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강습을 시작한 때가 2012년 정도인 것 같다. 매일 새벽, 직장 근처에 있는 지역스포츠센터에서 한 시간 정도 수영을 배우고 출근했던 기억이 난다. 발차기부터 시작해 벽을 잡고 팔을 돌리고, 음~파하며 숨 쉬는 법을 배웠다. 하지만 25m 길이의 풀은 왜 그리 긴지 아무리 버둥거려도 나아가는 것도 없으면서 힘들기만 했다. 이렇게 한 달, 두 달, 세 달... 그 다음 해 겨울에는 제법 수영을 했던 것과 겨울방학을 이용해 찾은 동남아의 한 호텔에서는 아주 그럴싸하게 수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수영장에 익숙해지자 바다에 나가기 시작했다. 부력이 있는 슈트를 입고 해운대, 송정해수욕장에서 수영을 했고, 핀수영 대회도 몇 번 참가했다. 그리고 2015년에는 1.5km 수영과 40km 사이클, 10km 달리기 코스를 한 번에 돌아야 하는 트라이애슬론 대회도 완주했고, 프리다이빙을 배우면서 수심 20m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수영을 좋아하지? 문득 왜 그렇게 수영에 빠져들었는지 자문해본다. 우선 물이 좋았다. 여름철에 들렀던 해변의 뜨거움은 물론이고, 저렴하게 방문할 수 있는 동남아의 에매랄드빛 물색도 황홀했다. 수영이 가능하다면 보다 많은 것을 느끼고, 깊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카약, 윈드서핑, 스쿠버다이빙 등 바다 스포츠에 대한 접근이 훨씬 쉬울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난 발이 닿지 않는 수심에서도 편안해지고 싶었다. 물의 흐름에 나를 맞기고 튜브나 구명조끼 같은 보조기구 없이 오롯이 홀로 있는 나를 즐기고 싶었다. 일렁이는 바다에서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가 작은 미니어처와 같이 작아 보이는데, 저 좁은 곳에서 그렇게나 아등바등 살아왔던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부드러운 해수의 차가움은 나를 되돌아보게 했다. 바다에 대한 이런 그리움으로 읽게 된 책이 <오늘도, 수영>이다. 수영을 배우려는 사람이나 막 시작한 사람이 수영장에 가는 길에 잠깐씩 읽을 수 있도록 두 세 페이지 분량의 소사들이 심플하게 적혀있다. 한 손에 잡히는 크기는 핸드백이나 수영가방에도 쉽게 들어갈 것 같다. 쉬엄쉬엄, 2비트 킥을 차며 장거리 수영을 하듯 여유롭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땀 내 가득한 달리기의 끈적끈적함을 적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나 여행 이면의 가치와 깊이를 깨닫게 해주는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처럼 깊은 맛은 없다. 수영에 대한 깊은 성찰보다는 단순한 요깃거리 정도라 보면 되겠다. 그래서 지금 막 수영을 시작하려는 분이나 수영이 늘지 않거나 번거로워 포기하려는 수린이(수영 어린이)에게 권하고 싶다. 수영을 먼저 시작한 선배(^^)로서 조언하자면, 최소 1년은 꾸준하게 배워야 수영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다는 것과 2년 이후에는 꼭 바다에서 수영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바다와 친해지면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으니, 오늘도, 수영을 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