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 스펜서 존슨
스펜서 존슨 지음, 이혜승 옮김 / 청림출판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쌍둥이라는데... 어떻해~”
 전화기에서 들려오는 아내의 목소리가 아직도 기억난다. 들뜬 목소리처럼 보였지만 그 속에 숨어있는 근심과 걱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첫째아이 돌을 지낸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쌍둥이라니. 물론 ‘쌍’이 갖고 있는 ‘Double(두 배)’의 기쁨도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무시할 수 없었다. 세 명의 아이를 누가 돌보며 이들에게 들어가는 엄청난 양육비는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하지만 막상 쌍둥이들이 태어나자 이런 외적인 어려움보다는 어린 쌍둥이 동생을 마주하게 된 첫 아이에 대한 문제가 더 급하게 다가왔다. 어린 두 동생을 때리고 꼬집는 것은 다반사고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떼를 쓰고, 고함을 지르는 등의 행동이 두드러지게 잦아졌다. 물론 부모의 사랑을 나눠 갖는 것에 대한 첫째의 질투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막상 닥치고 보니 어찌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다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화내고 야단치며, 전쟁 아닌 전쟁을 치루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커가는 아이들에 비해 특별히 변화된 것은 없었다. 다람쥐 쳇바퀴 같은 일상 속에서 문득 내가 자녀에 대해 너무 막연하게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귀가 따갑도록 들었지만 정작 그 방법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해봤다. 

 “그래, 사랑하는 방법을 공부하자. 사랑하는 방법을 찾아보자”
 이렇게 읽기 시작한 <부모>는 이전에 봤던 육아 관련 서적과는 접근방식부터 달랐기에 그 느낌도 자못 컸다. 자기 계발서로 유명했던 스펜서 존슨의 글이라 더 의미 있었는지 모르겠다.
 책은 일상에서 간단하게 적용할 수 있는 ‘1분 교육법’을 강조한다. 1분 목표, 1분 칭찬, 1분 훈계와 같이 얼핏 들을 때는 누구나 알고 있는 내용 같았지만 그 가치에 대해선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못한 것들을 예화를 바탕으로 되짚어 본다.
 1분 목표, 먼저 아이에게 자신만의 목표를 세우게 한다. 단 1분 이내로 읽을 수 있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 목표가 없는 삶이란 지도 없이 먼 항해를 떠나는 것처럼 어리석은 짓이라고들 하지만 정작 우리들은 그 목표의 중요성을 잊고 살아가고 있다. 정확한 목적지도 없이 어찌 제대로 된 출발점이 있을 수 있겠는가. 1분 목표는 좋은 시작의 중요성을 일깨우며 목적 달성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스스로 찾아보게 만든다.
 1분 칭찬, 아이의 잘한 점을 찾아 적극적으로 칭찬한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했고, 어떤 점이 엄마, 아빠를 기쁘게 했는지 자세하게 말해준다. 얼마 전에 화제가 되었던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는 책 제목처럼 한마디의 칭찬이 사람의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잘한 점을 찾아 칭찬해 줌으로써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고, 긍정적인 생활방식을 키우도록 도와줄 수 있다. 이를 통해 장점은 더 발전시키고, 단점은 극복될 수 있도록 내적 강화를 줄 수 있으리라.
 1분 훈계, 아이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명확한 표현으로 즉시 훈계한다. 이때 아이의 가치는 존중해 주되 잘못된 행동만을 훈계해야 한다. 어떤 일이든 결과가 있게 마련인데 이를 잘 활용한다면 또 한 번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자신의 잘잘못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든 나이기에 주위의 엄마, 아빠가 도움은 필수적인 것 같다. 하지만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을 잊지 말아야겠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라 아이를 야단치다보면 잘못한 행동 이외의 모든 것까지 부정하고 단죄하려는 경향이 있다. 꼭 아이의 잘못만을 훈계해야지 아이의 존재자체를 부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는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꼭 안아준다면 그 효과는 배가 되지 싶다.
 부모가 알아야 할 세 가지 지침뿐만 아니라 이것이 왜 중요한지도 자세히 일러준다. 우리가 미처 실행하지 못했던 단순한 교육법을 막강한 결과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목표를 통해 자신의 할 일에 대해 정확히 이해할 수 있고 그 해결과정을 통해 재미를 느낄 수도 있다. 또한 칭찬은 아이들의 행동에 자신감과 확신을 주며 훈계를 통해서는 실수나 잘못을 바로잡아 미래에 닥칠지 모르는 문제를 미연에 해결할 수도 있다.
 결국 모든 것은 아이들의 ‘자존감’에 귀결된다고 하겠다. 여러 연구물을 통해서도 알고 있듯이 “스스로를 좋아하는 아이는 바르게 행동하고 싶어 한다”는 말을 명심해야겠다.

 단순히 아이들의 교육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까 하고 읽었지만 더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아이들의 요구를 맹목적으로 수용하는 엉터리 사랑이 아니라 부모도 아이들과 똑같이 웃고 우는 인간이라는 점을 인식한 체계적인 사랑이 필요한 것 같다. 함께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며 칭찬, 훈계하는 모습을 통해 자신의 가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가치도 함께 생각할 수 있어야겠다.
 가정에서 뿐만 아니라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일어나서 밥 먹고 세수하고 출근하고, 서류 정리하고 수업하고 보고서 만들고, 아침부터 시작되는 하루를 아무런 의미 없이 보내는 것은 아닌지. 그저 사고 없이 하루를 버텨내야하는 하루살이처럼 생활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본다. 그날 할 일을 정해놓고 퇴근할 때에는 그날의 일을 정리해본다면 이보다 더 좋은 처세법이 없지 싶다. 그날의 할 일을 명확히 알고 있으니 당연히 능률도 오를 것이고 흥미도 자연스레 뒤따라올 것이다. 목표를 달성했을 때 느끼는 희열은 또 얼마나 클 것이며 설사 실수가 있었다고 한들 다음에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으리라. 직장, 학교, 군대, 교회, 공사장, 어디하나 적용되지 않는 부분이 없는 것 같다. 우리의 아이들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들에게도 최고의 처세서가 아닌가 싶다.
 이제 막 세 살을 넘긴 첫째아이에게 바로 적용하기는 어렵겠지만 두고두고 읽으며 음미해야겠다. 책을 이끌어가는 화자인 헬렌이 마지막에 강조했듯이 ‘오늘 배운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눠’주고 싶다. 아내와 이웃들과 함께, 훗날에는 우리 아이들과 함께 읽어봐야겠다. <부모>와 함께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점검해봐야겠다.


( www.freeism.net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