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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아 극장
엔도 슈사쿠 지음, 김석중 옮김 / 서커스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독특한 소재와 일상의 평범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열두 편의 단편은 인간 이면에 대한 통찰을 통해 물질문명에 둘러싸인 체 방황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반영하다. 백마 탄 왕자의 키스라도 꿈꾸는 것일까. 공허함과 자만, 과시욕에 쌓인 체 현실을 부정하는 모습은 재미를 넘어 씁쓸함마저 갖게 한다.
[마이크로 결사대]의 경우 평소 짝사랑해왔던 여인의 몸, 그녀의 창자 속에서 회충과 싸우며 항문을 통해 탈출할 수밖에 없는 절체적명의 순간을 희화시켜 놓음으로써 사람에 대한 이중성을 묘하게 풍자한다. 아름다운 겉모습 뒤에 숨겨진 거부할 수 없는 진실은 인간에 대한 주체할 수 없는 페이소스로 다가온다.
또한, 과시욕에 쌓인 이웃 아줌마를 부추겨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여자들의 결투], 보수적이고 무력한 아버지의 핑크빛 과거를 소개한 [우리 아버지] 역시 현실과 양립할 수 없는 인간의 이중적인 성향을 보여준다. 자신을 위해 타인과의 관계를 이용하거나 과거를 묻은 체 살아가는 모습이 현실에 안주하지 못하는 현대인을 보는 것 같다. 산업화와 정보화의 미명 아래 점점 부품화 되어가는 인간들의 씁쓸한 반항처럼 느껴진다.
소소한 반전이 주는 생각꺼리는 입가에 묻은 밥풀을 닦아주던 외할머니의 손길처럼 따뜻했다. 막 걸음마를 땐 어린아이의 천진함과 고희를 바라보는 어르신의 느긋함을 유쾌하게 풀어낸 소설집 <유모아 극장>.
고루한 일상을 버텨내게 하는 산들바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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