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는 다정하게 씁니다 - 나의 안녕에 무심했던 날들에 보내는 첫 다정
김영숙 지음 / 브로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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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챙겨보는 것은 아닌데, 어쩌다 틀게 되면 또 은근히 보고 있게 되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나는 자연인이다도 그중 하나. 결국은 다 사람 사는 이야기이기에 보게 되는 듯하다. 보다 보면 각자의 상처나 사연을 품고 살아가는 한 자연인의 이야기가 있고, 단순 소박하게 살아가는 자연인의 순수함과 이승윤, 윤 택 같은 출연진의 성실함, 간간이 보이는 웃음 요소까지 어우러져 나름의 보는 재미가 있다. 자극적이고 떠들썩한 예능 프로그램 사이에서 나는 자연인이다는 말 그대로 투박하지만 자연스럽고 소박한 느낌을 준다.

 

물론 이 또한 방송 프로그램이기에 어느 정도의 대본이 있고, 연출이 있고, 작가가 있다. 이 책은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8년째 메인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영숙 작가가 프로그램 안팎의 얘기와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눈 책이다. 이 프로그램이 2012년부터 24년째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새삼 놀라웠고, (잘은 모르지만) 늘 빠르게 변해가는 방송환경에서 8년째 한 프로그램을 묵묵히 꾸려가고 있는 작가의 성실함에도 눈길이 갔다.



사실 글을 쓰다 보면 (방송 쪽은 아니지만) 매월 원고 마감하는 일도 꽤나 바쁘다. 취재 아이템 잡고, 섭외 및 장소 선정, 며칠 걸려 지방 촬영까지 마치고, 원고 마감 등등. 그런데 또 마감일은 왜 그리 빨리 돌아오는지 주부들이 돌밥 돌밥(돌아서면 밥 차리는 일의 반복)’ 하듯이 이번 달 마감하고 돌아서면 금방 또 마감이다. 월간지도 그런데 하물며 매주 방송되어야 하는 프로그램이라니!

물론 4개의 팀이 나눠서 돌아간다지만 어쨌든 절대 펑크 나면 안 되고, 취재 안팎의 애로사항과 반복되는 마감 등등 익히 짐작되는 작가의 고충이 동병상련으로 느껴진다. 뿐만 아니라 아내, 엄마로서의 역할 등 일상에서 오는 역할도 당연히 있으니 작가란 직업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책은 과장되지 않고 덤덤한 듯 담백하게 쓴 글이어서 오랜만에 술술 읽었다. ‘나는 자연인이다와 관련한 주변 이야기나 방송 제작 안팎의 이야기도 재미있게 읽힌다. 그런데 단지 그뿐이었다면 나는 아마 그냥 방송 후일담 정도로 여기고 굳이 이 책에 관심을 갖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방송 안팎의 에피소드와 더불어 작가 자신이 또 하나의 자연인으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는 자연인이다프로그램은 작가가 일하는 환경에 포함된 하나의 요소일 뿐 그게 책의 메인은 아니다. 저자는 그보다는 방송작가라는 직업을 가진 한 사람의 자연인으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책은 작가가 홀로 툭 남겨두고 온 나를 다독이고 안아주는 시간이 내게도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쓴 글이다. 그는 그렇게 내 마음의 안녕을 물으며 독자들에게도 각자의 안부를 늦지 않게 물어보라는 진심 어린 당부를 하고 있다. ‘내 안의 나를 만나는 시간은 나 역시 글이나 책을 통해 늘 이야기하고 있는 주제이기에 더 공감되었다. 삶이 바쁘고 지칠수록 내 안의 나를 돌아보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꼭 필요하다. 이 책의 저자도 말했듯이 더 늦지 않게 그런 시간을 가져보시기를 권한다.

 

*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개인적으로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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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 산책 - 사유하는 방랑자 헤르만 헤세의 여행 철학
헤르만 헤세 지음, 김원형 편역 / 지콜론북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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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헤르만 헤세의 소설을 주로 읽었는데 언제부턴가는 그의 에세이를 더 자주 읽고 있다. 그의 소설도 물론 그랬지만 헤세의 에세이는 그의 사유와 철학 등이 좀 더 깊이 있게 와닿는다. 이는 아마도 소설, 에세이의 형식 차이보다는 예전에 읽을 때와 조금 더 나이가 들어서 읽는 헤세에 대한 나 자신의 차이일 게다. 이제 소설가보다는 철학자로 읽히는 헤르만 헤세!

