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 김훈 世說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달리는 지하철에서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해 나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순진한 듯 웃고 있지만 정작 그 속마음도 그러했던가,
가슴보다는 눈과 입이 이끄는 쪽으로 움직이는 건 아니었을까,
긴 안목보다는 한순간의 편안함을 쫓아 나를 합리화하는 건 아닌지 의구심마저 든다.

거기다 나 스스로에게 솔직했었는지도 자신이 없다. 어쩌면 ‘No’라는 답을 이미 숨겨놓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나에게 솔직할 수 없으니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바라볼 수가 없고, 그러다보니 이쪽인지 저쪽인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밤거리만 헤매는 꼴이 되는 것은 아닌지...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이 미궁으로 향하는 터널같이 다가온다.
“너는 어느 쪽이냐?”

‘김훈 세설(世說)’이라는 소제목처럼 여기저기 흩어진 김훈님의 토막글들 묶어놓았다. 때로는 심오하게, 때로는 재치 있게 우리의 세상사를 이야기한다.
마치 실제 단상에서 김훈님의 말을 듣는 듯 부드럽다. 머릿속의 생각이 있는 그대로 표현되는 토론회처럼 꾸밈이 없다. 거기다 한순간에 읽혀지는 유려한 문장은 아니라지만 사회와 문화에 대해 고민한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 같아 인간미가 느껴진다.

하지만 몇몇 간결하고 함축적인 문장은 미간에 힘을 주어 듣지 않고서는 이해하기 힘들다. 사회 공통의 주제로 글을 써내려가지만 작가의 사유와 관념을 풀어놓는 과정에서 오는 표현방식의 난해함이랄까. 좀더 편안하게 글을 썼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www.freeis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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