가, 상품화된 성을 욕하기에 앞서 우리는 자유로울 수 있을까, 아직도 사랑을 돈으로 살 수 있다는 믿는 것은 아닐까...   
  
 
변명의 여지도 없는 완전한 참패랄까. 도시화, 상업화와 같은 시대상황에 흔들릴 수밖에 없는 우리 소시민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자신과 이웃, 돈과 명예, 사랑과 욕망 등 궁색하게 고립된 우리들의 아픈 과거를 흔들어 깨우며 잃어버렸던 인간애를 되돌아보게 한다.
  김승옥 님은 이렇게 까발려진 우리들의 민얼굴을 통해 현재를 직시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희망을 보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50여년이 지난  지금, 물질적으로 풍족해진 변화 외에는 그리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겉은 멀쩡해 보이지만 가슴 속에는 여전히 높은 벽으로 막혀 있는 것 같다. 
  '서울, 2012년 겨울'의 모습은 어떠할지 자문하게 된다...

  그리고 단편에 대한 몇 가지 생각을 덧붙이자면, 잘 이해되지 않는 내용도 있었지만 평론가나 블로거의 글을 찾아 읽다보니 그 속에 숨어있는 다양한 상징과 의미를 새롭게 알 수 있었다. 어렴풋이 머릿속에 남아있던 생각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되면서 모호하게만 느껴졌던 단편들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틀리지 않음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이런 눈 맛에 다시금 단편을 찾게 되는 것 같다.
  모호한 단편에 대한 정보를 찾던 중 그의 작품으로 진행되는 인터넷 수능 강의를 봤다. 작품을 등장인물과 시점, 배경과 사건으로 구분해 도식화하고는 명쾌하게 설명했다. 물론 이런 분석이 문학을 이해하는 올바른 모습이라 보기는 힘들지만 내용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 예술작품에 대한 '분석'을 '작품의 폭넓은 해석'을 막는 걸림돌로만 생각하지는 말아야겠다.


( www.freeism.net )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학생 2012-03-14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숙제로 잘 쓰겠습니다 ^^

프리즘 2012-03-14 23:00   좋아요 0 | URL
선생님은 다 알아요~ ^^
 
돈키호테
미겔 데 세르반테스 지음, 박철 옮김 / 시공사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돈키호테'라고 하면 어린 날에 봤던 만화영화(1983, KBS) <돈키호테>가 떠오른다. "달려라 달려 돈키호테~ 정의의 기사 돈키호테~" 하는 후렴구가 생각나는 이 만화에서 늙어빠진 로시난테를 타고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다.
  또한 학창시절에 읽은 <돈키호테>도 기억난다. 독서에 별 관심이 없었던 내가 책 읽기에 관심을 붙여볼 요랑으로 구입해 읽은 책이었는데 수월하게 넘어갔다는 것 외에는 별로 기억나진 않는다.
  아무튼 <돈키호테>에 대한 기억은 기괴하고 무모한 모험담을 그린 코미디의 모습으로 다가왔으며 누구나 쉽게 재미나게 읽을 만한  청소년용 도서라는 인상으로 남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책을 읽으면서 돈키호테와 세르반테스가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는 훨씬 의미 있고 값어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다 완역본이라는 이름을 달고 시공사에서 나온 <돈키호테>를 발견하게 되었고, 내가 놓쳐버렸던 그 무엇을 찾아보기 위해 구입했었다.
  그러나 생각처럼 쉬 손이 가지는 않았다. 700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함에다 빈약할 것 같은 내용 때문에 읽기를 미뤄 왔었다. 그러다 며칠간 병원에 입원해야 할 일이 생겨, 넘쳐나는 시간을 어찌해볼 요량으로 꺼내들게 되었다.
 

  <돈키호테>는 대부분 알고있다시피 기사소설에 광적으로 집착한 노인의 모험담이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돈키호테 데 라만차'라 정하고 늙고 병든 자신을 말을 '로시난테'라 명한 후 길을 떠난다. 아 잠깐, 그리고 기사 이야기의 빠질 수 없는 것이 사랑하는 여인이 아니던가. 돈키호테는 자신의 연모 대상으로 '둘시네아 델 토보소'라는 가상의 여인을 만들어냈고 그녀를 향한 뜨거운(?) 마음으로 시종, '산초 판사'와 함께 모험을 떠난다.
  기사에 대한 환상에 사로잡힌 돈키호테는 풍차를 괴물로 여기고 돌진하는가하면(1부), 상사병으로 죽은 그리소스토모의 장례식에 참석한다(2부). 양떼를 적으로 오인해 공격하기도 하고(3부), 형벌을 받기위해 끌려가는 죄수를 풀어준다(3부). 그리고 결혼을 미끼로 도로테아를 능욕한, 카르데니오의 연인(루시아)을 가로챈 돈페르난도르를 응징하기 위해 길을 나선다. 그리고 이들과의 얽히고설킨 인연은 돈키호테를 고향으로 돌려보내려는 신부와 이발사와 함께 <돈키호테>의 중심 이야기로 등장한다(4부). 