 


이번에 읽은 책은 헤세의 여행 에세이다. 책의 독일어 원제는 “Die Reisen von”인데 한국어판은 <무해한 산책>으로 번역되었다. ‘여행 이야기’, ‘여행으로부터를 뜻하는 원제도 좋지만, ‘무해한 산책이라는 말이 주는 어감이 더욱 끌렸다. 천천히 소요하듯 거닐며 산책하기를 좋아하는 내 성향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190123세가 된 헤세는 고향인 독일에서 출발해 늘 동경해왔던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난다. 그는 이탈리아 곳곳을 여행하며 성당과 박물관을 돌아보고, 그곳의 수많은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기록으로 남겼다. 그의 여행은 여행 안내서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는 수동적인 여행이 아니라 책자에 없는 작은 도시를 걸으며 현지에서 만나는 이들과의 대화를 즐기는 능동적인 여행이었다. 이런 과정은 진짜 이탈리아를 헤세의 방식이었고, 이를 통해 그는 관광객이 아닌 여행자가 되었다.

 


내 경우에는 해외여행 중 현지의 유명한 관광지나 포토존, 쇼핑 명소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편이다. 그보다 더 관심이 가고,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은 현지에서 만난 작은 도시, 산책하듯 걸어본 소박한 골목들, 느낌 가는 대로 들어간 카페에서 여유롭게 커피 한 잔 마시며 바라본 사람들과 거리 풍경들이다. 이탈리아 여행도 대체로 그러했기에 이번에 헤세의 무해한 산책에 그의 이야기에 더욱 공감이 되었다.

 

여행이란 낯선 곳으로 떠난 몸을 통해 자기 자신의 내면과 만나는 시간이다. 여행을 통해 살아있는 경험을 하고, 자기 자신과 인간의 본질에 대해 사유하고, 탐구하는 여행이야말로 진정한 여행이 아닐지... 헤세의 무해한 산책이 그 하나의 예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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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개인적인 느낌대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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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 공모전에 당선되는 글쓰기 - 공모전 당선의 10가지 원칙 & 워크북
오기환 지음 / 북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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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에는 잘 알려진 유명한 구절이 있다.


숲속에 두 갈래 길이 나 있었다고. 그리고 나는

사람들이 덜 지나간 길을 택하였고

그로 인해 모든 것이 달라졌노라고.

 

역사에는 가정(假定)이 없다지만 삶을 살아가면서는 그때 이랬으면 어땠을까하는 가정 혹은 상상을 종종 해보게 된다. 드라마 작가도 그중 하나다. 어릴 때는 그저 문과, 이과 중 양분된 선택을 했고, 이후에도 내가 뭘 잘하고 뭘 좋아하는지 또는 내게 어떤 달란트가 있는지 모른 채 지나왔다. 아마 자신의 길을 일찍 깨달은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까? 하여튼 그렇게 지나온 과정 중에 조금 아쉬움으로 남는 일 중의 하나가 드라마 작가가 되거나 드라마를 써보는 일이다.

 


이제 와 새로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어쨌든 그런 아쉬움과 여전히 남은 호기심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저자는 영화와 드라마를 연출하고, 영화 시나리오, 드라마 대본을 써온 작가이자 감독으로서 영화, 드라마 작법을 강의하며, 시나리오 및 극본 공모전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드라마 작가 지망생들에게 현실적인 정보와 조언을 들려준다.


책은 크게 드라마 공모전 당선의 10가지 원칙워크북 : 공모전에 당선되는 글쓰기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드라마를 끝까지 쓰고, 공모전 당선 가능성을 높이는 창작 원칙 10가지를 다루고, 2부에서는 앞에서 배운 10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실제 창작 과정에 적용하는 연습 과정을 거친다. 저자는 드라마 대본은 촬영이 가능한 것만 활자로 써야 하는 글쓰기임을 주지시키며, 드라마를 쓰는 작가가 유념해야 할 사항들에 대해 우리가 그간 봐왔던 드라마를 예로 들어가며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책은 큼직한 판형에 글씨 크기 등 편집도 시원시원하게 되어 있어서 읽기에 편하다. 또한 간략하고 쉬운 도표를 통해 드라마의 전개 과정을 한눈에 이해하기 쉽게 되어 있다. 추천사에 실린 말처럼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이다’. 물론 드라마는 배우, 연출, 수많은 종류의 스태프 등이 모두 참여하여 만들어내는 종합예술이지만, 드라마는 그 시작과 끝에 작가의 극본이 있고서야 성립되기에 작가의 예술이란 말도 과언은 아니다. ‘모니터 앞에서 광야의 고독을 느껴 본 모든 작가를 위한 책이라는 추천사의 말처럼, 드라마를 쓰고자 하는 작가 지망생들에게 현실적이고 알찬 길잡이가 되어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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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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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전 시집 : 건축무한육면각체 - 윤동주가 사랑하고 존경한 시인 전 시집
이상 지음 / 스타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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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지 벌써 오래지만, 예전에 대학로에 가면 오감도라는 레스토랑(?)이 있었다. 학생 때라 비싸 보이는 그곳을 들어가 본 적은 없지만, 그 앞을 지나며 오감도라는 세 글자를 볼 때마다 이상의 이름이 항상 동시에 떠오르곤 했다.

