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이, 지니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보노보(학명 : Pan paniscus) : 영장목 성성이과에 속하는 유인원으로, 인간과 가장 유사한 DNA(98.7% 일치)를 가졌으며, 학계 일부에선 현존하는 세 영장류(침팬지, 인간, 보노보)의 '원형'과 가장 닮은 꼴로 본다. 침팬지보다 체구가 작지만 공감 능력은 훨씬 뛰어나며, 온순하고 쾌활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p6)

 

  콩고에서 밀렵당한 보노보를 못 본체하고 지나쳤던 경험 때문에 진이는 영장류센터 사육사를 그만둘 참이었다. 하지만 한 별장에서 발견된 보노보를 영장류센터로 호송하는 과정에서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고, '지니'라고 이름 붙인 보노보의 몸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남녀의 영혼이 바뀌는 영화나 유체이탈을 그린 드라마처럼 다소 엉뚱한 소재라 처음에는 잘 적응되지 않았다. 책 초반에 느꼈던 정유정 특유의 흥미진진한 빠른 전개에 몰입한 감정이 한순간에 몸 밖으로 튕겨버린 것 같아 난감했다. "뭐야, 잘나가던 서스펜스 소설이 왜 갑자기 판타지 소설로 바뀐거지?"

  하지만 보노보를 통해 인간과 동물의 시각이 교차하고,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면서 허구의 벽을 훌쩍 뛰어넘어버린다. 마치 콩고에서 밀렵되 먼 이국땅으로 밀반출되는 철창 속 유인원이 되기도 하고, 다정한 눈빛으로 동물을 사육하는 조련사가 되기도 한다. 어린 동생의 탄생을 지켜보는 지니가 되었다가 자신의 죽음을 목도하는 진이가 되기도 한다. 
  특히 진이의 귀환(?)을 돕는 민주라는 인물이 소설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었다. 무의미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다 집에서까지 쫓겨나 노숙생활을 하던 그는 진이를 도우며 삶의 목적을 찾아 나간다.

 

  <진이, 지니>는 인간과 동물, 판타지와 코미디, 치열함과 느슨함이 교차하면서 온탕과 냉탕을 오가듯 완급을 조절한다. 힘껏 전력 질주한 다음에 느린 걸음으로 숨을 고르듯, 리드미컬한 강약조절로 독자를 이끈다. 그래서 기어이 다음 회차까지 보게 만드는 주간드라마나 시리즈 영화처럼 맛깔스럽다. 아마 책을 영화로 만들어져도 충분한 재미를 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