  특히 4부에 포함된 두 편의 액자소설이 인상 깊다. 한편의 일종의 기사소설로 아내의 정절을 시험하고 싶은 남편과 이를 통해 친구의 부인을 사랑하게 되는 내용으로 중세판 '사랑과 전쟁'을 연상케했다. 이는 희극적으로 진행되는 <돈키호테>에 사랑이라는 무게감을 실어주는 듯 했다.
  나머지 한편은 기독교로 개종한 무어 여인(소라이다)이 그곳에 갇힌 죄수를 따라 기독교 국가로 망명한다는, 조금은 정치적인 내용으로 노예생활과 포로생활을 했다는 세르반테스의 경험이 녹아있어 더욱 사실적으로 보였다. 어쩌면 비현실적인 <돈키호테>에게 현실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았다. 
 
  문득 이상에만 집착하는 돈키호테보다 현실적인 욕구에 주목하는 산초 판사가 더 현명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꿈속을 헤매는 돈키호테를 욕하기에 앞서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우리를 되돌아볼 일이다. 오늘의 일 보다는 내일의 일에, 착실한 노력보다는 대박의 요행을, 자신의 책임보다는 남과 비교되는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돈키호테라는 광인을 사이에 두고  암묵적으로 벌이는 집단행동은 오늘날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왕따와 닮아있어 조금 씁쓸했다. 돈키호테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를 대상으로 한 '짜고 치는 고스톱'은 세상물정 모르는 외톨이를 더욱 고립시켜 버렸다. 하지만 앞으로의 우리사회는 배척보다는 포용을 통해 이들을 끌어안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편 세상물정 어두운 노인네의 '수난사'를 통해 기독교적 세계관도 엿보게 된다.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러 온 예수와 이를 못미더워 한 세상 사람들, 결국 그토록 변화시키고자 했던 세상 사람들에게 수난을 당하는 예수처럼 말이다. 그래서일까 형편없이 망가지고 상처받은 그의 모습에서 경건함마저 느끼게 된다. 어쩌면 그가 당하는 수모보다도 이 후에 벌어지는 오뚝이 같은 끈질김에 경탄을 보내는지도 모르겠다.
  돈키호테와 인간, 예수의 형상이 겹쳐지자 세상을 이끈 여러 인물들이 차차로 겹쳐진다. 잔다르크, 징기스탄, 진시황, 히틀러, 간디, 이순신, 김구... 영웅이나 투사, 독재자라는 타이틀을 떠나 인간 무리를 이끈 '영웅'임에는 틀림없다. 이유야 어찌됐든 이들은 세상과의 힘겨운 싸움을 끊임없이 벌이지 않았던가. 어쩌면 돈키호테는 세상 속을 살다간 영웅들을 위한 헌사가 아닐까싶다. 비록 과장되고 희극적일 망정 자신의 이상을 위해 끝까지 투쟁했으니 말이다. 
 


  무엇이 돈키호테를 저토록 무모하게 만들었을까? 물론 기사소설에 광적으로 집착한 그에게 첫 번째 원인이 있겠지만 그의 힘과 공상을 제대로 소화할 수 없었던 사회도 책임이 있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사회의 돈키호테들에 대처하고 있는가? 다수의 의견과 다르거나 독특한 외모로 인해서, 돈이나 명예, 신체와 정신의 결함여부에 따라 이들을 돈키호테로 몰아세워 왕따 시키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본다. 돈키호테는 결국 미쳐버린 사회를 대변하는 거울일 수도 있겠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편력 기사가 되고부터 용감하고 공손하고 민첩하고 예의바르고 너그럽고 정중하고 대담하고 정답고 인내심 있으며, 고생도 속박도 마법에도 굴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소. 비록 얼마 전부터 광인으로 취급받아 우리에 갇혀 있기는 하지만, 내 생각에 용기를 내어 하늘이 돕고 운명이 나를 저버리지 않는다면, 나는 근시일 내에 어느 왕국의 왕이 되어 그곳에서 이 가슴 속에 숨겨진 감사함과 관대함을 펼치게 될 것이오." (p688)
  돈키호테는 미쳤다. 하지만 그의 이상에는 언제나 '감사함과 관대함'이 있었다. 우리가 이해타산을 따지며 멈칫할 동안에 그는 이웃을 위해 용감하게 돌진했다. 돈키호테는 자신의 상처는 돌보지 않고 불의를 향해 뛰어든 용감한 전사였던 것이다!

