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하포드의 세상을 바꾼 51가지 물건 - 새로운 것들은 어떻게 세계 경제를 변화시켰을까
팀 하포드 지음, 김태훈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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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래전에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포인트 카드만 따로 모아서 하나의 카드로 통합해서 다니면 얼마나 편할까 하는 생각. 포인트는 제대로 쓰지도 못하면서 어쨌든 포인트를 적립하거나 사용하려면 카드가 있어야 해서 필요한 카드를 늘 챙겨야 했다. 그때는 스마트폰 앱이 생기기도 한참 전이고, 각종 백화점이며 마트, 도서관, 서점, 카페 등 가는 곳마다 다 다른 카드가 필요하다 보니 카드지갑이 따로 필요할 정도였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이걸 한 장으로 통합하면 얼마나 가볍고 편할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 뒤로 한참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하나의 카드로 통합되고, 나중에는 앱을 통해 핸드폰 속으로 들어갔으며, 지금은 전화번호 입력만으로도 충분하다. 내가 전에 생각했던 아이디어가 누군가에 의해 실용화, 일상화되는 것을 보니 반갑기도 하고, 내가 괜한 생각을 한 것은 아니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나는 사업마인드나 과감성이 없는 편이라 혼자 생각만 하다 그쳤지만, 누군가는 같은 아이디어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새로운 물건이나 시스템을 만들어낸다. 세상은 이렇게 불편함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개선점을 찾아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에 의해 계속 변화하고 발전해나가는 모양이다.



<팀 하포드의 세상을 바꾼 51가지 물건>에는 이렇게 생활의 불편함을 없애주는 물건들이 여럿 등장한다. 우표, 자전거, 안경, 재봉틀 같은 일상용품들뿐 아니라 신용카드, 스톡옵션, 블록체인, 연금처럼 경제활동 관련 시스템도 있다. 오늘 하루 사이에도 우리가 몇 번씩 오가고, 사용했을지 모를 회전식 개찰구,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GPS, CCTV, ‘좋아요버튼도 등장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51가지 물건은 유형의 물건이거나 무형의 시스템이나 프로그램이다. 이들은 인간의 발명품인 동시에 우리가 생활을 편리하게 유지해주는 중요한 존재들이기도 하다.


책에는 우리가 발명품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우리의 생활과 아주 밀접한 물건들이 등장한다. 그 하나하나의 스토리와 역사를 읽어보면, 이 물건들이 우리의 일상을 얼마나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변화시켰는지 곧 알게 된다. 지금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아니 당연한 듯 쓰는 물건들이 사실은 수많은 사람의 아이디어와 경쟁과 협조 속에 개선과 보완을 거쳐 탄생한 귀한 결과물인 셈이다.



그런 노력이 없었다면 우리는 여전히 비효율적이고 전근대적인 생활을 했을 테고, 전 세계적으로 동일한 맛과 품질을 유지하는 프랜차이즈의 햄버거도 맛보지 못했을 것이다. 컴퓨터끼리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누군가 노력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지금처럼 문자나 메시지를 수시로 주고받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책에는 전에 미처 알지 못했던 흥미로운 내용이 가득하다. 매장의 옷이나 물건에 당연히 붙어있는 태그가 원래는 아군이니 쏘지 말라는 항공기의 신호에서 시작되었다거나, 더 개선된 드보락 자판이 있어도 불편한 쿼티 자판이 왜 그렇게 오래 사용되었는지, 코카콜라는 왜 오래도록 25센트에서 가격을 인상하지 못했는지 등등.


지금은 익숙해져서 원래부터 늘 곁에 있었던 듯싶지만, 알고 보면 누군가의 고민과 연구 혹은 우연이 겹쳐서 만들어진 물건이나 시스템들. 거기에 숨겨진 내용이나 역사를 알게 되면 나 혼자 어떤 비밀을 알게 된 듯 슬며시 미소가 지어지기도 한다. 그 비밀 아닌 비밀을 읽고 나니 일상의 물건들을 다시 보게 되고, 그 대상이 새삼 고맙게 여겨지기도 한다. 불편함을 불편함에서 그치지 않고 더 낫고, 편리한 세상으로 바꿔가는 움직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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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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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어트 파동이론
R N. 엘리어트 지음, 이형도 엮음, 로빈 창 옮김 / 이레미디어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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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요즘이다. 예전에는 일부 사람들에 국한되었지만 요즘은 주린이(주식+어린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너도나도 주식에 관심을 갖고, 투자를 하고 있다. 주식과 투자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하니 주식에 대해서도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내가 투자하려는 주식과 회사에 대해서도 당연히 알아야겠지만, 그에 앞서 주식과 주가, 시장의 흐름 등에 대해서도 기초적인 지식이 있어야 함을 느낀다. <엘리어트 파동이론>은 주식투자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용어이고,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이론 중 하나다.