 


오감도 이전에 이상을 작품으로 처음 만난 것은 <날개>를 통해서였다. 유곽의 매춘부로 일하는 아내와 그녀의 기둥서방 노릇을 하며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는 주인공의 일과를 그려낸 <날개>. 소설은 우울하고 암울한 상황을 그려내면서도 어딘가 애틋하기도 하고, 묘한 긴장감과 페이소스를 주고 있었다

특히나 날개야 돋아라.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하며 독백처럼 끝나는 결말은 소설의 내용만큼이나 기억 속에 오래도록 각인된 구절로 남았다. 그렇게 만난 이상은 이후에 ‘13인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하는 오감도를 통해 또 한 번 각인되었다.



지금 읽어도 독특하고 난해한 이상의 시인데 하물며 그가 활동한 1920~30년대에는 그의 작품이 얼마나 생경하고 낯설었을까! 그렇게 독특하고 낯선 이상(李箱) 혹은 김해경(金海卿)인 작가의 작품은 현대에 이르러서도 금홍아 금홍아’,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처럼 영화나 드라마로 자주 각색되기도 했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우리가 종종 접한 이상의 작품은 대개 그런 정도 같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상의 작품을 좀 더 읽어보고 싶어졌다. 이번 책 <이상 전 시집 건축무한육면각체>은 그렇게 선택하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이상의 그 유명한 날개오감도뿐 아니라, 그의 대표 수필과 미발표 유고까지 함께 수록한 책이다. ‘거울이나 권태같은 작품은 그래도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나머지 작품들은 아마도 처음 접하는 듯 낯설고 새롭게 느껴진다.

 

건축학을 전공하고, 건축 기사로 일하면서도 건축 뿐 아니라 시와 문학, 외국어와 그림에도 능했던 천재 예술가 이상! 그의 대표작들뿐만 아니라 수필, 미발표 유고, 습작 노트 등을 아우른 이번 책을 통해 이상과 그의 작품 세계에 조금 더 가까워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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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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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shing From Afar 고대하다 연연하다 성찰하다 - 한국대표시인54인선집
이영희 그림, 이소정.이덕원 옮김 / 맥스미디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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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도 그렇지만, 특히 노벨문학상이 발표되거나 할 때면 흔히 언급되는 말이 있다. 한국문학작품이 노벨문학상을 못 받는 것은 작품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한국문학, 한국어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번역해낼 수가 없어서라고. 그 말이 맞을 수도 아닐 수도 있지만, 오묘하고 속 깊은 우리말의 정서와 뉘앙스를 외국어로 제대로 번역하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것도 일상이나 업무적인 대화가 아니라 문학작품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물며 언어의 정수가 집약된 시어(詩語)일 때는 그 어려움이 오죽할까.

 

<고대하다 연연하다 성찰하다>는 한국의 대표 시인 54인의 시, 112편을 엮어놓은 시선집이다. 시선집(詩選集)이야 종종 보게 되지만, 이 책에 관심이 간 것은 한국어 원문과 영어 번역이 같이 실려 있기 때문이었다. 책은 우리에게 익숙한 김소월, 윤동주, 이육사부터 나태주, 정호승, 함민복, 이정록 등 한국의 내로라하는 대표 시인들의 시를 국문과 영문으로 함께 싣고 있다.



책은 한국어로 된 시 원문을 읽으면서도, 책의 특성상 영문 번역을 더 눈여겨보게 된다. 번역의 특성상 어떤 시는 원작의 느낌대로 무난하게 전달되기도 하고, 어떤 시는 영문으로 읽으면 원작의 정서가 희석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아무래도 행간에 숨겨진 한국어 특유의 묘미, 한국적 정서의 오묘한 느낌을 외국어인 영어가 온전히 다 품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과

붉은 사과 한 개를

아버지, 어머니,

누나, , 넷이서

껍질째로 송치까지

- 노나 먹었소.

- 윤동주

 

Apple

We shared

A red apple

Its skin and core

Four of us

Dad, mum, sister and me.

- Yun Dong-Ju

 


윤동주의 사과도 그렇지만, 김소월의 진달래꽃역시 마찬가지다. ‘When you can’t stand the sight of me/ And leave/ I shall let you go without any objections’이라는 영문으로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에서 느껴지는 깊은 속울음과 애닲은 역설이 전해질 리 만무할 수밖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자들의 노고는 높이 살 만하다. 번역 교육을 따로 받지 않고, 각자의 전문 업무가 있는 역자들이 이런 힘든 작업을 해낸 것은 각기 다른 두 문화에 대한 깊은 애정과 이해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책 속의 시는 아기자기하고 감성적인 느낌의 그림과 함께 실려 있어 조화로움을 더한다. -캐나다 수교 60주년을 맞아 펴낸 책이라는데, 한국의 시가 외국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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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출판사에서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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