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4
헤르만 헤세 지음, 전영애 옮김 / 민음사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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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대표작이자 현대인의 필독 고전, <데미안>!
하지만 ‘고전’이라는 단어와 함께 헤르만 헤세라는 이름만으로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초등학생들도 한번쯤 들어봤을 대문호인데다 노벨상 수상이라는 타이틀까지 안고 있으니 그 무게감이 오죽하랴. 거기다 무슨 난해한 경전처럼 보이는 <데미안>이라는 이름 때문에 또 한 번 망설였었다. 왠지 철학적이고 보통의 이해력으로는 읽어내기 어려울 것 같은 느낌에 쉽게 접근하진 못했다.
하지만 책에 대한 작은 의무감, 수많은 단체에서 발행한 필독서 목록에 빠짐없이 이름을 올리고 있는 점도 그렇고 나 정도의 ‘레벨’이면(^^) 당연히 읽었어야 했을 고전이라는 생각에 무슨 통과의례처럼 집어들었다. 잔뜩 겁먹은 손길로 책장을 넘긴다.

“불확실한 미래가, 그것이 가져올 어느 것에나 우리가 준비되어 있음을 발견할 만큼 우리들 누구든 그토록 완전히 자기 자신이 되고, 자기 속에서 작용하는 자연의 싹의 요구에 그토록 완전히 따르며 기꺼이 살리라는 것.”
(본문 196페이지)

주인공 싱클레어는 단순하게 시작된 거짓말이 빌미가 되어 크로머에게 괴롭힘을 당하지만 새로 알게 된 데미안의 도움으로 벗어나게 된다. 이 사건을 계기로 데미안과 가까워지고, 그 영향으로 그동안 접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에 눈뜨게 된다. ‘가족’으로 대변되는 밝고 안락한 세상과는 다른, 그 뒤에 감추어진 그늘진 이면을 보게 된다. 보편적인 도덕성과는 거리가 있는, 숨기고 싶은 우리의 또 다른 면을 경험하면서 자신을 둘러싼 기존의 질서에 의구심을 갖게 된다.
싱클레어는 이런 두 세계를 오가며 방황과 갈등을 거듭한다. 억눌린 성적 호기심과 약간의 과시욕이 맞물린 일탈과 자학의 나날들. 기쁘고 슬프고 우울한,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를 넘나드는 사춘기의 이율배반적인 모습이 글 속에 녹아있는 것 같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싱클레어와 이심전심이 되어간다.
여느 소설책처럼 사건으로 책을 읽기보다는 그 속에 숨겨진 심리적 변화에 주의해 읽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이번이 <데미안>을 사귀기 위한 두 번째 만남임에도 불구하고 의사소통의 어려움은 여전히 존재한다. 곳곳에서 만나는 난해하고 어려운 문장과 매끄럽지 못한 연결부위가 책읽기를 어렵게 만든다. 이럴 때는 나의 문학적 한계를 넘어 오역에 대한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아니면 헤르만 헤세가 외계인이던지...

<데미안>은 가족과 사회, 종교와 신앙, 성에대한 금기 등 집단적이고 획일화된 ‘도덕적 사회’에 보내는 일종의 도전장처럼 보인다. 사회의 부속품으로 전락해고 있는 인간 스스로에게 끝없는 성찰을 요구하면서 집단 속에 묻힌 개인 -때로는 모순적이고 조금은 불안하지만, 개인의 자각에서 오는 정신적 풍요의 가치를 일깨우는 것 같다.

( www.freeism.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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