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코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1997년 8월
평점 :
품절


무라카미 류... 얼마 전까지 '무라카미 하루키'와 무진 헛갈려했었던 기억이 난다. 일본이라는 같은 국적에다가 '무라카미'라는 같은 성 때문인지, 아니면 둘 다 일본에서 여러 상을 두루 받았던 꽤 알려진 작가라는 소개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책방에서 자주 보았던 '류'라는 이름은 약간은 혼란스럽게 나에게 다가왔다. 그래서일까 '류'의 명성에 비해선 터무니없게까지 보일 수 있는 나만의 '혼란' 때문에 쉬 책을 집어들 수 없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다 몇 일전 우연히 친구집 서가에서 '무라카미 류'라는 이름을 확인하고서야 용기를 내어 이 책(교코)을 펼쳐들었다. 과연 '류'와 '하루키'가 어떻게 다른 작가이며, 그 명성들은 과연 어떻게 온 것인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

자신에게 댄스를 가르쳐준 '호세'라는 군인을 찾아 뉴욕으로 간 '교코'의 이야기. 하지만 이야기의 화자는 교코 자신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시간과 공간의 이동에 따른 주변 인물들의 관점으로 연결되면서 전개된다. 이렇게 400m 계주에서와 같이 바통을 이어가며 펼쳐지는 이야기는 몇 조각으로 나눠진 조각그림을 맞춰나가는 느낌처럼 흥미롭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책을 빛내고 있는 건 역시 '춤'. 차차차, 맘보, 룸바 콜롬비아... 춤에 문외한인 나 역시 그 율동과 스텝의 경쾌함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열정적이면서 우아하고, 발랄하면서도 부드러운 교코의 움직임. 그리고 온 방안에 퍼지는 교코의 땀냄새, 아니 '춤의 향기'. 어느 영화에선가 장국영이 추던 맘보춤, 그리고 그 영화를 패러디한 한 CF광고에서의 맘보춤이 생각난다. 밤 빠빠빠빠 밤~ 그 부드럽고 가벼운 흔들림이 생각나는 책이다.

AIDS라는 무거운 소재가 글 전체에 깔려 있지만 그 무게를 '춤'이라는 형식을 통해 날려 버린다. 그만큼 경쾌한 책이라 생각된다. 고리타분한 일상에서 시원한 청량제같은 책이라고나 할까...

류... 내가 읽은 그의 첫 소설이지만 그의 '느낌'을 맘속으로 전해들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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