<엘리어트 파동이론>은 미국의 아마추어 주식 분석가인 랄프 넬슨 엘리어트(1871~1948)<파동원리 The Wave Principle)>이라는 책으로 발표한 이론이다. 그는 1930년대 초부터 과거 75년간의 주가 움직임을 일간, 주간, 월간, 연간 데이터로 구분하여 주가의 흐름에 나름의 반복적인 규칙이 있음을 찾아내었다. 그는 1938년에 <파동원리>라는 책을 집필하고, 1939년에는 <파이낸셜 월드>파동이론을 유료로 게재하면서 더욱 유명세를 얻었다.


그럼에도 그의 책은 초반에는 대중적으로 널리 읽히기보다는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전해졌으며, 그의 이론을 바탕으로 주식시장 실전에서 성공한 이들이 많이 생겨났다. 일부에서는 이렇듯 오랫동안 월가의 감추어진 비밀처럼 유지된 덕분에 오히려 그의 이론이 사장되지 않고 후대에 전해졌다고 말하기도 한다.

 

엘리어트가 주식시장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60세가 넘은 나이에 투병 생활을 하면서였다.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며 투병 생활을 하던 그는 소일거리로 주식시장의 움직임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5년간의 투병 생활을 마칠 즈음에는 엘리어트 파동이론을 창안하게 된다. 그는 자신의 이론을 바탕으로 주식시장을 예측하는 내용을 디트로이트의 주식 정보지에 기고하였는데, 과연 그의 예측대로 1937년과 1938년 사이에 주식시장은 50%라는 엄청난 하락을 겪게 된다.

 

엘리어트는 주가의 변동을 패턴, 비율, 시간에 따라 분석하고 있으며, 특히 패턴을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여긴다. 엘리어트의 이론에 따르면, 주가의 흐름은 상승 5파와 하락 3파 등 파동이 순환하면서 일종의 패턴을 보이고, 이에 따라 시장의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고 한다. 그는 그러면서도 자신의 이론이 적용되는데 상황적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였다. 특히 작위적 시장 조작이 가능하고, 돌발 변수의 가능성이 큰 개별 주식의 측정에는 오류가 발생할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엘리어트의 파동이론은 높이 평가받을만한 부분이 충분하기도 하지만, 일부 정의에 대해서는 방법 자체가 불명확하거나 자의적이며 왜곡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또한 인터넷조차 없던 시절의 주식 시장과 요즘처럼 실시간으로 주가 정보가 공개되는 시장 사이의 괴리감도 존재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어떤 이론이라도 실전에서는 수많은 변수와 다양한 상황들이 있기에 무조건 그 이론을 맹신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책은 엘리어트가 1938년에 책으로 펴냈던 파동이론1939년에 파이낸셜 월드에 연재했던 기고문 및 1946년에 출간한 자연의 법칙등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전적인 이론이기는 하지만, 주식이나 주가의 흐름에 대해 관심을 갖고 기초부터 공부하려는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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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련 - 선지식과 역사를 만나는 절집 여행
제운 옮김, 양근모 사진 / 청년정신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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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에 가면 전체적인 풍경 외에 세부적으로 눈여겨보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가 주련(柱聯)이다. 궁궐이나 사찰, 한옥 민가에서는 전각의 기둥마다 한자로 써서 붙인 글귀들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주련이다. 보통은 얇은 판자에 붓글씨로 쓴 글귀를 새겨 넣는다.

사찰에서 주련을 유심히 보는 이유는 글귀 내용 자체도 좋고, 주련이 그 절의 사풍(四風), 전각의 특성 등을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부처님 법문 중 좋은 글귀나 선시(禪詩)나 오도송(悟道頌) 등을 쓰는 경우도 많아서 사찰의 역사나 특성을 드러내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주련을 읽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련은 대부분 한자로 쓰여있기 때문이다. 비교적 읽기 쉬운(?) 해서나 행서로 쓰여 있으면 그나마 다행인데 멋들어지게 흘려 쓴 초서체일 경우에는 무슨 글자인지 짐작하기도 어려울 때가 많다. 또 한자는 얼추 읽는다고 해도 글자만으로는 해석이 안 될 때도 있다. 마치 영어 문장에서 단어는 다 아는 단어들인데 전체 해석은 안 되는 경우와 비슷하다. 이는 구절마다 스님의 선시나 경전의 구절, 고사(古事) 등이 얽힌 주련들도 꽤 있기 때문이다.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주련을 많이 보고, 읽고 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읽다 보면 주련을 읽고, 내용을 파악한 뒤에 아하~’하고 혼자 슬며시 미소지어지는 경우도 꽤 있다. 깨우침을 주는 선시, 마음을 맑게 해주는 글귀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그런 작은 즐거움이 사찰 여행의 재미를 더해주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저 거니는 것만으로도 좋은 사찰 여행이지만, 주련이나 불상, , 불단 등 사찰 장엄을 알고 보면 사찰 여행은 더 의미 있고 재미있어진다.

