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5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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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근처 하천을 달렸다. 차가운 겨울바람에 움츠렸던 몸이 하천변에 핀 벚꽃처럼 화사하게 깨어났다. 겨울 동안 쉬었던 뻣뻣한 몸도 시원한 봄바람에 날아가 버렸다. 바람에 흩날리는 하얀 꽃잎이 되었다.
  오래전에 읽다가 포기한 책이 있었다. 미국의 대표하는 소설이라 할만큼 문학적 가치와 대중적인 인기를 동기에 받고 있는 고전으로 그리 두꺼운 책도, 어려운 문장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이상하게 읽어내기가 어려웠던 책이다.
  새봄을 맞아 묵은 옷을 정리하듯 오래전에 묵혀두고 정리하지 못했던, 읽어낼 수 없었던 <위대한 개츠비>를 다시 펼쳐든다.

  하지만 역시 종잡을 수 없었다. 뭐랄까, 이야기가 자연스럽지 못하고 자꾸 끊어지는 느낌이랄까. 하나의 이야기에 빠질만하면 전체상황과 동떨어진, 의미를 알 수 없는 모호한 문장에 난감해졌다. 원작의 느낌도 이런 것이었을까? 어쩌면 번역의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전체의 흐름보다는 문장의 구조에만 집착한 단편적인 번역이 미국을 대표한다는 고전을 난해하게 만들었지 싶다. 더욱이 소설의 무대가 되는 1910년대 후반의 미국, "무너져가는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에 더 책읽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
  그렇다고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는 법, 인터넷을 뒤져 개츠비의 줄거리를 찾아본다. 그러자 막혀있던 내용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이런 내용이 있었는데 난 왜 몰랐을까. 등장인물이 헛갈려서인가? 아니면 조금은 난해한(사실이 그렇다) 번역에 신경을 쓴 나머지 줄거리의 흐름을 놓쳐버린 것인가?" 아무튼 이제야 본 괘도에 올라온 느낌이다. 흑흑, 1/3 가량 읽은 책이 아깝긴 하지만 다시 첨부터 봐야겠다. 나야말로 소소한 번역문에 집착하지 말고 이야기와 그 속내에 집중하며 읽어야겠다.

  내(닉 케러웨이)가 이사 간 집 옆에는 개츠비라는 젊은 거부가 살고 있다. 그는 매일같이 파티를 열지만 정작 그는 술을 마시지도 않을 뿐더러 파티에 한발 비껴선 모습이다. 그의 이런 모습이 세간의 흥미를 자극했지만 사실은 5년 전에 헤어졌던 여인, 데이지를 만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었고 화려한 파티를 통해 그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톰 뷰캐넌이라는 사람의 아내였기에 데이지와 친척관계인 내가 중간에서 만남을 주선하게 된다.
  개츠비와 만난 데이지는 돌아온 옛사랑, 그것도 거부가 되어 돌아온 개츠비를 사랑하게 되지만 그녀의 남편(톰 뷰캐넌)이 이를 알아차리게 된다. 그리고 우연히 발생한 사고를 통해 개츠비의 사랑은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개츠비는 돈이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이는 자신을 떠나간 그녀를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인 동시에 사랑을 지킬 수 있는 열쇠가 되리라 굳게 확신했다. 개츠비는 그렇게 그녀를 찾은 듯 했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이면에 감추어진 질투는 개츠비의 금빛 차양을 거침없이 파괴해버렸다.
  인간의 사랑, 하지만 돈과 권력에 의지한 사랑은 늘 질투와 좌절을 불러왔다. 우리를 둘러싼 물질문명은 언제 사그라질지 모르는 신기루였기에 이를 붙잡기 위해선 더 많은 돈과 더 높은 권력이 필요했다. 결국 커져버린 배를 감당하지 못하고 죽어버린 개구리처럼 인간의 그릇된 욕망에 순수했던 사랑도 죽어버렸다.
  개츠비는 한창 산업화와 주식시장의 급증으로 호황을 누리던 20세기 초의 미국사회에 닮아 있었다. 무일푼의 젊은이에서 순식간에 대부호로 성장했고 연일 파티를 열며 자신의 부를 과시했다. 하지만 돈만 있으면 사랑마저도 살수 있다고 믿었던 세상이 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대공황으로 산산 조각나 버렸듯이 개츠비의 꿈도 이네 사그라져버렸다. 


  아침 출근길에 바닥에 쌓인 하얀 꽃잎들을 본다. 봄 햇살을 받으며 화사하게 빛나던 벚꽃은 휘몰아친 광풍에 쓸려가 마른 가지만 남아버렸다. 영원할 것 같은 화려함은 한순간의 꿈이었나 싶게 사라져버렸다.
  <위대한 개츠비>는 인간의 욕망과 물질문명의 허상을 사랑이라는 코드로 노래했기에 아직도 읽히는 것 같다.

( www.freeism.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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