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읽었던 책인데 외출할 일이 있어 "어디 간단하게 읽을거리 없을까" 하고 무심코 집어들었다. 옛 서책의 모양을 본 딴 단출해 보이는 얇은 책인데 그 내용과 깊이만큼은 어느 산문 못지않다. 불가에서는 '안거'라고 해서 여름과 겨울, 일 년에 두 번 스님들의 공부(수련)기간이 있다. 그중 동안거는 음력 시월 보름부터 시작되는 삼개월간을 말한다. 이 책은 동안거 동안 절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과 느낌들을 적은 것으로 불교에 대한 내용부터 스님의 생활 모습이나 마음가짐, 그리고 절 안팎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산사를 흐르는 잔잔한 시냇물처럼 적어놓았다. 절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세상의 굴레에서 한발 물러난 스님들의 치열하지만 인간다운 모습이 솔직담백하게 담겨있다. 하지만 그들도 온갖 갈등과 유혹에 번뇌하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인지라 이를 벗어던지려는 노력이 인상 깊다. 이 책은 1973년 봄 <신동아>의 논픽션 공모에 당선된 작품을 출판한 것으로 지허 스님의 글 멋에 놀라게 된다. 일기 형식으로 선방생활을 단순한 듯 적어 내려가지만 그 섬세한 깊이에 놀라게 된다. 이런 책을 접할 때마다 나도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단순하게 하루를 나열한 글이 아니라 자신을 되돌아보고 생각해볼 수 있는 진솔한 글, 말이다. 많이 생각하고 깊게 느껴야겠다. 스님, 성불하십시오~ (<선방일기>(구판, 2000.7.20.)를 읽고 2008년 적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