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
천명관 지음 / 예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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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방학이 시작할 즈음,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와 함께 연일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에어컨을 켜도 그때뿐이고, 환기를 위해 잠시 열어둔 창에서도 열대지방 같은 뜨거움이 밀려온다. 무덥게 늘어지는 일상에 나는 물론이고 아내와 아이들까지 처져있다.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짜증을 부리는 아이들을 보다 못한 아내와 나는 아이들이 여름방학 때 읽어야 할 책을 빌리자며 인근 도서관으로 향했다.

  도서관에는 최근 들여온 책과 함께 올 초에 아내가 신청한 책들이 들어와 있었다. 거기다 아이들 학교에서 지정한 권장도서와 논술학원에서 숙제로 나온 책, 그리고 내가 고른 책까지 합하니 족히 삼 십여 권은 넘는 것 같았다. 이번 여름방학을 함께할 책을 낑낑거리며 빌려와서는 한 권씩 페이지를 넘기려고 한다.


  내가 처음 고른 책은 천명관 님의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로, 제목의 느낌만으로도 거침이 없고 시원하게 다가왔다. 특히, '천명관'이라는 이름 속에는 언제나 기발함과 재미가 가득하다는 것을 알았기에 망설임 없이 펼쳤다.

  책은 연안파 두목인 양사장을 중심으로 그 부하들과 주변의 조직들 간의 이권 다툼을 좌충우돌 그리고 있다. 돈만 된다면 사기나 절도는 물론이고 감금과 협박, 폭력과 살인 등 가리지 않는 이들 사이에서 엄청난 액수의 다이아몬드가 증발한다.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각자의 속셈으로 다이아의 행방을 찾아나서고, 결국 한자리에 모이게 된다.

  깡패의 이야기다보니 다소 거칠고 직설적이면서, 무식하고 예의가 없다. 하지만 소설의 리얼리즘이나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 정당화될 수 없는 폭력 등 심각한 고민은 접어두고, 한편의 코미디나 액션활극을 본다고 생각하면 심심하지 않게 읽힌다.

  하지만 대하역사극 뺨치는 수의 등장인물들, 아니 조폭들 간에 실타래처럼 얽혀버린 사건으로 인해 조금 산만한 감도 있었다. 여러 사건이 복합적으로 일어나는 데다 인물들이 작대기, 장다리, 뜨근이, 울트라와 같이 별명으로 불리다 보니 더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책 중반 이후에는 깡패 족보까지 그려가며 읽었다.  


  보통 삼사일을 지나야 소설책 한 권을 읽는데,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는 만 하루 만에 뚝딱 읽어버렸다. 스마트폰을 달고 사는 아이들에게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식적인 노력도 있었지만, 빠른 사건 전개와 간간이 섞여 있는 코미디가 계속해서 다음 페이지를 읽도록 재촉했다.

  책 속에 있다는 길은,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무더위를 시켜줄 피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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