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5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박찬기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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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29일

  발하임으로 이주한 베르테르는 법관의 딸이자 일곱 명의 동생을 거느린 로테를 알게 되고 첫눈에 반해버린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알베르트와 약혼한 사이. 그러나 베르테르의 사랑은 더욱 깊어만 간다.

  1772년 독일판 '사랑과 전쟁'이 시작된 것...

 

2013년 7월 1일

  괴테의 대표작,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두 번 연속해서 읽는다. 처음에는 민음사(박찬기 옮김)에서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로 출간된 단행본을 읽었다. 하지만 음정, 박자가 엉망인 사랑의 노래를 듣는 기분이랄까. 베르테르의 애절한 마음은 알겠지만 앞 뒤 문맥이 맞지 않거나 의미를 알 수 없는 문장이 이어지면서 책 속에 담겨진 깊은 여운을 느끼기에는 아쉬움이 많았다.  물론 베르테르와의 만남을 이렇게 끝마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온갖 매체를 통해 익히 들어온 괴테의 명성에 비해서는 내가 느낀 감흥은 터무니없이 작았기에 뭔가 놓쳐버리고 있다는 생각이 가시질 않았다. 

  결국 언제부터인지도 모르게 집 책장에 놓여있던 <파우스트/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오늘의 책, 이효상 옮김)을 꺼내 베르테르의 이야기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민음사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출판사인데다 <파우스트>라는 공룡과 함께 엮어진 형태라 미덥지는 못했다. 하지만 몇 페이지를 넘기자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문장이 이전 책과는 확연히 달랐다. 글을 읽는 눈이 편해지면서 베르테르의 행적을 쫓는 내 마음도 훨씬 부드러워졌다. 그의 눈으로 로체를 보고, 그가 되어 그녀의 사랑했다. 그리고 그의 아픔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번역에 따라 글의 느낌이 이렇게나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세삼 느끼게 된다. 번역의 중요함을 세삼 실감하는 오늘이다.

 

2013년 7월 2일

  로테에게 빠져든 베르테르의 삶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그녀의 존재는 세상을 온통 핑크빛으로 만들어버렸고 자신의 존재 이유가 되었다. 

  설레임과 망설임, 질투심이 뒤엉킨 그의 삶을 보면서 잊고 있었던 오래 전 내 모습이 생각났다. 그땐 얼마나 마음 졸이며 보고 싶었던지, 또한 사소한 일에도 얼마나 가슴 아파했는지, 그녀를 쫓아 세상 끝까지라도 내달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시간은 모든 것을 직시하게 만드는 법. 내 전부일 것 같던 사랑도 따지고 보면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쓸린 한순간의 욕심이었으며 내가 집착한 것은 어쩌면 그녀의 입술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낭만청년, 베르테르도 좀 더 시간을 갖고 자신을 돌아봤으면 좋았을 것을... 

 

2013년 7월 4일

  약혼자가 있는 로테를 사랑했던 베르테르는 그래도 이해할만 하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로테의 미온적인 태도는 이해할 수 없다. 자신을 믿는 약혼자에게 충실하던지 아니면 파혼을 한 뒤 새 사랑을 찾아가던지 해야지... 이건 순수한 청년의 마음을 가지고 놀았다고 밖에 볼 수가 없다.

  콩깍지가 씌인 베르테르의 눈에는 로테가 그 누구보다 순수하고 아름답게 비쳐졌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우유부단하고 이기적인 처녀의 욕심으로 밖에 보이질 않는다. 오늘날 베르테르가 살았다면 온 세상으로부터 '미련한 청승덩어리'라며 손가락질을 받지나 않았을까...
  로테의 이중성은 알베르트와 결혼 후에도 계속되었다. 호감어린 눈으로 베르테를 바라보는가하면 우정을 빙자해 사랑이라는 표현도 서슴없이 썼다. 쉽게 내던진 로테의 한마디에 그녀를 오매불망 잊지 못하는 베르테르의 속은 더욱 타들어갔다. 정말 사람 헛갈리게 하는, 미쳐버리게 하는 로테!

  그녀의 모호함은 결국  베르테르를 죽게 만들지 않았을까. 우리의 삶에서도 때로는 호불호를 정확히 가릴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지 싶다.
 

2013년 7월 6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찾고 있는 베르테르. 환희 속에 그녀를 쫓다가도 결코 다가갈 수 없는 현실의 벽에 막혀 좌절한다. 세상도 점점 잿빛으로 변해버렸고 삶의 의미마저 잃어버렸다. 하지만 세상의 이목이나 도덕적 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체 모든 정열을 쏟아 붙는 모습만큼은 더없이 아름다워 보인다.

  엄청나게 토해내는 쓰레기와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는 전쟁 속에서도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것은 이런 모순 속에 숨어있는 숭고함 때문이 아닐는지. 

 그렇다고 베르테르의 마지막 선택(자살)까지 옳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의 사랑이 아무리 순수하다 한들, 그의 괴로움이 아무리 크다고 한들 자신의 생명을 스스로 버리는 짓은 무척 어리석고 경솔해 보인다. 자신의 사랑이 소중했던 것처럼 그의 생명 또한 무척 소중한 존재인데 말이다.

 

열한시 지나서

  읽으면 읽을수록 괴테의 글에 매료된다. 왜 괴테를 독일이 낳은 세계적인 대문호라 부르는지 실감하게 된다.

번역문으로 접한 글이라 문체가 갖고 있는 미세한 아름다움을 말하기는 그렇지만 그 속에 담겨진 생각과 사상은 상당히 인상 깊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순수한 시선과 주어진 삶을 정열적으로 살아가려는 의지가 전해졌다. 또한 직위나 계급 같은 허상을 뛰어넘어 인간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그의 모습을 그릴 수 있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오래전에 밀쳐둔 그의 대표작 <파우스트>도 다시 읽어봐야겠다.



  ( www.freeism.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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