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편의점 (윈터 에디션) 불편한 편의점 1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1년 4월
평점 :
품절


2023년 새해가 밝았지만 난 여전히 스마트폰을 끼고 살고 있다. 지하철 안에서도 화장실에서도 틈만 생기면 맹목적으로 폰을 켠다. 이런 나를 지켜보던 아내가 "당신은 책 읽는 모습이 제일 보기 좋던데... 올해는 책 좀 읽지?" 란다. 뭐, 지도 밀크(우리집 반려견) 다음으로 폰만 보면서... ^^

아무튼, 이렇게 아내가 읽어보라며 권한 책이 김호연 님의 <불편한 편의점>이다. "엄마를 화나게 하지 말라!"는 우리집 1호 가훈처럼, 그녀의 명령에 책을 펼친다. 2023년의 첫 책!

서울역에서 술에 절어 노숙 생활을 하고 있던 독고는 염여사의 파우치를 찾아준 것을 계기로 그녀의 편의점에서 일하게 된다. 독고는 알콜성 치매로 인해 자신이 누구이고 어떤 일을 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말도 어눌하지만, 특유의 우직함과 부지런함으로 주변에서도 인정받게 되고, 정상적인 삶을 되찾게 된다. 그리고 그와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도 조금씩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한다.

아내의 말처럼 술술 읽힌다. 편의점에서 한 끼를 가볍게 해결하듯, 어렵지 않으면서 편안하게 읽었다. 어수룩한 거지가 주변 지인들의 도움으로 멋진 왕자로 환골탈태하지만, 사실은 왕자 자신이 주변을 따뜻하게 만들고 있었다는, 사실적이지만 현실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동화 같은 소설이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부하거나 식상하게 다가오지 않는 것은, 편의점이라는 일상적인 장소를 통해 우리 이웃의 현실적인 고민을 다루고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고물가 시대에 간편하게 끼니를 때울 수 있는 삼각김밥이나 컵라면, 도시락은 물론, 만 원 한 장이면 네 캔의 맥주까지 살 수 있는, 휴지부터 치약, 칫솔, 면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활용품을 손쉽게 구할 수 있고, 심지어는 1+1처럼 하나를 덤으로 얻을 수 있는 행운까지 누릴 수 있는 열린 공간이기에 가능한 것 같다.

책에는 힘겨운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가 편의점 선반에 잘 정리해 비치한 물건처럼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김호연 작가 본인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경제적 어려움과 가족 간의 갈등을 겪고 있는 우리 이웃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니면 명절을 맞아 차례상의 음식 가짓수를 놓고 티격태격하는 나의 이야기기도 했다. 너무 일상적이기에 조금은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가 <불편한 편의점>이 되어 우릴 포근하고 편하게 보듬어주는 것 같다.

올해는 폰을 접고 책을 좀 읽어야겠다. 클릭 하나로 세상을 구경하는 편리한 스마트폰보다, 한 장씩 넘기며 작가의 생각을 음미하고, 나와 우리를 되돌아볼 수 있는 ‘불편한’ 책을 가까이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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