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 교사들과 함께 쓴 학교현장의 이야기
엄기호 지음 / 따비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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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실과 교무실에서 일어나는 학생과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들려준다. 요즘 학생들은 어떤 모습이며 어떻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지, 아니 어떻게 학교와 담을 쌓게 되었는지 몰래카메라가 설치된 교실을 보는 것처럼 사실적으로 그려놓았다. "설마, 저 정도일라고" 하는 우려가 나올 정도로...

  사실 기성세대가 아는 학교는 자신들이 다녔던 2000년 이전의 모습 70%에다가 뉴스나 영화, 혹은 자신의 자녀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한 30%의 모습이 합쳐진 낭만적인 이미지가 많았다. 엄격하고 강압적이었지만 일사분란했고, 선생님의 말은 모든 진리에 우선하는 최고의 가르침이었다. 출세의 지름길이었던 공부와 대학 이외에는 별다른 관심거리도, 어려움이나 문제도 없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오늘의 교실은 모든 것이 변했다. 지식은 더 이상 선생님의 전유물이 아니었고 학원과 인터넷에 넘쳐나기 시작했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인정하면서 책임과 의무는 소홀해졌다. 맞벌이부부가 늘면서 학생들은 방치되었고 점점 게임에 빠져들었다.


  우리는 누구나 몇 년에서 몇 십 년 이상씩 학교생활을 해 왔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학교의 문화나 현실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실제와는 차이가 많다.

  더이상 선생님을 존경하지도 않을 뿐더러 무서워하지도 않으니 교육은 물론 대화 자체도 점점 힘들어진다. 자극적이고 즉각적인 컴퓨터게임에 길들여져 오랜 끈기를 필요로 하는 작업은 해내지 못하고 자그마한 일에도 발끈하며 달려든다. 학원 공부에 매달린 체 정작 교실 수업에서는 엎드려 자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입시와 관련 없는 과목은 아에 듣지도 않는다. 뜻대로 되지 않는 학교생활의 스트레스는 십 원짜리 욕설과 친구에 대한 맹목적인 폭력, 따돌림으로 풀어버린다.

  영화에서나 보이는 이런 모습들은 지금 우리의 학교에서 흔히 일어나는 모습이다. 인정하기 싫겠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우리는 어쩌면 학교라는 최소한의 가치를 잊지 않았기에, 이를 외면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학교나 교사에게도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다. 산업화와 IMF, 인터넷과 스마트 세대를 겪으면서 사회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고 각종 영양가 없는 소모성 공문에 묻혀
수업과 학생을 소홀히 했다. 또한 수업을 연구하고 평가받는 것을 주저하는 동안 교수법은 발전하지 못했다.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기에는 기간제교사라는 딱지가 너무 컸다.

  학교와 교사는 관료주의의 병패를 답습하며 정체된 모습도 많이 보여줬기에 사교육으로 돌아선 학생과 학부모를 무조건 탓할 수만은 없었다. 위축된 학교는 교육의 역전현상을 바로잡기 위해 조급해할 수밖에 없었고 이런 영향은 공교육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는 이런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학교와 교사, 학생과 학부모의 각성을 유도한다.

  하지만 학교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으로 그칠 뿐 뭔가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물론 이 한 권에 우리학교의 문제를 다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문제점과 불만을 잔뜩 털어놓고는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사라져버리는 것처럼 무책임하게 보이기도 한다.

  또한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우호적인 시선도 조금 불편하다. 마치 이들만이 진정으로 교육을 생각하는 단체이고 그 말만 잘 들었어도 우리 교육이 이처럼 망가지지는 않았다는 얘기처럼 들린다. 전교조가 우리나라 교육발전에 이바지한 공은 알겠지만 자기자식만을 지나치게 편애하는 학부모의 고집처럼 답답하기도 했다.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는 자조 섞인 제목이 가슴 아프다. 하지만 모든 학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어렵고 힘든 일이 많다고는 하지만 많은 교사들은 더 나은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 오늘도 애쓰고 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학교와 학생을 지켜보면서도 이들에 대한 사랑은 여전하다. 교사의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두려움이 희망으로 바뀔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 www. freeism.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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