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한 차별주의자
김지혜 지음 / 창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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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의식중에 행해지는 차별을 통해 나를 되돌아보게 된다.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한마디로 "기울어진 세상에서 익숙한 생각이 상대방에게 모욕이 될 수 있음"(p37)을 지적한다.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평등하고 차별을 싫어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그럴 의도가 없었음에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우리들의 차별을 다양한 연구결과와 구체적인 사건으로 제시한다. 그래서 우리는 사회적 관습이나 습관, 고정관념이나 편견, 혹은 무지와 부주의로 악의적 의도는 없었지만 차별을 행하는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되는 것이다.

 

  내가 일하는 곳은 특성화고로 옛날에는 실업계, 전문계로 불렸 직업교육 중심의 고등학교다. 그래서 대학진학보다는 자신만의 전문기술을 배워 졸업과 함께 기업에 취업해 사회적으로 독립할 수 있도록 가르친다. 하지만 여전히 학벌 중심의 사회가 견고하고, 학부모 대부분이 자녀들의 대학진학을 원하고 있어, 특성화고를 일반계고(인문계고)에 갈 수 없거나 탈락한 학생들이 가는 학교쯤으로 생각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공부에 관심이 없고 놀기 좋아하는, 심지어는 문제 학생들이 모여있는 곳이 특성화고라는 편견을 심화시키고 있다.

  그래서인지 특성화고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들이 책을 읽는 동안 따라다녔다. 특성화고에 대한  이런 편견은 졸업 후에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며 사회적인 차별을 낳았고 이는 특성화고의 원래 취지였던 취업과 사회생활을 더욱 어렵게 했다. 기업은 특성화고 출신을 꺼리게 되고, 학부모는 자녀들의 특성화 진학을 말렸다. 물론 공부에 기초가 부족하고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친구와 다투는 등의 문제도 있지만, 이는 일반계고에 진학한 학생도 마찬가지 겪는 문제다. 일부의 문제를 전체의 것으로 일반화시키지는 말아야겠다.

  특성화고의 직업교육은 우리 사회를 근대화하는데 많은 밑거름이 되었다. 국·영·수 성적은 조금 낮을지 몰라도 전자, 컴퓨터, 기계, 관광, 조리, 보건, 행정, 미용 등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해 나갔고, 이런 작은 기술과 노동이 우리 사회를 윤택하게 만들었으니 이보다 큰 보람과 행복이 어디 있겠는가... 

 

  특히 장애인 문제에 대해서는 더 큰 벽에 가로막혀 있다. 장애인은 비장애인의 도움을 필요한 수동적인 존재로 인식해 보살피고 보호해야 하는 대상으로만 생각해왔다. 장애라는 말을 함부로 쓰면서 부족과 결핍, 모자람의 대명사로 웃어넘겼다. 이런 인식들은 부지불식 간에 우리들을 선량한 차별주의자로 만들었고. 그럴 의도가 없었음에도 누군가를 상처 입게 했다. 특별한 의도 없이 호수 위로 던진 자갈은 몇 번의 물수제비를 거쳐 아득한 곳의 상대를 다치게 했다.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차별을 이야기하지만, 실상은 우리들의 무지와 편협, 이기심을 꼬집는다. 아무리 공정하고 차별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자신의 생각과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밖에는 없다. 오히려 민주적이고 정의롭다고 자만하는 사람일수록 더 좁은 시각을 갖고 있을 확률이 높다.

  착각하지 말자. 우리는 민주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다. 그래서 조직과 절차가 필요한 것이 아니겠는가. 자신에 대한 지나친 자만을 버리고 저 멀리, 사회 전체를 내다봄으로써 기울어진 세상을 자각해야 할 필요가 있겠다.

 

  30페이지에 달하는 빼곡히 적힌 주석과 참고문헌은 이 책을 쓰기 위한 노력들을 여실히 보여준다. 마치 무의식중에 뱉어버리게 되는 일상 속의 차별을 꼼꼼히 걸러내겠다는 김지혜 작가님의 의지를 보는 듯 했다. 지금은 이런 꼼꼼함과 세세함으로 세상에 만연된 차별과 싸워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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