 


이번에 읽은 <주련>은 사찰 주련을 중심으로 한 사찰여행책이다. 전에 <산사의 주련>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이번 책은 전에 나왔던 시리즈를 한 권으로 재편집하여 새로 펴냈다. 책은 제운스님의 번역으로 주련 해설이 포함되어 있고 여행 사진을 함께 실었다. 주련 자체에 비중을 두기보다는 사찰여행서에 가까운 느낌이라 큰 부담 없이 읽힌다.

 

주련의 뜻을 새겨보면 마음을 밝혀주고, 깨달음을 주는 좋은 글귀들이 꽤 많다. 주련은 관심을 갖고 보지 않으면, 그곳에 있는 줄도 모르고 스쳐 지나기 일쑤다. 대부분 한자로 된 주련이라 어렵게 느낄 수 있지만, 자꾸 읽고 관심을 갖다 보면 보는 눈도 더 밝아지고, 사찰을 보는 눈도 더 깊어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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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심경 마음공부 불경 마음공부 시리즈
페이융 지음, 허유영 옮김 / 유노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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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는 말은 불교에 대해 관심이 있건 없건 혹은 뜻을 알건 모르건 많이 들어봤을 듯하다. ‘물질적 현상인 색()은 실체가 없으며, 실체가 없는 공()은 물질적 현상과 다르지 않다, ‘색이 곧 공이고, 공이 곧 색이다라는 이 말은 <반야심경>에서 가장 유명한 구절이기도 하다

<반야심경>의 원래 명칭은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으로 대승불교의 대표적인 경전 중 하나이다. 260자로 이루어진 <반야심경>은 불교 경전 중 가장 짧은 경전이면서도 팔만대장경의 내용을 모두 함축하고 있을 만큼 중요한 경전이다.



대승불교는 부처님의 근본정신으로 돌아갈 것을 표방하며, 공사상(空四象), 반야사상(般若四象), 연기설(緣起說), 유심사상(唯心四象), 보살사상(菩薩四象) 등을 사상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공사상<반야심경>을 대표하는 핵심 사상이다

<반야심경>은 산스크리트 원전 외에 티베트어역과 한역 등으로 전해져왔다. 일반적으로는 당나라 현장이 번역한 276자의 한역이 많이 알려져 있으며, 신라시대에는 원측의 <반야심경소>와 원효의 <반야심경소> 등 주석서가 간행되기도 하였다.


<반야심경>260자로 함축되어있지만, 그 안에 담긴 뜻은 매우 심오하다. <반야심경>의 공()사상은 눈에 보이는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보이지 않는 것이 무한하다는 사실을 깨우쳐준다. 마음 복잡하고 심란한 이들에게는 눈앞의 안개가 걷히듯 마음을 밝혀주는 내용이기도 하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은 수시로 바뀌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무궁무진하게 있음을 안다면,

그때 비로소 자아의 비좁은 세상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다. (p.76)

 


페이융의 <반야심경 마음공부>는 반야심경에 대한 해설서다. 중국의 불경 연구가인 저자는 불교를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작업을 30여 년 동안 해오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반야심경> 260자를 현대인의 상황에 맞게, 이해하기 쉬운 내용으로 풀어서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불교 경전을 처음 접하는 불교 입문자나 혹은 불교와 상관없이 마음 챙김을 원하고, 마음의 평온을 찾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경전이라는 부담감 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다.

 

나를 부르는 명칭이 무엇이든

그것은 내 인생의 아주 작은 일부일 뿐이다.

살면서 붙여진 모든 이름을 다 합쳐도

다채롭고 오묘한 인생을 표현할 수 없다. (p.139)

 

오온(五蘊)의 깨달음과 진정한 자아에 대한 부분을 읽던 중에 문득 니체나 에머슨이 연결되기도 했다. 불교에서는 눈에 보이는 나인 가아(假我)와 나의 실체인 진아(眞我)를 구분한다. 내가 라고 생각하는 눈앞의 나는 그저 형체일 뿐이고, 나라고 생각하고 있는 실체인 진정한 나는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계속 질문을 던진다.

 

누구든 진정으로 해야 하는 일은 오직 하나,

바로 진정한 자아를 찾는 것이다.

그 자아가 시인인지 미치광이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자기 운명을 찾은 다음은 평생 그것을 지키며 살아라.

