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즐거운 나의 집>은 신문연재를 마치기 전부터 사생활 침해에 대한 전 남편의 고소로 조금 시끄러웠던 책이다. 그때 신문을 통해 세 번의 이혼경력과 성이 다른 아이 세 명을 키우고 있다는 공지영님의 화려한 가족사(?)를 조금 알게 되었다.
문제는 이 책이 저자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점인데... 이혼만 세 번이라! 어찌 보면 공인으로서 숨기고 싶었을 과거였을 텐데 어디서 그런 당당함이 나왔는지 궁금했다. 기기다 이런 과거사를 어떤 식으로 풀어놓을까 하는 의문도 컸다.
아무튼 제목과는 달리 늘 즐거울 수만은 없었을 그녀의 가족사가 우여곡절 끝에 신문연재를 마치고 책으로 출판되었다.
2007년의 마지막 달, 사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공지영님의 집에 노크해본다.

“어떤 순간에도 너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을 그만두어서는 안 돼. 너도 모자라고 엄마도 모자라고 아빠도 모자라...... 하지만 그렇다고 그 모자람 때문에 누구를 멸시하거나 미워할 권리는 없어. 괜찮은 거야. 그담에 또 잘하면 되는 거야. 잘못하면 또 고치면 되는 거야. 그담에 잘못하면 또 고치고, 고치려고 노력하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남을 사랑할 수가 있는 거야. 엄마는...... 엄마 자신을 사랑하게 되기까지 참 많은 시간을 헛되이 보냈어.”
(본문 85쪽)

어쩌면 소설은 딸, 위녕에게 전하는 공지영님의 독백이지 싶다. 세 번의 이혼과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세상의 이목, 그리고 성이 다른 세 명(위녕, 둥빈, 제제)의 엄마라는 삶의 무게를 어떻게 짊어지고, 혹은 어떻게 풀어놓으며 살아가는지 말이다.
하지만 무겁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이번 글은 재밌게 쓰려했다는 어느 잡지의 글처럼 화자인 위녕의 톡톡 튀는 말솜씨와 그 속에 숨겨진 위트가 글 읽는 재미를 더한다. 기성세대가 놓쳐버리기 쉬운 내용들이 발랄하지만 섬세하게 그려진다. 어린 소녀의 여물지 못한 변덕을 훤히 들여다보는 느낌이랄까. 작가의 관찰이나 경험으로만 표현하기 힘든,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느끼기 어려운 진솔함이 글 곳곳에 묻어난다. 아마도 공지영님은 아이들과의 친밀한 대화가 많은가 보다.
거기다 한국 문단을 이끌고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의 또 다른 면을 엿보게 된다. 기승전결처럼 한 치의 틈도 없이 완벽할 것 같은 작가의 이미지와 함께 이른 아침, 내복차림의 부스스한 얼굴로 아이들의 아침상을 준비하는 엄마의 편안함까지 함께 느껴진다.

무심코 지내왔던 ‘가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부모님, 아내, 아이들, 오랜 시간에 걸쳐 가까이 있어왔기에 그 소중함을 잊고 있었던 것 같다. 그저 반복되는 직장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잠자리쯤으로 치부해버리고 무심하게 생활한 것은 아니었는지 반성해본다. 우리에게는 가족이라는 형식이 아니라 그 울타리 속에서의 관계를 돈독히 유지할 수 있는 관심과 책임, 사랑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끝으로 작가의 말에서 언급했듯 “이것은 소설임을 분명히” 알았으면 좋겠다. 소설의 모티브를 현실에서 찾는 거야 당연하다지만 그렇다고 현실을 소설의 연장선으로 생각해선 안 될 것 같다. 소설(영화나 텔레비전도 마찬가지로)의 인물이나 배경은 컴퓨터게임 속의 캐릭터나 아이템과도 같은 존재들이다. 현실에 대한 소설적 과잉해석은 피해야 할 것 같다.

(www.freeis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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