 

( www.freeism.net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벽 교수의 희망 특강 - 대한민국 교사들을 위한 새 시대 교수법 희망의 교육 5부작 4
조벽 지음 / 해냄 / 201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벽 교수님의 책을 읽어본 아내는 교사의 자세는 물론 교수법에 대해서도 많이 배울 수 있었다며 그의 책을 적극 추천했다. 그러다 우연히 들른 교직원 동영상 강의 사이트에서 조벽 교수님의 동영상 강의('조벽교수의 수업코칭, 나는 대한민국 교사다')를 알게 되었고 이번이 아니면 또 언제 조벽 교수님을 접할 수 있을까 하고 서둘러 신청했었다.
  과연 명불허전. '조벽'이라는 이름만 믿고 신청한 강좌였지만 기대 이상의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교사의 자세부터 수업방법, 학생들의 생활지도 과정에 이르기까지 교직생활에서 한번쯤 겪어봤을 어려움을 콕콕 집어 분석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돌파구를 명쾌하게 제시했다. 언제부턴가 조금씩 자라나기 시작한 나의 타성과 직면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났다. 긴 겨울방학도 끝이 나고 보름간의 봄방학이 지나면 신학기가 시작된다. 문득 그의 강의가 생각났고 다시금 나를 다잡고 싶었다. 이번에는 동영상 강의가 아니라 아날로그 책을 펼쳤다. 얼마 전에 봤던 동영상 강의를 준비하며 교수님이 썼다는 <조벽 교수의 희망특강>.
 
  이 책은 <교사의 기본은 무엇인가>, <수업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학생과 한편이 되어라>, <평생학급 시대, 창의 인재로 키워라>, <글로벌 시대, 인성은 실력이다>의 5개 부분으로 나눠 교사의 자세와 태도에 대해 개괄적으로 설명한다. 그래서 최근에 교직에 첫발을 내디딘 신입교사나 오랜 교직생활에 지친 교사, 혹은 학생들이 무서워지기 시작한 오늘날의 교사들을 위한 '지침서'라 보면 되겠다.
  하지만 교사에 대한 전번적인 이야기를 다루다보니 현실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 조금 부족한 감도 없질 않다. 이런 분은 <조벽 교수님의 명강의 노하우 &노와이>, <조벽 교수의 수업 컨설팅>, <최성애 교수의 감성티칭>등을 보면 세부적인 지침을 얻을 수 있겠다.
 
  결국 중요한 것은 교사의 실천력이 아닐까 싶다. 앞서 말한 동영상 강의를 들으면서 제출한 숙제가 하나 있다. 앞으로 행할 실천적 과제를 구체적으로 적어보라는 것이었는데 여기에 옮겨 적어보며 나의 다짐을 새롭게 되새기고 싶다.
"우선 스스로 몹시 부끄럽습니다. 가슴 속의 애정을 교육이라 믿고 맹목적으로 교실에 들어섰던 것이 아니었을까 반성해봅니다. 일단 수업기법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해야겠습니다. 평소에 마이크로 티칭에 대한 필요성은 느끼고 있었지만 이번 강의로 그 중요성을 확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캠코더를 통해 전 수업을 녹화해서 스스로를 되돌아보면서 조벽 교수님의 조언을 하나하나 되새기겠습니다. 학생을 무시하지는 않았는지 제 말투와 몸동작은 적절했는지, 수업의 지루하지 않았는지 살펴보면서 스스로를 되돌아보겠습니다.
  그리고 ‘인터넷’를 버리겠습니다. 피곤하고 답답하다는 이유로 목적도 없이 컴퓨터 앞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것이 사실입니다. 아무 의미도 없는 단순한 클릭질로 귀중한 시간을 낭비했습니다. 이런 시간들을 모아 학생들을 생각하고 수업방법을 공부하는 데 쓰겠습니다. 전자매체 속에서 의미 없이 방황하기 보다는 책을 읽으며 마음을 닦겠습니다. 동료 선생님들과 수업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부족한 것이 너무 많지만 지금부터 하나씩 바로잡아 보겠습니다. 학생들에게 지식을 주입하기 보다는 제게서 우러나는 삶의 바른 모습을 보여주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것을 실천하는 것이 나의 올해 목표다. 그래서 나를, 학교를 ,학생을 변화시키고 싶다. 
 

