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 - 나의 선택이 세계 동물에게 미치는 영향 동물권리선언 시리즈 7
이형주 지음 / 책공장더불어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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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향고양이의 배설물에 섞여 나온 커피를 갈아 마시는 루왁 커피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처음에는 야생 사향고양이 배설물에서 커피를 채취했지만 인기가 올라감에 따라 사향고양이 농장을 만들고 거기서 강제로 커피를 먹여 수확한다는 내용이었다. 고양이 똥에 들어있는 열매를 이용해 커피를 만든다는 것만큼이나 좁은 우리에 갇혀 커피 열매만을 강제로 주입되고 있는 고양이의 모습 또한 충격이었다.

  이십년 전 쯤, 고등학생 때 봤던 동물보호단체의 영상도 기억난다. 순백의 무대 위를 은회색의 모피코트를 걸친 모델이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도도하게 걷고 있었다. 주변의 감탄과 후레쉬 세례 속에서 중앙 무대로 들어선 모델은 모피를 돋보이려고 한 바퀴 회전을 했다. 그런데 이때 모피 사이로 새빨간 피가 흘러나오더니 하얀 무대와 주변의 관객들에게 튀면서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 강렬함은 쉽게 잊히지 않았고, 결혼 후에 우리 와이프가 시부모님께 물려받아 생전 처음 입게 된 모피코트를 봤을 때도 그녀의 환한 웃음보다는 핏물로 가득했던 그 무대가 먼저 떠올랐었다.

  <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는 인간이 먹거나 입기 위해, 혹은 재미를 위해 희생되고 있는 모든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다. 앞서 이야기했듯 사향고양이 뿐만 아니라, 사냥이나 전시를 위해 길러지는 사자나 호랑이, 뿔이나 지느러미를 위해 살해되는 코뿔소나 상어, 몸속으로 삽입된 호스를 통해 쓸개즙을 적출당하는 곰은 물론 산채로 가죽이 벗겨지는 라쿤 등 수많은 동물들이 인간의 무지와 이기심으로 희생되는 장면을 보여준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입고 먹어왔던 것들 뒤에는 동물들의 고통스런 울부짖음이 숨어있다는 것을 세삼 확인할 수 있었다. 여고생의 가방에 복스럽게 매달린 털 장식은 살아있는 체로 벗겨진 토끼의 생가죽일 수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나와 당신은 부지불실 간에 동물들을 살해해온 가해자였던 것이다. 아무렇게나 입고, 즐기던 것들 속에 수많은 동물들의 눈물이 숨어있다는 사실에 놀랍고도 미안했다. 정말 '내가 이러려고 살아 왔나 하는 자괴감 들고 괴로운 심정' 이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그럼 가죽 옷을 입지 않고 채식을 하는 것으로 동물들의
눈물이 줄어들까?" 

  가죽옷 대신 합성수지로 만든 옷을 입을 때도 석유와 공장이 필요하다. 시추를 위해 자연은 훼손될 될 것이며, 공장이 돌아가는 과정에서 생긴 산림파괴와 공해로 동식물이 고통 받을 것이다. 채식을 한다고 하더라도 논밭을 만들고 지키기 위해 자연은 훼손될 것이고, 시장성을 위해 뿌려진 농약으로 많은 곤충과 벌레들이 죽어갈 것이다. 그리고 수확한 야채를 씻기 위해 사용하는 물도 따지고 보면 여러 동물의 생활터전을 빼앗아 만든 산물이 아니던가...

 
  결국 우리는 두발로 걷고 불을 사용하게 된 시기부터 자연과 동물을 학대해 온 것이다. 그리고 인류가 살아가는 한 이 가혹행위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원죄를 안고 살아가는 우리들은 동물은 물론 세상의 모든 것에 고마움을 가져야겠다. 오늘 당장 가죽 지갑을 버리고 닭고기를 끊을 수는 없겠지만 우리 삶이 수많은 생명의 희생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고 겸손함을 잃지 말아야겠다. 

  "여보, 모피코트 입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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