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8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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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티아고는 84일째 아무런 고기도 잡지 못했지만, 이번만은 달랐다. 엄청나게 큰 청새치가 그의 낚싯바늘을 물었고 이틀간의 사투 끝에 작살로 겨우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배에 매달고 오는 도중에 피 냄새를 맞은 상어 때의 공격으로 대부분의 살점이 뜯겨버렸고, 앙상한 뼈만 매단 채 겨우 되돌아올 수 있었다.


  노인은 오직 고기를 잡겠다는 일념으로 작열하는 태양 아래에서 허기와 부상을 견딘다. 살이 갈라지고 목이 타들어 간다. 잠은 고사하고 허리도 제대로 펼 수 없다. 낚싯줄 하나로 연결된 적은 심연에 웅크린 채 완강히 버텼다. 적은 죽여야 할 대상이 아니라 극복해야 할 자신이 되어버렸다. 바다는 현실과 이상을 가르는 경계가 되어 꿈쩍도 하지 않았다.

  노인이 잡으려고 했던 청새치는 단순한 물고기가 아니라 84일간의 불운을 돌파해줄 행운의 열쇠였고, 자신을 따랐던 소년과 재회할 수 있는 허가증이었다. 또한 노년의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말 상대였다. 비록 힘들게 성취한 결과물이 타인의 몫으로 돌아가 버렸지만 이것은 더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청새치의 상징과도 같은 긴 뿔(주둥이)을 소년에게 선물함으로써 노인이 찾은 희망은 새로운 세대에게 전해질 수 있었던 것!

 

  하지만 정작 헤밍웨이 자신은 청새치를 잡고도, 그 희망의 끈은 놓쳐버렸다. 탕! 엽총 소리와 함께 노인의 무기는 사라졌다. 다음 책에선 헤밍웨이를 따라가 봐야겠다.

난 녀석에게 인간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또 얼마나 참고 견뎌 낼 수 있는지 보여 줘야겠어. - P67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어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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