그 외의 다른 길은 모두 도피의 다른 이름이다. (p.101)

 

니체의 초인(超人)’이나 에머슨이 말하는 자기 신뢰도 근본적인 면에서는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깨달음의 문제와 맞닿아있다. ‘진정한 자아, 진아(眞我)를 깨닫기 위해서는 색에 연연하지 말고, ‘색이 곧 공이고, 공이 곧 색[色卽是空 空卽是色]’임을 깨달아야 한다. 그 깨달음은 어쩌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평상심이 곧 도[平常心是道]’라는 말처럼 자연스러운 가운데에 있을 것이다.

 

호숫가 풍경을 감상하는 마음으로 인생을 바라보라.

자아를 내세우지 않고 자신이 경험하는 모든 것을

꽃이 피었다가 떨어지고, 해가 떴다가 지고, 바람이 불고,

기러기가 날아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여라.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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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제국, 실크로드의 개척자들 - 장군, 상인, 지식인
미할 비란.요나탄 브락.프란체스카 피아셰티 엮음, 이재황 옮김, 이주엽 감수 / 책과함께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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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실크로드와 둔황전시를 관람한 적이 있다. 이 전시에서는 혜초스님의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이 국내 최초이자 세계 최초로 공개되어 더욱 인상 깊었다. <왕오천축국전>은 신라 승려였던 혜초스님이 당나라를 거쳐 인도를 순례하고 쓴 여행기다. 전시에서는 이와 더불어 모래바람을 피할 수 있는 사막 안경, 둔황 막고굴의 불상, 청동 마차 등 색다른 유물들이 함께 전시되었다.

 


실크로드는 고대 동서 문명이 교류하는 유라시아 대륙의 중심 교역로였다. 이 길을 통해 아시아와 유럽은 칠기와 비단, 도자기와 향신료, 유리 만드는 기술뿐 아니라 학술과 종교 등 다양한 교류를 이어갔다. 동서간의 교역로는 그 이전에도 있었지만, 몽골이 거대 제국으로 번성하던 시기에는 교역이 더욱 활발해졌다. 몽골제국은 동서로 동아시아-유럽-이슬람 세계를 아우르고, 남북으로는 동남아시아에서 시베리아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고, 그 영토를 관통하는 실크로드는 무역과 네트워크의 거대한 장이 되었다.

 

<몽골 제국, 실크로드의 개척자들>에는 이러한 실크로드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이들의 활약상이 잘 드러나 있다. 이제껏 실크로드라고 하면 대개 표면적인 시각에서 보아왔는데, 이 책은 인물을 중심으로 하여 좀 더 심층적인 눈으로 보게 해준다. 책은 상인, 장군, 지식인 등 다양한 계층의 삶을 통해 실크로드의 정치 경제적 발전, 사회 문화적 교류에 대해 다각도로 보여준다. 말하자면 실크로드의 인물 열전인 셈이다.

 


몽골이라고 하면 칭기스칸이나 쿠빌라이칸 정도만 알던 터라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은 대부분 생소하다. 이들이 주로 활동하던 시기는 13~14세기로 몽골이 유라시아 대륙의 3분의 2를 차지하며 광범위한 교류를 이어가던 시기다. 책에 등장하는 15인은 계층으로는 장군(6), 상인(4), 지식인(5)이었으며, 출신은 한인, 몽골인, 이란인, 유대인, 킵차크인으로 다양했다. 그만큼 다양한 인적, 물적 교류가 번성했다는 얘기다.

 

뜻밖이었던 것은 쿠툴룬, 타이둘라 같은 여성의 활약이었다. 공주였던 쿠툴룬은 뛰어난 전사이자 장군이었으며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에 영감을 준 인물이기도 하다. 또한 타이둘라는 우즈벡칸의 황후로서 남편과 함께 통치하며 기독교 국가들의 찬조와 후원을 이용해 무역과 외교적 이익을 꾀한 인물이다. ‘색목인(色目人)’이었던 킵차크 출신의 툭투카나 이슬람 상인인 동시에 칭기스칸의 장군, 스파이로도 활동한 자파르 화자의 이야기도 여러 시사점을 준다.


 

이 책은 저자들 12인의 공동 작업으로 쓰여진 책이다. 중동학, 아시아학, 역사학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이들은 중국어, 아랍어, 페르시아어, 라틴어 등 다양한 언어로 쓰인 사료들을 바탕으로 하여 이 책을 집필하였다. 그들은 몽골 즉 원() 왕조의 정사인 <원사(元史)>나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이븐 바투타의 여행기 등 많은 자료를 바탕으로 15인의 일대기를 추려내었다. 책은 열전처럼 각 인물별로 구분되어 있어서 따로 읽어도 좋고, 함께 읽어도 좋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몽골제국의 인물들을 통해 실크로드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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