* 참고 강의 : 조벽교수의 수업코칭, 나는 대한민국 교사다 (티쳐빌 원격 연수원, http://www.teacherville.co.kr)

 

( www.freeism.net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햄릿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
윌리엄 세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전 중의 고전이자 셰익스피어의 대표작으로 온갖 종류의 필독서, 권장도서, 추천도서에서 맨 위를 달리는 <햄릿>을 편다.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그 명성을 확인하고 공감해보고 싶었다. 특히 얼마 전에 읽은 <일리아스> 해설서를 통해 다시금 고전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조금 난해하고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시간을 초월해 적용되는 고전만의 범용성을 느꼈다고나 할까.

 

  희곡 형태의 글이라 처음에는 읽기가 어려웠지만 인터넷을 통해 <햄릿>의 줄거리와 배경을 찾아보자 조금은 수월해졌다. 자연히 희곡의 묘미도 조금씩 살아나는 것 같았다. 마치 인물들 간의 대화를 통해 전체 사건이 하나하나 조각되는 느낌이랄까. 대사라는 블록을 끼워 맞추며 전체그림을 그려보는 것 같았다. 

  또한 페이지를 열 때마다 접혀진 그림이 튀어나오는 팝업북처럼 텍스트 위로 등장인물들의 모습과 그들의 대화가 들리는 듯 했다. 마치 국립극장의 연극무대에서, 굵은 목소리에 하얀 궁정가발을 쓴 배우들의 연기를 직접 보는 것 같았다.

 

  <오셀로>, <리어왕>, <멕베스>와 함께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이라 불리는 <햄릿>, 엮자(최종철)는 직역의 충실함과 의역의 부드러움 사이에서 전자를 택했지 싶다. 운문과 희곡 형식으로 되어 있는 원문(엄밀히 말하면 이것 또한 번역본이다)을 의역 없이 그대로 번역한 듯 보인다. 그래서 희곡적인 분위기는 제대로 즐길 수 있었지만 글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았다.

  우리 국어의 어순이나 문맥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상당하기에 문장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집중이 필요할 것 같다. <햄릿>의 숨은 의미를 완전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다른 해설서를 참조하는 것도 좋지 싶다.


( www.freeism.net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1.

 

검푸른 바다를 소리없이 유영하는,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깊은 숨을 몰아쉬는

당신은 고래를 본 적이 있나요?

 

가난과 절망에 찌들어버린 세상을 헤치며
돈과 사랑을 쫓아 모진 인연을 쓸어왔으니
그녀의 이름은 금복.
거대한 꿈으로 자신의 고래를 세우던 날
붉은 바다는 결국 그녀를 삼켜버립니다.
 
잿더미로 죽어버린 바다에서
조용히 고래의 시체를 찾는 이가 있었으니
금복의 딸, 춘희.
원죄를 둘러쓰고 불길 속을 헤매던 
당신은 고래를 본 적이 있나요?
 
 
# 2.
 
금복은 "이전의 당당하고 인정 많은 여장부의 모습은 간데없고 이기심과 치졸한 복수심으로 가득 찬 속 좁은 사내의 모습만이 남아 있었다." (p289)
 
결국 "무모한 열정과 정념, 어리석은 미혹과 무지, 믿기지 않는 행운과 오해, 끔찍한 살인과 유랑, 비천한 욕망과 증오, 기이한 변신과 모순, 숨 가쁘게 굴곡졌던 영욕과 성쇠는 스크린이 불에 타 없어지는 순간,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함과 아이러니로 가득 찬, 그 혹은 그녀의 거대한 삶과 함께 비눗방울처럼 삽시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p301)
 
"그대, 돌아오세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지요.
  해가 지고 달이 뜨고
  수많은 날들이 흘러도
  나는 변함없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한 쌍의 족제비가 사랑을 나누듯
  한 쌍의 잠자리가 사랑을 나누듯
  우리 다시 만나
  예전처럼 함께 사랑을 나누어요.
  그대, 어서 돌아오세요.
  나는 언제나 당신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p419) 
 
 
# 3.
 
고래가 보인다. 
간지작살의 구라빨에 정신없이 빠져든다.
미쳐버린 초콜릿의 강렬한 중독성이랄까.
흥분된 오감으로 밤잠을 설친다.  
 
이외수 님의 초기 소설을 대했을 때처럼 강렬하고 매혹적이다. 상당히 독특하고 재미있어 읽는 이를 단번에 사로잡아 버리는 마력 덩어리였다. 하지만 너무 자극적인 맛에 익숙해져버린 것일까. 후반부로 갈수록 초반부의 신선함은 그 이상으로 뻗어나가지 못하고 사그라져 버렸다. 아무래도 표면적인 기교와 재미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이야기 구조의 한계가 아닐까.
 
천명관, 그의 이름은 과거형이 아니라 진행형의 이름이지 싶다. 자신만의 독특한 무기로 글 읽는 재미가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고래같이 거대한 책이다.

 

( www.freeism.net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