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파는 상점 - 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5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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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서

  가장 길면서도 가장 짧은 것,

  가장 빠르면서도 가장 느린 것,

  가장 작게 나눌 수 있으면서도 가장 길게 늘일 수 있는 것,

  가장 하찮은 것 같으면서도 가장 회한을 많이 남기는 것,

  그것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사소한 것은 모두 집어삼키고,

  위대한 것에게는 생명과 영혼을 불어넣는 그것,

  그것은 무엇일까요?" (p43)

 

  시간 장사를 시작한 온조가 '시간을 파는 상점'이라는 이름의 카페의 메인화면에 적어놓은 M. 패러데이의 글로, 시간이 바로 그 답이다.

  시간, 무한하고 영원할 것 같으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언제나 부족함을 느끼게 되는 존재,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눈으로 볼 수도 직접 만질 수도 없는 너무 철학적인 대상, 그래서 그 가치와 중요함을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가게 되는 것이 바로 시간이지 싶다.

 

  얼마 전에 참가한 바다수영대회에서 내가 입수하기 직전에 물에 들어갔던 그룹의 한 40대 남성이 심장마비 증세를 보여 물 밖으로 끌려 나왔다. 119를 찾는 안내 방송과 황급히 뛰어가는 구급대원들. 환자 주변을 에워싼 사람들 사이로 심폐소생술을 시도하던 응급대원들의 긴박한 몸동작이 평온했던 해변의 모습과는 너무 이질적이었다. 슬로우모션처럼 흘려가던 해변의 시간 속에서 단 한사람만은 생사의 갈림길을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심폐소생기가 오고 들것이 오기까지 몇 분이 지났지만 그 공간과 시간은 영원히 멈춰선 것처럼 적막했다. 모래사장에 쓰러진 환자와 그의 친구들, 그리고 집에 있을 가족들을 생각하니 가슴 한구석이 막막해져왔다. 무심하게 흘러가는 시간이 야속할 뿐이었다.

  누구에게는 오후의 낮잠을 청할 한가한 시간이고, 어떤이에게는 돌이키기 싫은 악몽의 순간이었다. 모두에게 똑같은 시간이었지만 모두에게 다른 시간이었던 샘이다.

 

   <시간을 파는 상점>은 시간에 대해 미처 깨닫지 못한, 놓쳐버리고 살았던 가치를 고등학생의 순수함으로 일깨운다. 그리고 시간 속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을 수채화처럼 부드럽게 끌어안는다. 세상에 대한 김선영 작가님의 따뜻한 시선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특히 시간을 사이 두고 풀어나가는 사람 사이의 관계가 인상적이다. 네곁에 님의 부탁을 받은 크로노스(백온조), 강토와 할아버지, 들꽃자유 님과 도서관 아이들, 정이현을 짝사랑하는 홍난주, 엄마와 생물선생님의 사랑 등 서로의 연결고리들이 시간이라는 흐름 속에 얽혔다가 풀리기를 반복한다.

  시간은 서로간의 관계를 발전시키기도, 끊어버리기도 하면서 우리를 온전한 자신의 삶으로 인도한다. 시간은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신'이 되어 우리를 보살피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시간은 그렇게 안타깝기도 잔인하기도 슬프기도 한 것인가. 삶은 시간을 함께하고 싶은 사람과, 함께하고 싶지 않은 사람 사이의 전쟁 같기도 했다. 함께하고 싶은 사람과는 그렇게 애달파 하고, 싫은 사람과는 일 초도 마주 보고 싶지 않은 그 치열함의 무늬가 결국 삶이 아닐까?" (p106)

 

  "시간은 '지금'을 어디로 데려갈지 모른다. 분명한 것은 지금의 이 순간을 또 다른 어딘가로 안내해준다는 것이다. 스스로가 그 시간을 놓지 않는다면." (p219)


  넌 나를 어디로 데려갈 것인가...

 

 

 ( www.freeism.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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