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 팜
조앤 라모스 지음, 김희용 옮김 / 창비 / 2020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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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비에서 진행하는 서평단에 당첨되어 받은 책이다. 그런데 소설의 2/3만 수록된 가제본 판이라는 것. 가제본이라... 여러 서평단 활동을 하면서 가제본 된 책을 받아본 것이 처음이라 낯설기도 했지만, 세상에 나오기 전에 맛보는 따끈한 새 책이라는 점에서는 무엇보다 기대가 컸다. 마치 드레스 룸에서 화장을 고치고 있는 새신부의 모습을 먼저 훔쳐본 느낌이랄까.

   여기까진 좋았는데 2/3만 수록된 불완전 판이라는 점은 상당히 의아했다. 소설을 먼저 선보이고 그에 대한 평을 받으려는데 결말을 모른다?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앞선 데다가 도착한 가제본의 첫 페이지에는 내용의 절반만 포함되어 있다고 되어있어 더욱 난감했다. 뭐지 이건? 선물로 받은 아이폰의 포장을 열어보니 배터리가 없어 작동이 안 된다?

 

   난감한 마음을 추스르며 숙제(서평을 남겨야 한다는)를 시작한다.

  <베이비 팜>은 제목처럼 아기 농장을 의미하는데, 최고 시설을 자랑하는 골든 오크스 농장에 모인 대리모들의 이야기다. 호스트라 불리는 대리모는 재력가들의 수정란을 받아 9개월간 호화롭게 생활하게 되고, 출산 후에는 거액의 대가를 받게 된다. 제인은 가난한 필리핀 싱글맘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이곳에서 생활하게 된다. 하지만 믿고 맡겨놓은 아들이 방치되고 있다는 소식에 갈등하게 되는데...

 

   골든 오크스 농장에 모인 대리모들 여러 가지 갈등 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하나씩 질문을 던진다. 임신과 육아에 대한 부모의 책임과 권한은 어디까지이고, 돈으로 이 모든 것을 대신할 수 있을까. 불임이라는 불가피한 경우라도 대리모에 대한 권한은 어디까지이고 사랑과 임신, 육아의 경계는 어디까지인지.

   제인과 레이건, 메이, 아테 등 책 속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과 임신, 출산, 그리고 국가와 문화, 사회와 여성을 이야기하지만 결론을 내리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책을 읽다보면 아기가 기계처럼 복제되고 길러지는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가 연상된다. 아기를 중심으로 따뜻한 온정과 사랑이 넘쳐나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언제나 인간의 욕심이 숨어있는 것 같다. 어쩌면 우리의 이기심은 인간의 숭고함마저도 거래하려고 들지 모르겠다.

 

  책을 읽으면서 나를 한번 되돌아봤다. 이런저런 핑계로 아내에게만 육아를 맡겨놓은 것은 아닐까 후회된다. 아이의 웃는 모습만 보려고 했지, 밤 사이의 칭얼거림을 외면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본다. 겉으로만 골든 오스크 농장의 화려함을 꿈꾸지 않았나 싶다.

  <배이비 팜>이 정식 출판되면 아내와 함께 읽어봐야겠다.

 

 

* 가제본 된 <베이비 팜>은 창비에서 진행한 서평단을 통해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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