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관
유래혁 지음 / 포스터샵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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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표지, 액자처럼 박힌 한 폭의 그림, 새파란 하늘에 몽환적으로 피어오르는 뭉게구름...

검은 아스팔트 위, 자전거로 시원하게 내달리는 두 청춘.

내가 <수족관>을 집어 든 가장 첫 이유이지 싶다. 감각적인 디자인의 표지는 파랗고 하얀 선명한 이미지만큼이나 강렬했고, 내용 역시 시리도록 화창한 날씨만큼이나 청명한 분위기로 예상하며 책장을 펼친다.

우선 시집에서나 볼 수 있는 문장들이 하얀 지면에 흘러넘친다. 현란하고 감각적인 문체가 책을 이끌어간다. 배경은 시가 되고 이야기는 그림이 된다. 그리고 열일곱 살의 풋풋한 청소년이 주인공인데다 일본의 소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마치 신카이 마코토의 애니를 보는 것 같았다.

보육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류이치는 자신의 지갑을 훔친 아카리를 만나게 되고, 그녀도 보육 시설에서 힘겨운 생활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훔친 지갑을 팔아 멀리 떠나고 싶다는 그녀를 도와주며, 그녀에게 마음이 빼앗긴다. 하지만 종잡을 수 없는 아카리의 행동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그녀의 부고를 전해 듣는다.

화창하고 발랄하던 이야기가 아카리의 죽음으로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빠진다. 그녀의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죽음, 그것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모습이 여럿 보이며 사뭇 어두워진다. 그래서 가볍게 읽기 시작한 책이 어둡고 습한 분위기로 급변한다. 마치 우울한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기복이 심했다.

물론 빠른 전개와 자극적인 소재로 후루룩 읽어버렸지만,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감정의 변화들은 쉬 가라앉지 않는다. 이별, 상처, 외로움에서 시작된 아픔은 빈곤과 가출, 폭력과 도벽으로 확장되고 결국 죽음이나 자살로 마무리될 수밖에 없었는가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물론 소설 속 허구의 이야기지만 왠지 모를 서글픔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우산은 있지. 그렇게나 쉽게 부서지고, 망가지면서도. 웬만큼 수리용 부품이 따로 나오질 않나 봐. 차라리 새로 사는 게 휠씬 싸서. 그러니 수리를 할 때엔 부서진 것들 중에 각자 쓸 만한 부품들을 모아서 고치는 게 대부분인 거야. 선생님은 그게 꼭 사람 같다 하셨어. 사람도 사람을 고치는 데에 따로 부품이 있질 않고 고장 난 마음을 고치기 위해서는 꼭 서로가 만나서 서로를 위해 기꺼이 제 몸을 뜯어 내고, 기워 주고, 붙여 주고. 그래야만 하니까. 그렇게 기어코 하나의 마음이 되는 게 우산과 꼭 닮았다고."(p300)

끝으로, 사람이 부서진 우산 같다는 소설 속 이야기처럼, 쉽게 드러내놓고 치유받지 못한 이들이 힘차게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응원한다. 힘겨워하는 이웃들에게 우리 모두가 서로의 우산이 되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www.freeism.net)

우산은 있지. 그렇게나 쉽게 부서지고, 망가지면서도. 웬만큼 수리용 부품이 따로 나오질 않나 봐. 차라리 새로 사는 게 휠씬 싸서. 그러니 수리를 할 때엔 부서진 것들 중에 각자 쓸 만한 부품들을 모아서 고치는 게 대부분인 거야. 선생님은 그게 꼭 사람 같다 하셨어. 사람도 사람을 고치는 데에 따로 부품이 있질 않고 고장 난 마음을 고치기 위해서는 꼭 서로가 만나서 서로를 위해 기꺼이 제 몸을 뜯어 내고, 기워 주고, 붙여 주고. 그래야만 하니까. 그렇게 기어코 하나의 마음이 되는 게 우산과 꼭 닮았다고.
- P300

그녀의 말대로 삶은 어쩌면 평생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훔치고, 찾아내는 과정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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