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RO


20.5℃
태풍이 지나간 비오는 오후, 이어폰을 귀에 꼽고 버스에 오른다.
제법 쌀쌀한 날씨지만 바람이 많아서 그런지 오히려 상쾌하다.

21.7℃
벌써 많은 사람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물론 공연장 내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으리라.
나 역시 그 소란한 행렬에 몸을 싣는다.

26.5℃
몇 개만 켜진 조명이 공연 전의 기대감을 더한다.
환호와 박수소리가 객석을 채워나간다.
하얀 조명은 객석에서 올라오는 열기를 뿌연 먼지처럼 도드라지게 한다.
순간, 공연장이 암흑으로 변하면서 모든 것이 숨을 멈춘다!

29.4℃
무대가 천천히 푸른색으로 밝아지면서 음악은 시작된다.
베이스의 든든한 받침위에 기타선율이 리듬을 잡아가자
드럼의 묵직한 저음이 심장박동을 끌어 올린다.
그때, 가느다란 빛줄기 속에 그가 나타났다.
그가 무대 중앙으로 뛰쳐나오자 사람들의 함성과 고갯짓은 하나되어 요동친다.

34.9℃
노래와 함께 거듭된 열기는 스스로를 증식하며 공연장을 메운다.
너무 뜨거워진 열기는 음악 속으로 숨어버렸는지 아무 느낌이 없다.
ZERO-0℃
'Take Five', 노란 종이비행기가 부드러운 선율을 타고 공연장을 날아다닌다.
그리고는 경쾌한 비트의 'Live Wire'에 맞춰 신들린 듯 머리와 팔을 흔들어댄다.
“상쾌한 내 샤워 같은 소리로 이 메마른 널 위해 비를 내려 적시네“
공연의 악센트에 맞춘 무대에선 불과 물을 뿜어댄다.
우리들은 그 뜨거움 아래서 시원스레 몸을 뒤흔든다.

35.3℃
음악이 끝나면 절정에선 느낄 수 없었던 열기가 한꺼번에 들이닥친다.
공연이 끝나고 객석을 비추는 라이트의 강한 빛만 남았다.
공연장을 빠져나가는 그들의 옷에는 미쳐버린 땀으로 흥건하다.





- 2004/07/04
  'ZERO-Seotaiji Live Tour 2004' 부산공연에서 본...
  태지의 미쳐버린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음악은 물론 무대나 연출에서도 최고이려는 프로정신이 인상 깊다.
  또한 그의 음악적 즐거움 못지않게 관객들의 맛 간(?) 모습 역시 즐거운 경험이었다.

(www.freeis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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