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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심경 마음공부 ㅣ 불경 마음공부 시리즈
페이융 지음, 허유영 옮김 / 유노북스 / 2021년 5월
평점 :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는 말은 불교에 대해 관심이 있건 없건 혹은 뜻을 알건 모르건 많이 들어봤을 듯하다. ‘물질적 현상인 색(色)은 실체가 없으며, 실체가 없는 공(空)은 물질적 현상과 다르지 않다’ 즉, ‘색이 곧 공이고, 공이 곧 색이다’라는 이 말은 <반야심경>에서 가장 유명한 구절이기도 하다.
<반야심경>의 원래 명칭은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으로 대승불교의 대표적인 경전 중 하나이다. 260자로 이루어진 <반야심경>은 불교 경전 중 가장 짧은 경전이면서도 팔만대장경의 내용을 모두 함축하고 있을 만큼 중요한 경전이다.

대승불교는 부처님의 근본정신으로 돌아갈 것을 표방하며, 공사상(空四象), 반야사상(般若四象), 연기설(緣起說), 유심사상(唯心四象), 보살사상(菩薩四象) 등을 사상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공사상’은 <반야심경>을 대표하는 핵심 사상이다.
<반야심경>은 산스크리트 원전 외에 티베트어역과 한역 등으로 전해져왔다. 일반적으로는 당나라 현장이 번역한 276자의 한역이 많이 알려져 있으며, 신라시대에는 원측의 <반야심경소>와 원효의 <반야심경소> 등 주석서가 간행되기도 하였다.
<반야심경>은 260자로 함축되어있지만, 그 안에 담긴 뜻은 매우 심오하다. <반야심경>의 공(空)사상은 ‘눈에 보이는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보이지 않는 것이 무한하다’는 사실을 깨우쳐준다. 마음 복잡하고 심란한 이들에게는 눈앞의 안개가 걷히듯 마음을 밝혀주는 내용이기도 하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은 수시로 바뀌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무궁무진하게 있음을 안다면,
그때 비로소 자아의 비좁은 세상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다. (p.76)

페이융의 <반야심경 마음공부>는 반야심경에 대한 해설서다. 중국의 불경 연구가인 저자는 불교를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작업을 30여 년 동안 해오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반야심경> 260자를 현대인의 상황에 맞게, 이해하기 쉬운 내용으로 풀어서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불교 경전을 처음 접하는 불교 입문자나 혹은 불교와 상관없이 마음 챙김을 원하고, 마음의 평온을 찾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경전이라는 부담감 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다.
나를 부르는 명칭이 무엇이든
그것은 내 인생의 아주 작은 일부일 뿐이다.
살면서 붙여진 모든 이름을 다 합쳐도
다채롭고 오묘한 인생을 표현할 수 없다. (p.139)
오온(五蘊)의 깨달음과 ‘진정한 자아’에 대한 부분을 읽던 중에 문득 니체나 에머슨이 연결되기도 했다. 불교에서는 눈에 보이는 나인 가아(假我)와 나의 실체인 진아(眞我)를 구분한다. 내가 ‘나’라고 생각하는 눈앞의 나는 그저 형체일 뿐이고, 나라고 생각하고 있는 실체인 ‘진정한 나’는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계속 질문을 던진다.
누구든 진정으로 해야 하는 일은 오직 하나,
바로 진정한 자아를 찾는 것이다.
그 자아가 시인인지 미치광이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자기 운명을 찾은 다음은 평생 그것을 지키며 살아라.
그 외의 다른 길은 모두 도피의 다른 이름이다. (p.101)
니체의 ‘초인(超人)’이나 에머슨이 말하는 ‘자기 신뢰’도 근본적인 면에서는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깨달음의 문제와 맞닿아있다. ‘진정한 자아’ 즉, 진아(眞我)를 깨닫기 위해서는 색에 연연하지 말고, ‘색이 곧 공이고, 공이 곧 색[色卽是空 空卽是色]’임을 깨달아야 한다. 그 깨달음은 어쩌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평상심이 곧 도[平常心是道]’라는 말처럼 자연스러운 가운데에 있을 것이다.
호숫가 풍경을 감상하는 마음으로 인생을 바라보라.
자아를 내세우지 않고 자신이 경험하는 모든 것을
꽃이 피었다가 떨어지고, 해가 떴다가 지고, 바람이 불고,
기러기가 날아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여라.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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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