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을 찾아서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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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순정>(<도망자 이치도>)에서 이미 봐왔듯 시공을 초월한 독특한 분위기와 끊임없이 터지는 유머로 많은 이의 신뢰를 받는 작가, 성석제. 그의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될 만큼 ‘재미’라는 요소를 똘똘 뭉친 작가다. 그는 반복적인 비유와 허를 찌르는 역설로 독자를 빨아들였고 독자는 그의 글을 통해 고루한 일상을 탈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한마디로 성석제표 롤러코스터라고나 할까.

 <왕을 찾아서>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빠른 사전전개와 거침없이 쏟아지는 유머, 거기다 오감을 자극하는 폭력성까지 더해져 최고의 재미를 제공한다.
 ‘지역’의 왕으로 군림했던 마사오(박정부)의 부음을 듣고 달려간 나(장원두). 그곳에서 마사오의 지난 행적과 그의 죽음 뒤에 벌어지는 세력다툼을 보게 된다. 결국 나의 옛 친구인 제천(박제천)이가 잔머리와 세치 혀로 왕좌를 차지한다. 그는 조직의 이인자까지 올랐다가 쫓겨난 뒤 옛 세력을 규합해 지역의 새로운 왕이 되었다.

 한 지역을 풍미한 일종의 폭력사라고 해야 하나.... 여기서는 특정 지명 대신 ‘지역’이라는 대명사를 그대로 끌어 썼다. 모호한 듯 보이는 이 설정을 통해 허구 속의 공간이 독자 개개인의 지역으로 되살아났다. 누구의 도시도, 누구의 공간도 아니기에 오히려 만인의 공간이 되어버렸다. 내가 딛고선 이곳이 소설 속 무대처럼 다가왔다.
 하지만 폭력이 갖고 있는 한계는 여실해 보였다. 폭력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로 인간사의 변화무상함을 그리고는 있지만 겉으로 드러난 무협활극에 비해 깊이가 다소 부족해 보인다. 달콤하게 입안을 휘감는 인스턴트식품의 가벼움이랄까. 내 몸 저 깊은 곳으로부터의 갈증을 채우기에는 조금 부족한 느낌이다. 재미라는 성석제 님의 전매특허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계속되는 단맛에 입안이 얼얼해버릴 정도였으니 신맛, 쓴맛과 같은 깊은 맛을 찾게 되는 것도 당연하지 않을까...

 여전히 최고의 재미를 보여주는 작가, 성석제. 다음번 작품에서는 좀 더 변화된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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