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다이브 소설Q
이현석 지음 / 창비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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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에서 서핑을 가르치는 태경에게 다영이 찾아온다. 다영은 지금 잘나가는 인기 유튜버지만, 병원 간호사로 일했을 때는 천대받고 멸시받던 왕따였다. 오죽했으면 창고에 처박혀 나오지 말라는 소리까지 들었겠는가. 이런 그녀가 지금은 대중의 관심을 끌어내는 스토리텔링으로 유명인이 되었고, 많은 이의 관심을 받으며 서핑을 배고 있다.

하지만 다영을 지켜보는 태경의 마음은 편치 않다. 병원에서 함께 일했을 때, 그녀가 다영의 처지가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방관자로 배회했을 뿐 다영을 돕거나 위로하지 못했다. 힘들게 버텼던 다영과는 달리 태경은 강자들이 구축한 세계에서 편안히 직장생활을 할 수 있었다.

푸른 파도 위를 화려하게 날아다니는 서핑에는 어쩔 수 없는 위험 요소가 숨어있다. 파도와 하나가 되기 위해, 혹은 화려한 기술을 익히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지만, 해변의 지형과 바람에 따라 수시로 달라지는 파도를 이해하기는 너무 어렵다. 크고 완벽한 파도일수록 그 밑에 감추어진 암초는 더 위험했고, 거친 파도에 휘말리거나 보드, 서퍼 간의 충돌로 심한 상처를 입기도 했다. 이런 어려움을 피해 갈 수 있는 작은 방편 중에 하나가 어쩌면 덕다이빙이다.

"경사면 아래로 보드를 찔러 넣은 태경은 숨을 참았다. 잠영을 하며 눈을 흡뜬 태경 뒤로 해파리 한 마리가 굴러갔다. 파도가 머리 위를 지나가자마자 태경은 오른발로 보드 뒤쪽을 찍어 눌렀다. 보드 앞이 들리며서 수면 위로 솟아오른 그가 참았던 숨을 몰아쉬고는 얼굴을 닦았다.

바늘을 꿰는 것처럼 수면 아래로 파고들어가 타지 못할 파도를 피하는 이 기술을 서퍼들은 '덕다이브'라고 부른다."(p18)

서핑과 마찬가지로 세상일도 기대처럼 되지 않는다. 내 생각처럼 움직이지 않을뿐더러, 타인의 머릿속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모두 한 방향을 보고 웃는 것 같지만,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매일 같이 칼을 갈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억지 웃음을 짓고, 야근에 지원한다. 혹은 병원에 다니거나 내부고발자가 되기도 한다. 위험천만한 세상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덕다이빙 방법을 찾아보지만, 그 뒤에는 더 큰 파도가 있을 뿐이다.

나만의 덕다이빙은 누구에게 배워서 얻어지기보다는 오랜 시간과 경험을 통해 습득되는 것 같다. 내 안에서 우러나오는 조율과 균형만이 인생의 파도를 타고 넘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 아닐까 싶다.

"스스로에게 지고 싶지 않았다는 말.

태경은 이제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안다. 우리의 오해가 비록 영원할지라도, 앞으로도 내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지라도, 우리가 이곳에서 함께였다는 사실만큼은 진실이니까."(p284)

아무튼, 밀려왔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파도를 공유한다는, 아니 그런 인생을 살고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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