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반양장) 반올림 1
이경혜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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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부터 학생들에게 나눠주며 읽어보길 권했던 책인데 정작 나는 오늘에서야 읽게 되었다. 청소년 도서로서 받은 높은 평가를 통해 구입은 했지만 '죽음'이라는 무게에 눌려 쉽게 펼쳐볼 수 없었다. 하지만 첫 페이지를 넘기자 순식간에 몰입해 버렸다. 아련하지만 잔잔하게, 슬프지만 훈훈하게 책과 하나가 되었다.

  유미는 오토바이 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재준이의 일기를 통해 친구의 사랑과 우정, 열정과 꿈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듣는다. 단짝 이성친구로서의 우정과 자신만의 사랑이 교차되며 벌어지는 일들을 청소년기의 미묘한 감정과 섞어 부드럽게 엮어낸다. 그리고 가정과 학교, 사회의 여러 문제들이 청소년의 입을 통해 거침없이 토로되기도 한다.

  특히 재준이가 보여준 독특한 놀이가 인상깊다. 자신이 이미 죽었다는 것을 가정해 세상을 둘려보는 '죽은 영혼의 놀이'를 통해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고 스스로의 생활을 반성해나간다. 이는 철없는 청소년의 모습이 아닌 오랜 삶의 경험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알아가는 노철학자의 모습 같았다. 

  하지만 재준의 죽음은 세월호 사건을 통해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어두운 객실에 갇혀 두려움에 떨어야했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어른들의 무지와 한계가 그렇게 한스러울 수가 없었다. 마음 한구석이 텅 비어버린 안타까운 심정이다. 기성세대의 무관심과 방심은 청소년들에 대한 우리사회의 폭력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았다. 책 머리에 적힌 헌사가 기억에 남는다.

"아직 떠날 수 없는 나이에

 꽃잎이 흩나리듯 사라져 간 모든 소년들에게"

  미안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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