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나의 도시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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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처럼 맛보는 초코케익처럼 자극적이고 달콤하다. 아래턱 침샘에서 시작된 전류는 온 몸을 전율케 했고 한 스푼에 칼로리가 얼마이겠거니 하는 생각은 잠시 잊어버리게 된다.

  갑자기 결혼을 발표하고 그 준비에 바쁜 재인과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뮤지컬 배우를 하겠다는 유희. 그리고 이들을 친구로 둔 서른 한 살의 노처녀 은수에게 느닷없이 세 명의 남자가 등장한다. 우연히 알게 되어 잠자리까지 함께한 감성적인 연하남 태오, 그리고 오랫동안 친구라는 평행선을 유지하다 갑자기 프로포즈를 하는 유준, 그리고 얼마 전 회사 상사의 소개로 알개된 평범남 영수. 은수는 이렇게 세 사람과 시크하고(세련되고 멋진쫀득한 연애를 벌인다.

 

  화려한 모습 뒤에 감춰진 그녀(들)의 고분군투를 통해 우리의 '사랑'을 되돌아보게 된다. 거침없이 돌진하다가도 불안한 마음에 자꾸 뒤를 돌아보곤 했다동화 속 왕자님을 꿈꾸면서도 현실적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다일탈을 꿈꾸면서도 가족의 울타리를 포기하진 않았다사랑이 위태로우면 불안하다고 징징거리고, 안정된 후에는 권태롭다고 투정하면서 욕망과 현실 사이를 위태롭게 오갔다.

  우리는 '사랑'이라는 지상최고의 명제 앞에서 엉뚱한 것에게 대부분의 정열을 쏟아 부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이성에게 인정받고 싶은 자존심이나 친구와 이웃 사람들의 이목, 가족들의 이해관계에 휘말려 사랑의 참의미를 왜곡하고 있지는 않았던가. 사랑을 내세워 자신을 포장하건 합리화한 것은 아니었을까... 

 

  "그대여 나의 어린애~ 그대는 휘파람 휘이~, -며 떠나가 버렸네~"

  젋은날의 사랑과 이별이 이문세의 <휘파람> 가사처럼 책장을 넘나든다. 우습기도하고 부끄럽기도 한 지난날의 기억이 연기처럼 떠오른다. 나는, 나는 그녀를 진정 사랑했던걸까...

  <달콤한 나의 도시>는 시간에 대한, 사랑에 대한, 그리고 책임에 대한 '젊음의 오마주(영화에서 존경의 표시로 다른 작품의 주요 장면이나 대사를 인용하는 것을 이르는 용어)'가 아닌가 싶다. 나와 이성, 타인의 경험이 결합되고 재구성되는 과정이 바로 사랑이니 말이다.

 

  * 책은 총 9부로 나눠져 있는데 각 장 앞에는 권신아 님의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다. 책 표지의 그림과 함께 보면 볼수록 정이 가는 삽화다책의 내용과 일러스트를 비교해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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