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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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가 있는 여자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다. 사실 출산과 육아의 주체가 아닌 남자들은 나 같은 특별한 경험이나 계기가 없는 한 모르는 게 당연하다.”(p170)

  ’는 82년생 김지영 씨의 정신과 치료를 맞고 있는 의사이면서 동시에, ADHD가 의심되는 자녀는 둔 맞벌이 가장이다. 아내는 안과 전문의였지만 결국 일을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했다. 하지만 곧 나아지리라는 기대와는 달리 현실은 변함이 없었다. 육아는 힘들고, 수입은 줄어들었다. 그리고 여성과 육아, 성역할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변함이 없었다. 사회와 가정, 남성들 속에서 여성은 움츠려들 수 밖에 없었고, 자신의 존재조차 잊어버리게 되었다.

  84년생 김지영의 삶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살아온 삶을 되짚으며 기록한 글은 한국에서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겨운 일인지 담담하고 차분하게 이야기 한다.

우리의 지영 씨는 남존여비의 고착화된 성역할과 내조의 여왕식의 가족 역할을 통해 언제나 수동적이고 보조적인 존재였다. 개인의 소질이나 개성과는 상관없이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희생을 강요당하고 보상조차 재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여자는 응당 그래야 돼라는 사회적 편견 속에 오빠의 뒷바라지와 동생의 학비를 벌기위해 동부서주했지만 정작 자신이 원했던 것은 잊어버리고 말았다. 여성은 가정에서부터 서브 자녀로 시작되었다.

어렵게 학업을 마쳤지만 취업의 벽은 높기만 했다. 벽 꼭대기에 앉은 남성은 실력보다는 성별을 먼저 고려했고, 설상가상으로 결혼과 출산의 족쇄마저 달려있었다. 어렵게 취업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차별과 성희롱을 이겨낸다고 하더라도 가정과 육아, 직장생활의 3중고를 이겨내는 슈퍼우먼이 되어야했다.

이렇게 그녀는 세상에 함몰되어 갔고, 지친 육체는 공허함과 허탈감을 더 이상 지탱하기 힘들었다. 84년생 김지영 씨는 꿈도, 희망도, 내일도 사라졌다...

  안타깝다. 그저 미안하고 부끄럽다. 뭐라 해줄 말도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위로의 말이라고 어설프게 꺼냈다가는 불난 집에 기름을 붙는 격으로 서러움만 키울 것 같다. 서글서글하고, 당찬 모습이 아름다웠던 나의 지영 씨는 오늘도 자유롭지 못했다.

미안해, 지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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