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칭 단수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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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쩝, 장편소설인줄 알았는데 단편집이었다.

  여덟 편의 단편은 본인의 산문집처럼 하루키 자신과 진하게 연결된 것 같다. 소설집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읽었다면 산문집으로 읽혔을 수도 있겠다.

 

  <돌베개에>는 하룻밤을 보낸 여자가 쓴 단카(일본의 시가)를 매개로 사라지고, 잘려버린 기억을 떠올린다. 오래되고 희미해져, 곧 사라져버릴 아련함 같은...

  <크림>은 "설명이 안 되고 이치에도 맞지 않는, 그렇지만 마음만은 지독히 흐트러지는 사건"(p48)이 내 머릿속을 하얀 크림으로 몽실몽실하게 만들어버렸다. 뭐지 이건?

  <찰리 파커 플레이즈 보사노바>는 심심풀이로 적은 글이 현실이 되어 마주하게 되는 마법 같은 소설이다. 그가 좋아하는 재즈 선율이 문장 사이에 가득하다.

  <위드 더 비틀즈 With the Beatles>는 비틀즈에서 클래식으로 음악적 취향이 변하듯, 시간과 기억 속에 스쳐 갔던 연인을 그려본다.

  <야쿠르트 스왈로스 시집>은 꼴찌를 도맡아 했던 야쿠르트 야구팀이 등장한다. 박민규 님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처럼 경쾌하고 재미있다. 소외되고 동떨어진 것에 대한 아련함이 가득하다.

  <사육제> 역시 박민규 님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가 생각난다. 못생겼지만, 이를 자신의 매력으로 가득 채운 그 여인은 어떻게 되었을까... 

  <시나가와 원숭이의 고백>은 말하는 원숭이가 등장한다. 우화적이고 환상적인, 기묘함이 가득한 소설.

  그리고 <일인칭 단수>. 멋진 슈트를 차려입고 호사스러운 휴식을 취하는데 등장한 방해꾼. 그녀는 나를 알아보았지만, 나는 여전히 일인칭이다.

 

  사실인지 상상인지 모호해지는 기억의 끝자락에서 일상을 되돌아보는 것 같다. 하루키의 옛 앨범을 보는 것 같은, 아니 앨범을 보는 내가 등장하는 꿈을 꾼 느낌이랄까? 뭔 소리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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