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유령
가스통 르루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세계사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집착이여~ 엄마의 뱃속에서부터 무덤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우리는 얼마나 많은 집착 속에 사는가? 사랑, 돈, 명예. 여기 사랑에 목말라하는, 사랑에 집착하는 괴신사가 있으니 그 이름은 '에릭'일명 오페라의 유령. 텔레비전 속.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었다. 그때 '미스 사이공', '케츠' 등과 함께 거리에 걸려있었던, 검은색 배경에 선명하게 그려진 흰색 '가면'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당시엔 영화 <아마데우스> 풍의 '먼 나라에서 공연하는 유명한 오페라' 쯤으로 대수롭지 않게 보아 넘겼었다.

그러던 중 <오페라의 유령>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어판 문고가 '요란히' 출판되면서 그 '가면'의 정체에 대해 좀더 알게 되었다. 이 책 역시 처음의 인상(광고만 열나게 때리는 그저 그런 소설) 역시 그리 대단하진 않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서풍'이 증폭되는 것을 보고 반신반의하면서 읽게 되었다. 책표지에 요란스레 나타난 여러 매스컴의 '호들갑'이 사실인지 아니면 정말 '뻥'인지 확인하기 위해 나는 오페라 하우스로 달려간다. - 오페라 하우스에 떠도는 유령에 관한 소문과, 사건들... 그리고 새롭게 주목받게 되는 오페라 여가수 크리스틴과 그녀를 찾아온 옛사랑 라울.

그러나, 유령의 저주인가... 아니면 유령을 빙자한 나 지신의 게으름인가... 직장에서, 집에서 읽는 둥, 마는 둥 책을 덮고있었다. 그래서인지 증폭되던 궁금점과 다큐멘터리의 내레이션을 듣는 듯한 구성형식의 신선함도 한 달이라는 시간을 극복하지 못하고 시들어지고 만다 한동안 도망 다녔던 유령을 다시 펼쳐든다.

- 점점 그 모습을 드러내는 유령의 실체와 크리스틴의 갑작스런 실종. 크리스틴을 찾아 오페라 하우스 지하를 맴도는 라울. 직선으로 길게 뻗은 긴 회랑 저편, 과거의 기억처럼 그 끝이 어딘지 조차 가름하기 힘든 어둠. 그 미로 속에서 감미롭게 들려오는 오페라의 선율. 그리고 오페라 선율 뒤편에서 펼쳐지는 또 다른 세상. 읽으면 읽을수록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무엇이 느껴진다. 숨가쁘게 전개되는 이야기는 여러 등장 인물의 시점을 옮겨가며 구성되어 한 쌍의 잘 맞물린 톱니바퀴를 보는 듯 하다. 꽉꽉 물려진 이빨이 내 옷자락을 물고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책장을 넘기는 동안 나는 오페라 극장의 지배인이 되어 극장을 관리한다. 그런가하면, 프리마돈나가 되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그러다 문득, 오페라 하우스의 지하에서 울부짖는 유령의 모습을 하고 있다.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인디아나 존스의 모험처럼, 디아블로를 응징하려 지하세계로 떠나는 바바리안의 싸움처럼, 연인을 위해 죽음까지도 아끼지 않았던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처럼, 한 부분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맛을 주는 '퓨전' 영화를 한편 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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