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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산책 - 대만 인문 여행
류영하 지음 / 이숲 / 2024년 5월
평점 :
2025년 3월 말, 6월 현충일 연휴에 대만 타이베이로 가는 비행기를 예약했다.
사실, 작년(2024년)에도 대만에 가려고 일정을 짜 보려다 상대적으로 높은 항공권이 눈에 걸려 포기했었다. 하지만, 신학기 이런저런 일상에 찌들며 생활하다 보니 문득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급하게 항공권부터 예약해 버렸다. 늘 떠난 것처럼, 바다 중심의 여행이 아니라, 역사나 문화, 먹거리가 중심이 될 도시 여행으로... 이렇게 나의 대만 여행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대만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기에 책부터 찾아보기 시작했다. 당연히 여행 가이드북 중심의 책들이 많이 보였는데, 내게는 산문 형태로 쓰인 대만과 타이베이 책이 눈에 띄었다. 어디가 좋고, 뭐가 맛있고 하는 목록 형식의 가이드북은 지천으로 널려있으니 생략, 대만의 역사나 문화를 설명하고 분석한 인문학 책은 머리가 아프니 패스, 그래서 대만에서 생활했거나 현지 사정과 역사에 대해 잘 아는 저자의 책을 찾아보게 되었고 일단 두 권을 차례로 읽게 되었다.
<대만 산책>은 중국어를 전공한 류영하 교수님이 대만 국립칭화대학에서 6개월간 강의하면서 쓴 책이다. 대만 타이베이에서 대학원생들과 생활하며 일기 형식으로 쓰기 시작한 글로 "생각나면 조금씩 쓰고, 밥을 먹다가도, 책을 읽다가도, 신문을 보다가도 썼다. 강의 준비도 하고, 서점에도 가고, 시장에도 가고, 여행도 했지만, 머릿속에 대만을 그렸다가 지우고 다시 그리기를 반복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p9)
책은 교수님이 먹은 음식이나 둘러본 장소를 중심으로 소소하게 써 내려간다. 그러면서 대만의 역사와 문화를 간간이 소개하고, 현지에 살지 않으면 모르는 대만의 속 이야기를 살포시 들려준다. 쉽게 읽히는 글이지만, 은은한 인문학 강의도 들을 수 있다.
"역(易)은 바뀐다는 뜻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변화한다는 의미이다. 파도가 큰 날이 있으면 파도가 작은 날도 있다. 큰 파도는 언젠가는 지나간다. 작은 파도가 지나가고 나면 반드시 큰 파도가 온다. 오라고 해서 오는 것도 아니고, 오지 말라고 해서 안 오는 것도 아니다.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가을이 되면 겨울이 머지않다. 이렇게 변화한다. 살다 보면 성공할 때도 있고, 실패할 때도 있다. 성공만 계속될 수 없고, 실패만 계속되지도 않는다. 이렇게 변화한다. "(p29)
대만은 청나라 때 중국 땅으로 공식 편입되었지만, 이후 여러 나라의 지배를 받아왔고, 일본 패망 이후 공산당에게 몰린 국민당과 장제스(장개석)는 중국 유물을 몽땅 챙겨 대만으로 피신, 세계 최장기간 계엄령으로 민주주의를 억압하며 그곳에서 터를 잡고 살고 있던 본성인을 지배했고, 228 사건이 일어나 많은 사람이 죽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중국이 대만을 겨냥한 군사훈련을 하고 있어 대만해협을 사이에 두고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이렇듯 대만은 우리나라와도 비슷한 점이 많기에 스린 야시장에서 음식만 먹고 오거나 지우펀에서 인증샷만 남기고 오기에는 뭔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대만에 대해 좀 더 공부하고, 이해하고 갔으면 좋겠다.
교수님은 대만을 한마디로 절도와 포용으로 정의하며 인정과 원칙이 공존하고 넉넉하지만 치밀한 나라라고 했다. 얼마 뒤에는 교수님과 함께 화덕빵을 씹으려 타이베이의 뒷골목 어슬렁거릴 것 같다.
(www.freeism.net, 2025.04.17.)
PS
<대만 산책>은 걸어서 출근하는 시간에 많이 읽었다.
30분 정도의 시간이지만, 선선한 아침바람과 함께 온전히 책에 몰두할 수 있어 은근 좋았다.
단, 길거리인 만큼 차량은 조심해야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