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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이 내 몸을 살린다
브루노 콤비 지음, 이주영 옮김 / 황금부엉이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른바 ‘쪽잠’의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고3때, 힘겹고 지루한 수업이 끝나자마자 책상에 그대로 엎어져서 10분간 달게 잠을 잤던 기억, 혹은 일에 치여 정신없던 회사에서 밀려오는 식곤증에 상사의 눈을 피해 단 몇 분간의 잠을 잤던 기억들....아마 그 상사도 직원들의 눈치를 보며, 잠깐의 쪽잠을 즐겼을게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때 ‘쪽잠’으로 잤던 그 잠깐의 ‘토막잠’이 내 몸을 살리는 것이었음을 새삼 알게 되었다.
다시 생각해보면, 어떤 것에 몰두하고 난 뒤의 잠깐의 낮잠은 그리 오랜 시간은 아니지만, 분명 밤에 자는 몇 시간의 잠에 맞먹게 달콤했다. 그리고 그 달콤함은 앞의 일에 내가 쏟아부은 에너지의 양과 항상 정비례했다. 정신을 집중해서 일한만큼, 몸은 쉬고 싶어했고, 그 때 내가 잠깐 눈붙인 시간은 그런 내 몸에게 내리는 보상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달게 낮잠을 자 본지가 언제였더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물론 나는 지금도 낮잠을 잔다. 하지만 예전처럼 열심히 일한 뒤의 꿀맛같은 쪽잠이 아니다. 온갖 스트레스와 잡스런 고민 끝에 생긴 만성에 가까운 불면증, 그 때문에 뒤바뀐 낮과 밤... 그래서 낮에는 자고, 밤에는 또다시 잠을 못 이루는 악순환의 일부일 뿐이다. 그렇게 잔 낮잠은 자고 일어나도 몸만 더 무겁고 뻐근할 뿐, 개운한 맛은 전혀 없다.
이 책의 저자인 브루노 콤비는 낮잠 신봉자이다. 그는 인공조명의 발명에 따라 인간들이 자연에서부터 멀어지고, 자체적인 생체 리듬이 무너지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는 각종 실험과 동물의 낮잠, 세계의 낮잠 등을 비교하며 낮잠의 효능에 대해 강조를 한다. 또한 개체의 건강 유지와 종을 지속시키려는 목적을 가진 수면의 본능에 주시한다. 그러면서 생체 시계의 본능이 원하는 것을 인공적인 편리함 때문에 우리가 무시하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저자는 문명화 될수록 낮잠을 죄악시하는 풍토를 비판하며, ‘잠을 깨우면 영혼이 흩어진다’고 믿던 고대의 풍토 때문에 아시아에서는 ‘낮잠’이 신성시되던 것에 주목한다. 그리고는 ‘잠을 죽인 대가’로 수면제, 정신안정제, 커피, 담배 등을 대량으로 소비하는 사회에 경종을 울린다. 그리고는 트럭운전사, 전격 작전 중인 군인, 우주비행사 등의 예를 들며, 낮잠 자는 방법과 효과에 대해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사실, 이 책을 읽다보면 조금 촌스러운듯한 삽화도 그렇고, 낮잠의 효능도 이미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얘기다. 그만큼 낯설지 않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렇게 낮잠의 효능에 대해 익히 알면서도, 막상 실천하기는 쉽지가 않다. 잠들 때 몇 번을 뒤척이면서도, 낮에는 커피에 손이 가는 것이 현대를 사는 우리들이니까....
잠들 때마다 한 두 시간은 뒤척거리다가 겨우 잠이 드는 나는, 베개를 베면 바로 잠이 드는 사람이 제일 부럽다. 또 아침형 인간이기 보다는 저녁형 인간에 가까운 나이기에, 책 한 권으로 하루 아침에 생활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스스로의 건강을 위해, 내 몸이 원하는 소리에 조금 더 귀를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일부러 낮잠을 청하지 않아도, 열심히 최선을 다해 지내다보면 예전의 그 ‘달콤한 쪽잠’이 저절로 내게 찾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