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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가 되는 법 - 내 안의 창조력을 깨우는 63가지 법칙
제리 살츠 지음, 조미라 옮김 / 처음북스 / 202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렇게 솔직한 책은 처음 보았다. 예술가, 작가에 대한 조언을 하는 책을 종종 읽곤 하는데, 이 책은 더욱 와닿았다. 작가 되기도 쉽진 않지만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예술가가 되기는 더더욱 어렵다. 그래서 작업을 하면서도 늘 고민이 많은데, 이 책은 그런 이들에게 명쾌하면서도 속 시원한 조언을 들려준다. 특히 그 조언이 피상적으로 바라본 시각이 아니라 저자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라 더욱 현실적으로 가깝게 느껴진다.

저자인 제리 살츠는 자기 자신에 대해 ‘예술가가 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는 퓰리처상 후보에만도 세 차례나 올랐으며 결국 67세의 나이에 예술 비평으로 퓰리처상을 받은 미술평론가다. 젊은 시절, 재능이 부족함을 깨닫고 장거리 트럭 운전수로 일했던 그는 마흔이 될 때까지 글을 써본 적이 없었고, 정규 과정의 학위도 없었으며, 창조적인 일은 겁이 나서 피해왔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뉴욕 매거진의 수석 미술평론가이며 1995년 휘트니 비엔날레의 단독자문역을 맡는 등 뉴욕에서도 예술계의 중심에 우뚝 서 있는 유명인사다.
그런 만큼 그가 하는 이야기들은 예술가를 지망하는 많은 이들에게 실제 경험에서 우러난 현실적인 조언으로 들린다. 책은 ‘당신은 완전 아마추어다’부터 시작해서 예술 활동을 시작하고, 예술가처럼 생각하고, 예술계로 들어가서 살아남는 것에 대해 세세하고 다양한 조언을 들려준다. 책을 읽고 나니 ‘그가 하는 말들은 너무 정확해서 나를 두렵게 만든다’라는 사진가 신디 셔먼의 말이 전혀 과장이 아님을 알겠다. 실제 작업 중에, 작품 활동 중에 했던 많은 고민들에 대해 제리 살츠는 직접적이고 명쾌하게 말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무언가를 하면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고.

사실 작가로 산다는 것은, 작품 활동을 한다는 것은 외부에서 보는 것처럼 아름답고 우아하지만은 않다. 때로는 의욕이 충만해서, 열정에 심취해서, 왕성하게 작업을 할 때도 있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은 자기 회의와 자괴감, 자기 불신, 현실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이도 저도 못하고 고민에만 빠져 지내곤 한다. 경험자의 조언을 구하고 싶어도 편견과 가감 없는 속 시원한 조언자를 만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주는 제리 살츠의 말들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이 가슴에 새겨지는 귀한 조언으로 들린다.
책은 6개의 step 속에 총 63가지의 조언을 담고 있다. 책 사이사이에는 관련되거나 참고할만한 예술가의 작품들이 함께 실려 있다. 그는 ‘일관성을 갖지 말라’던가, ‘망상에 빠지라’는 등 일반적인 시각으로는 잘 해주지 않는 조언도 서슴없이 말하는데, 그 말들이 모두 깊이 와닿는다. 책을 읽다 보면 이미 다 보고 있는 듯한 제리 살츠의 말에 찔리기도 하고, 웃음이 나기도 한다. 그 역시 그런 상황이나 감정을 이미 오래전에 겪어봤기 때문에 가능한 얘기다.

회의적이고 부정적인 감정에 빠지려는 작가에게 그는 ‘너만 그런 것 아니야, 다들 그래’하는 식의 얘기를 해줌으로써 다시 또 작업을 할 의지를 갖게 해준다. 이 책은 작가라면, 예술가가 되기를 원하는 이라면 꼭 읽어볼 만한 책이다. 혹은 꼭 예술가를 지향하지 않더라도 ‘오늘과 다른 내일’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많은 영감을 받을 만한 책이다.