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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기원 - 인간의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
서은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몇 해 전에 연애에 대해 과학적으로 설명한 다큐멘터리를 봤었다. 호감이 가는 이성에게 접근해 데이트를 하지만 결국 그 많던 데이트 상대 중에 단 한 명과 결혼하게 되는 과정을 남자와 여자의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설명한 다큐였다. 연애의 과정이나 사랑이라는 감정은 단지 더 좋은 배우자를 얻기 위한, 그래서 좀 더 나은 후세를 얻기 위한 생물학적인 본능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내용이었는데 우리도 동물이라는, 섹스를 통해 자손을 만들어 종족을 번식해야 한다는, 다소 충격적이지만 따지고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었다.
<행복의 기원> 역시 우리가 느끼는 행복에 대해 에둘러 말하지 않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확~ 까발려 놓았다. 자, 그럼 책에서 말한 행복의 기원에 대해 살펴보자.
"인간은 동물이다. 행복에 대해 고민도 해보는 똘똘한 면은 있으나, 살아가는 궁극적인 이유는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두 가지다. 생존과 짝짓기. 인간은 좀 더 세련되고 복잡하게, 때로는 대의명분을 만들어 자신도 모르게 그 목표들을 이룰 뿐이다." (p97)
인간도 동물이기에 자신의 생존과 종족의 번식을 최우선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부정할지도 모르지만 몇 만 년 동안 진화되어 내려온 우리의 DNA에는 이런 내용이 강력하게 뿌리내려 있다. 특히 생존과 번식에 도움 되는 대상이나 행동에 대해서는 기쁨과 쾌감과 같은 행복감을 통해 즐겨 찾게 되고 계속해서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행복을 추구하는 우리의 행동은 자신의 생존과 종족의 번식에 도움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그러니 행복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야하기 때문에 행복이 필요하다 점을 강조한다. 행복은 우리의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라는 것이다.
동물들이여! 사람을 동물이라 말하는 것도 모자라 사람이 살아가는 목적을 짝짓기라고까지 말한다. 종교적으로나 철학적으로 보자면 더없이 불경스러운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행복의 근원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인간 이전의 생물학적인 접근이 필요했다. 오히려 이런 도전적인 자세 덕분에 행복에 대한 보다 체계적이고 냉철한 접근이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시중에 소개되고 판매되는 여느 '행복 지침서'들과는 많이 구별된다. 무엇을 통해, 혹은 나를 변화시켜 행복을 얻어야 된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의 뇌가 느끼는 행복한 감정의 근원을 찾아봄으로써 외적인 모습으로 행복을 예단하거나 주변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준다.
또한 행복에 대한 우리의 편견도 깨닫게 해준다. 행복한 감정을 오래도록 지속할 수는 없는지, 슬픔이나 좌절 같은 불행은 모두 나쁜 것인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해준다.
만일 행복이 지속되면서 더 이상의 욕구가 생기지 않았다면 인간은 동굴 속에서 나오지 않았을 것이며 오늘날처럼 번성하지 않았으리라.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행복이라는 미끼는 시간이 지나면서 잊혀지고 둔감지게 마련이다. 그래야 행복은 미끼로서 효용성을 갖고 우리를 행동하게 만드니 말이다.
불행도 마찬가지다. 행복에 대한 가치 못지않게 우리 삶을 제어하고 경고한다는 의미에서 가치 있어 보인다. 불행을 알기에 더 달콤하게 기다려지게 되는 것이 행복이 아닐까. <행복의 기원>이라는 제목에서 '행복'을 좌절이나 슬픔과 같은 '불행'으로 적어도 될 것 같다. 어쩌면 제목에 적힌 '기원'이라는 단어 속에는 인생의 쓴맛까지도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며 포용하고 살라는 의미가 들어있는지도 모르겠다.
행복하게 방법을 말하면서 외향성을 중요한 조건으로 꼽기도 했다. 생존의 수단 중에 가장 큰 역할을 차지했던 부분이 동료들이기 때문에 이들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며, 이는 외향성이라는 유전 요인에 따라 개인 간에 차이가 난다고 했다.
행복을 물질적이거나 정신적인 범위만 놓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람과의 관계가 우리 삶에서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친다니 놀라웠다. 최근 들어 강조되고 있는 사회성지능(SQ)과도 관련이 깊어 보인다. 결국 친구들과 잘 노는 것이 행복해지는 지름길이자 최고의 생존 무기, 짝짓기 전략이 되는 것이다. ^^
사람동물들이여! 우리는 인류의 번영과 국가의 발전을 말하기 앞서 스스로를 지켜내고 번식해야 하는 '동물'인 것이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거창한 실천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인간 밑바닥에 깔린 생리적 욕구를 인정하고 깨닫는 데서부터 숨겨진 행복을 찾는 작업을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좋아하는 사람과 즐겁게 식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행복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