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 김열규 교수의 열정적 책 읽기
김열규 지음 / 비아북 / 2008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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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과 함께한 나날

 <독서>는 책읽기에 대한 깊은 사색이라기보다는 독서를 즐기게 된, 독서에 대한 작가 자신의 회고록에 가깝다. 할머니가 들려주시는 동화와 어머니의 제문 읽는 소리에서 시작해 소학교에서 글자를 깨치고 글 읽기에 재미를 들이는 과정, 책을 읽고 이를 암기하는 것으로 묘한 자부심을 가졌던 이야기 등 한국학의 대가를 이룬 김열규 교수의 유년 시설을 소박하고 다소곳이 그려놓았다.
 하지만 책은 소년기를 지나면서 급격히 어려워진다. 쉽게 써내려간 유년기의 단상만 보고 너무 쉽게 예단해 버린 것일까, 몽우리 진 꽃다발이 한여름의 소나기에 갑자기 방울을 터트리듯 갑작스레 문학의 정수 속으로 빠져버린 느낌이다. 소년기와 청년기를 휘감았던 헤르만헤세와 릴케를 이야기하지니 어쩔 수 없었겠지만 산책하듯 쉬엄쉬엄 걷는 걸음은 갑자기 만난 급경사의 산행길에 적잖이 당황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다 노년기에 와서는 갑자기 글속도가 줄어든다. 느리게 느리게, 하지만 정체되지 않는 거대한 강물의 흐름을 보는 듯 책과 함께 인생을 음유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 책 읽는 방법

 조금 고루하다. 교수는 자신의 경험과 예시를 곁들여 책을 읽고 음미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전하고 있지만 일반적인 독서술의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꼼꼼히, 느리게 혹은 빠르게, 깊이 있고 집요하게 읽으라는 내용이 별 감흥 없이 흘러간다. 처세서 같은 종류의 글이 갖고 있는 거부감 때문인지, 글을 대하는 인식이 부족한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말이 그 말 같고 그 말이 저 말 같다. 어떻게 읽느냐는 실천하기가 어렵다는 데에 문제가 있는 것이지 그 방법을 모르는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특히 교수님은 소설이든 시든 “수학 문제 풀듯이” 꼼꼼하게 읽으라 했다. 예시로 풀어놓은 설명은 분석적이다 못해 형이상학적이기까지 해서 국문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해설서를 읽는 것도 버거워 보인다. 책읽기가 개인적인 즐거움을 위해 시작되는 사적인 놀이인데 작가가 작성한 모범답안을 지나치게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했다. 대부분의 독자는 평론가들이 아닌데 말이다.


 <독서>는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작가 자신의 회고적인 글이고 다른 하나는 책읽기에 대한 방법을 설명한 글이다. 그래서 지나치게 감상적이거나 혹은 지나치게 분석적인 양 극단으로 치우친 것이 아닌가 싶었다.
 나는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책읽기의 공통 원리를 보고자 했었다. 전문가의 입에서 듣는 비전문적인 이야기랄까, 아니면 고수에게 듣는 개인적 경험과 에피소드, 혹은 이를 통해 얻은 책에 대한 느낌을 보고 싶었다. 그래서 책과 친숙한 사람이든 아니든 쉽게 읽힐 수 있는 책이었으면 싶었다.
 반만 채워진 항아리처럼 조금 아쉬운 감도 없지를 않지만 책을 사랑하는 한 사람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았다는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 www.freeism.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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